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벅지게 꽃잎이 덧씌운
앵두나무 아래서
술놀이를 하면
안주같은 건 없어도 된다
잘 익은 꽃꼬치들이
불잉걸로 번져
봄이 빨갛게 굽힌 초대에
술보다 꽃에 먼저 취한다
봄비 한컵
노을에 타서 마시면
꽃도 고운 입 벌려
남촌에서 오는 바람 마신다
너에게
너에게로 가려고
나는 내 목숨을 담보로
하늘을 잠깐 빌렸다
하늘은 조각달로
내 몸뚱이의 껍데기를
가을배추 떡잎처럼 벗겨버리고
하얀 마음만 들고 갔다
별들이 길을 밝혀주고
새들이 날개를 빌려주었다
가고보니 너의 문패는
‘에덴’이라고 써있었다
초련
꿀벌 한마리
내 입안에 들어왔네
꿀벌은 들어와서
꿀집 지었네
나의 혀끝은 매일
꿀물 들었네
그러던 어느 날
꿀벌은 나의 혀끝을
톡 쏘아놓고 날아갔네
꿀은 달지만 않았네
반지
너의 손가락에서
반짝반짝 빛날 때
하늘도 별을 끼고 웃었다
나는
그 별을 덥썩 잡았다
내 손안에서
손가락 떨림 하나
온 우주를 흔들었다
빈집
어느 날 주인 찾는
손님 오거든
천하루밤의 달빛으로
문 잠궜으니
바람아
너라도 문 열어주어라
주인 어디 갔나
묻거든
억만천의 별 헤다
하늘 갔다 일러라
비
젖으면
진해지는 것이라 할 때
나를 젖히는 것은
내 안에서
너가 부풀어나는 일이라면
나는 한사코 젖는다
하우스 안에서 자라는
모종은 먼저 푸르더라
어부
너의 미소 한올
주으려고
바다를 다 마셨다
내 안에 밀물처럼
들어 온 섬 하나
야자수에 빨래줄 매였다
그 빨래줄에 널어놓은
갈매기 노래에
별들의 입술이
달보드레 걸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