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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리수납 1세대 정경자 박사 “정리는 인생의 리셋 버튼”

2026-04-16 15:34:36

운남성 곤명,지난 3월 봄날, 꽃의 도시 곤명은 유쾌한 해살과 함께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정리수납 문화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을 이 도시에서 만났다.

한국 1세대 정리수납 전문가 박사 정경자 

정회장은 한국내에서 1000여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소유한 유명한 정리수납 전문가, 박사이다. 그녀는 이제 막 중국 내 신규 법인 일정을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이였다. “여기는 마치 살아있는 식물원 같아요. 정리가 주는 맑은 기운과도 닮았죠.” 미소 짓는 그녀의 눈빛에는 20여년간 한분야를 지켜온 깊은 내공과 따뜻한 에너지가 담겨 있었다.

가방 두개에서 시작된 인생의 전환점

인터뷰는 그녀의 이야기 ‘어떻게 정리수납을 직업으로 삼게 되였는가’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2000년대 초 캐나다 토론토. 당시 평범한 직장인이였던 정회장은 회사의 발령으로 현지 법인 대표를 맡게 된다. 낯선 땅, 처음에는 가방 두개만 들고 시작한 생활이였다.

“그런데 한달 뒤, 뒤늦게 도착한 이사짐 때문에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물건이 많아진다고 삶이 더 풍요로워지는 게 아니구나라는걸 그때 진심으로 느꼈죠.”

운명처럼 현지 방송에서 한 가정의 정리 현장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 부부가 서로의 물건을 버리겠다고 맞서는 장면에서 그녀는 깜짝 놀랐다.

“상대방의 물건을 버리려는 리유는 론리적인데 정작 자신의 물건은 감정적으로 붙잡고 있더라고요. 그 순간 ‘아, 정리수납전문가는 물건을 대신 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기준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중재자구나’라고  깨달았어요.”

이 작은 호기심은 이후 그녀의 삶 전체를 바꾸는 씨앗이 되였다. 귀국 후 8년 동안 관련 서적을 모조리 뒤지고 현장을 뛰며 한국형 정리수납 체계를 만들었다. 2011년 한국정리수납협회(KAPO) 설립, 2021년에는 산업 생태계를 위한 법인 ‘덕인’을 세웠다. 그리고 2015년, 정리수납 컨설턴트는 한국직업사전에 공식 등재된다.

정경자 박사.

“정리를 하나의 직업으로 만드는 일은 마치 외길 인생 같았어요. 하지만 저는 정리가  청소가 아니라 사람의 삶의 질을 바꾸는 일이라고 확신했죠.”

정리를 어렵게 만드는 세가지 심리 류형

인터뷰 도중 정회장은 한국과 중국의 공통된 고민을 꺼냈다. ‘왜 사람들은 정리를 미루고 어려워할가?’

그녀는 이를 세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과거 집착형. 물건 하나하나에 추억을 너무 많이 투영해서 버리지 못해요. 둘째는 현재 회피형. 결정을 미루는 삶의 패턴이 정리에도 그대로 나타나죠. 셋째는 미래 불안형. ‘나중에 또 필요할지 몰라’라는 생각에 아무것도 못 버립니다.”

정경자 박사의 신 저서 '정리로 시작하는 인생 리셋'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이는 물건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에 대한 태도이자 감정 구조의 문제다. 진짜 정리는 물건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에게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선별’하는 작업이다.

“정리는 결국 ‘지금 여기’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이예요. 불필요한 것을 덜어낼 때 비로소 소중한 것에 집중할 수 있죠.”

이 말은 곤명의 봄빛처럼 명쾌하게 가슴에 와닿았다.

생애주기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정리 방식

정회장은 최근 출간한 신간 '정리로 시작하는 인생 리셋' 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 책은 정리 기술서적가 아니라 인간의 일생을 영아기부터 로년기까지 나누어 각 시기에 필요한 정리 전략을 제시한 책이다.

“영아기에는 안전과 돌봄을 위한 정리가 필요하다면 청소년기에는 존중을 바탕으로 한 정리가 필요해요. 중년기에는 역할 변화 속에서 자신을 다시 중심에 두는 정리가 중요하고 로년기에는 버림이 아니라 남은 삶을 존엄하게 준비하는 정리로 바뀌죠.”

