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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마음이 먼저 깨여나는 계절 - 성송권

2026-03-25 16:42:38

절기의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계절보다 앞서 움직이는 마음의 풍경이 숨어있는 듯 하다.

3월 초, 경칩이 찾아오면 겨우내 땅 속에 잠들어 있던 벌레들이 기지개를 켠다. 놀랄 경(惊), 숨을 칩(蛰), 누가 흔들어 깨우지 않아도 봄이 왔음을 알고 스스로 밖으로 나오는 생명들이다. 그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봄은 자연에서 시작되기보다 사람의 마음에서 먼저 깨여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춘분이 지나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고 그날을 기점으로 빛은 조금씩 길어진다.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미세한 변화지만 그 작은 차이가 계절을 바꾸 듯 마음속에도 조용한 균렬을 낸다. 겨우내 움츠렸던 감정들이 리유없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아마도 고등중학교 시절이었을 것이다. 이팔청춘을 맞던 내 마음에도 그런 봄이 있었다. 같은 동네에서 함께 학교를 다니던 한 녀자 동창, 공부도 잘했고 반급에서 늘 눈에 띄던 아이였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보고 돌아왔는데도 집에 앉으면 그 아이의 웃는 얼굴이 자꾸 떠올라 책장이 좀처럼 넘어가지 않았다.

필기장에 시도 아닌 글을 적었다가 지우고 누가 볼가봐 찢어버리며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달아오르던 날들, 저녁이면 마을 골목길을 서성거리며 꽃샘추위 속에서 신문을 배달하던 그녀의 뒤모습이라도 보고 싶어 몸을 숨기던 기억. 결국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한 채 지나간 첫사랑이였지만 그 시절의 설렘은 마음 깊숙한 곳에 봄처럼 남아 있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예순 중반을 넘겼다. 지금의 나는 봄이 오면 산을 찾는다. 예전처럼 누군가를 기다리지는 않지만 여전히 숨은 봄을 찾아 발걸음을 늦춘다. 마른 풀 사이에서 막 고개를 내민 새순을 발견하고 내가에서 파랗게 올라온 미나리를 바라보며 마음 한켠도 함께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어릴 적 형들을 따라 캐 온 봄나물을 어머니가 다듬어 식탁에 올리던 장면이 떠오르고 고향 남산 기슭에 점점이 불을 켜던 진달래의 붉은 기운이 기억 속에서 다시 피여난다. 자연의 봄은 해마다 같은 자리에 오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매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이제는 안다. 봄은 반드시 꽃이 피여야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를 그리워하던 마음에도, 설렘으로 잠 못 이루던 밤에도, 그리고 이렇게 조용히 산길을 오르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순간에도 봄은 찾아온다. 자연의 봄은 반복되지만 마음의 봄은 살아있는 한 형태를 바꾸며 계속 깨여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선다.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또 하나의 봄이 내 안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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