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근심걱정도 없는 함박눈이
하늘이 미여지게
펑펑 쏟아져 내리네
먹거리가 걱정인 참새들은
야윈 날개를 파닥이며
온 들판을 참빗질하고 있는데
원시림 구새먹은 나무통 속에서는
지방을 두툼히 저장한 엄마곰이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잠을 청하고 있네
농부들은 사뭇 넉넉한 표정들이다
기름진 옥토에 덮히는 눈이불을
눈요기하면서 새해 꼭 풍년이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나 저제나
애들은 눈 내리는 날을 좋아한다
푸근한 눈 이불우에
척척 드러누워 눈사진 찍느라
엉뎅이가 다 얼어드는 것도 모른다
강아지들도 따라서 신이 났다
새하얀 눈우엔 크고 작은
랍매꽃 도장이 판화처럼 찍혀진다
농가의 굴뚝에선
흰 연기가 타래쳐 오르고 있다
설대목이라 할머니들이 한창
엿을 달이시나 봐…
고드름
초겨울이나 이른 봄이면
처마 밑에 한일자로 촘촘히 매달려
우리 집 허리동이까지
수정막대기 울바자 둘러주었던 너
긴 장대기로 두르륵 쳐놓으면
아우성치며 와장창 무너져내리던 너
한쪼각 주어 입에 넣고
오도독 오도독 씹으며
야! 우리 삥궐 맛있다
깔깔대며 뜀박질하던 그 소녀
지금은 어디로 갔을가?
부서진 얼음조각들을
자작비자루로 쓸어 담아
대문가에 버리며
쥬-쥬-쥬- 닭들을 부르면
우르르 달려와 쪼아보다가
서운한 듯 돌아서던
차돌배기 봉황닭 진주닭…
꽁지 빠진 수탉도 보인다
아, 나의 동년이
숨 쉬고 있는 ‘고드름 궁전’
그 속에 묻어둔 나만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