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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단오명절과 사탕수수 (외 5수) 류혜선

2026-01-14 11:41:59

참대잎 쭝쯔(粽子) 향기 맡으며
올올이 묶은 실 풀어가노라니
아련히 떠오르는 그제날의 단오놀이…


하얀 모시베 치마입은 외할머니 따라
소수레 올라타고 단오놀이 구경 떠나는
단발머리 색동저고리 소녀


다홍치마 날리며 구름우 날아오르는 분이 언니
“방울차라” 목터지게 응원하는 분이 엄마
꽃 달고 황소탄 강의 삼촌
고삐 잡고 덩실덩실 춤추는 강의 할아버지


어기영차 바줄당기는 사람들에 밀려
얼음과자 땅에 떨구고 눈물이 주루룩
외할머니 궤춤 털어 사주신 사탕수수
아직도 내 입안이 달콤한데……


단오는 해마다 오고 가건만
그 사람 그 놀이는 언제 다시 오려나


가을비


3년전 초가을
비 내리던 날 찾아왔었지
눈을 내리깔고
창백한 얼굴에 새파란 입술
입을 열면 울 것만 같아
말 못하고 궂은 비를 원망했었지


오늘도 창밖에 비가 내리는데
우산 들고 찾아왔구나
웃을 때마다 곱게 피는 볼우물
밝은 얼굴에 도란도란 끝없는 말


선생님, 그 해 첫날도 비가 왔었지요…
그때 그 비가 제 옷을 적시고
저의 마음도 차게 적셨지만
지금은 비에 몸이 젖어도 마음은 따뜻해요


참 대견하구나
가을비에 몸과 맘이 굳건해져
18여년의 아픔 떨치고
대학가선 더이상 아프지 말기를…


씨앗


꿈을 꾸었다
잊고있던 소녀적 꿈을
하루 이틀… 고심끝에
마음의 밭을 갈고
꿈 씨를 뿌렸다


물주고 거름주며 알뜰히 가꾸면
싹이 트고 꿈나무가 자라
열매가 맺힐거야
크지 않고 멋지지 않아도 좋다
내 꿈이 맺은 열매라면


시내가 수양버들


오늘도
시내물이 흥얼거리는 노래 맞춰
수양버들은 하늘하늘 춤을 춘다


내 어릴적 팔뚝만큼 앙상하더니
어느새 름름한 아름드리로 된 너
눈석임 풀려 시내물 노래 부르면
버들개지 터쳐 봄소식 전하고
가을이면 변함없이 멀리 떠난이들께
편지 띄워 고향 안부 전한다


물우에 띄운 편지 둬장 건져보니
올 한해 고향사연 촘촘히 담겼구나
아,
시내물 쉬지 않고 부르는 고향의 노래
수양버들이 작사로구나


계절(季节)


봄은 갔다
아지랑이 아물아물 피여나던 전야에
씨앗을 싹틔워주고 대지에
푸른 주단 깔아놓고 말없이 떠났다


여름은 갔다
그 많던 꽃들은 향기만 남겨두고
강가에서 물장구 치던 애들도 다 데리고
풀숲에 피서객들 발자국 그대로 남긴 채


가을도 갔다
추풍으로 울긋불긋 단풍마저 다 쓸어갔다
황금벌에 울려퍼지던 풍악소리도
노을에 실어 높은 하늘가로 날려보내고


겨울도 간다
얼어붙은 시내가에 귀를 대면
돌돌돌 눈석임물의 노래소리에
사뿐사뿐 봄아씨 걸음소리 들려온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말없이 갔다가 또다시 오건만…


한의한(韩与恨)


10달 잉태 하늘땅 맞붙는 산통으로
하나의 생명이 탄생한다
백의민족은 이제 어떤 진통 더 겪어야
허리 잘린 한을 다 풀 수 있을가?


아직도 콩으로 메주 만들고
그 메주로 된장 고추장 만들어먹는다
아직도 돌절구에 찧은 마늘로 담근 김치 맛 더 좋고
아직도 버선에 치마저고리 받쳐 입고 큰절 올리고
아직도 아리랑 노래 듣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한
백의민족의 한이 풀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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