남경시 정부가 주최한 녀성과 가정행복을 위한 강연현장에서 '정리수납'에 대해 심도있게 강연하고 있는 정경자 박사. 

그녀는 특히 한국과 중국 모두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엔딩노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엔딩노트’는  유산 목록만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를 스스로 기록하는 인생의 마지막 정리 작업이다.

“마지막을 준비한다는 것은 끝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더욱 선명하게 살아가기 위한 작업입니다. 정리의 궁극적인 지점은 바로 생애 전체를 돌아보는 일이죠.”

정경자 박사의 천진 강연현장 모습. 

중국 땅에서 꽃피운 정리수납, 그 인연은 생각보다 깊었다. 2015년 강소성 정부의 제안으로 처음 중국 시장에 발을 들인 이후 2024년에는 남경에 합작법인을 세웠다. 특히 올해 3월 그녀는 곤명에서 현지 파트너와의 미팅을 마치고 북경 법인 확장 계획을 구체화했다.

“중국은 도시화가 빠르고 주거 공간이 밀집되여 있어서 정리수납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정리의 본질적 원칙은 문화가 달라도 똑같다는 거예요. 삶의 흐름을 정돈하고 기준을 세운다는 점에서 보편적이죠.”

2025년 그녀는 다시 캐나다 토론토에 법인을 설립했다. 20여년 전 자신에게 첫 질문을 던졌던 그 장소로 돌아간 것이다.

“카나다에서 시작된 질문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그곳으로 체계를 확장하는 것은 사업 이상의 의미였죠. 하나의 완성이자 순환이였습니다.”

사회적 돌봄, ‘꿈꿀 봉사단’과 ‘정리문화체험관’

정회장의 활동은 하나의 돈이 되는 직업을 넘어 사회적 가치로 확장되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꿈꿀 봉사단’은 취약계층, 독거로인, 주거 환경이 렬악한 가정을 직접 방문해 공간 정리와 삶의 회복을 돕는 활동이다.

“이는 청소를 해주는 것만이 아니예요. 그분들의 존엄과 일상을 되찾아드리는 과정이죠. 이를 통해 정리수납이 가사 로동이 아니라 전문적인 돌봄의 령역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곤명에서 중국경제인들을 위한 강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생화를 받고 있는 정경자(가운데) 박사.

또한 2024년 문을 연 ‘정리문화체험관’은 전시 공간뿐만 아니라 전문 인력 양성과 시민 교육을 동시에 수행하는 살아있는 현장이다.

“정리는 강의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경험할 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직접 정리 전후의 공간을 보고 내 삶에 적용해보는 것이죠.”

마지막 질문 – 정경자에게 ‘정리’란?

인터뷰 말미, 그녀에게 ‘인간 정경자’는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그녀는 특유의 밝은 웃음과 함께 세가지 키워드를 꼽았다.

“창조자, 정리주의자, 그리고 봉사자 그리고 허당기도 좀 있죠.”(웃음)

"내 취미는 자연속으로 려행하는 것입니다." 그는 무인도에 가져갈 세가지로는 휴대폰, 책, 생존도구를 꼽았다. 만약 지금의 길을 걷지 않았다면 작가나 내레이터가 되였을 것이라고.

“1년 동안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름다운 바다가에서 1년 살아보고 싶어요. 바다를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있고 싶을 때가 가끔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정리’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물었다. 그녀는 잠시 곤명의 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답했다.

“정리는 비우는 기술이 아니라, 삶을 오래 지속하기 위한 지혜입니다. 사람, 공간, 시간, 환경을 살리는 일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을 변화시키는 리셋 버튼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곤명의 거리를 걸었다. 정회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봄바람처럼 가볍지 않게 가슴에 남았다. 그녀는 물건을 정리하는 사람, 전문가뿐만 아니다. 사람들의 삶의 기준을 재설정하고 그 안에 숨은 감정과 시간까지 정리하는 ‘인생의 조률사’에 가깝다. 한국에서 시작된 그녀의 작은 호기심은 이제 한국과 중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앞으로 그녀가 써내려갈 ‘엔딩노트’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 그리고 그 이야기가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삶을 리셋할지 기대가 된다.

/강빈 길림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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