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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의 퇴직생활- 성송권

2025-12-19 16:15:44

남들이 부러워히는 정년퇴직을 했다. 그것도 삼십여년 한 우물만 파며 근무한 것이 행운이였다. 줄 잘선 덕분에 정부기관이란 간판을 자랑삼아 붙이고 다녔지만 일터는 일터였기에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늘 우선순위에서 미룰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래야 했다.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많았고 옳은 길을 알면서도 비켜서거나 돌아오기도 했다. 조직에서 실적 향상과 동료와의 승진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몰렴치하거나 비겁한 일도 해야 했다. 주인이 아니였기 때문에 리모컨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드디여 기다렸던 2019년 1월 27일 퇴직날 기관간부라는 남의 시간표에 맞춰 살아오던 리모컨의 배터리를 뺐다. 주인이 바뀌였다. 오랜 세월 꽉 짜진 틀에 맞춰 살았던 울타리를 후련하게 걷어냈다. 섭섭함도 잠시 이제는 주인으로 살수 있다는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퇴직의 두려움이나 걱정보다는 드디여 나를 찾았다는 기쁨에 잠이 오지 않았다.

새로운 집터로 이사를 했다. 1984 년 봄 결혼후 무려 네번이나 이사를 했다. 처음엔 고향의 초가집에서 향소재지의 벽돌기와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 다음에는 시기관에 조동되여 아파트생활을 했다. 퇴직한 후에는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하는 의미로 과거를 단절한후 새로운 곳에서 신선한 마음으로 삶을 맞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 모든 것은 미리 고민하고 오래동안 준비한 결과였다. 정년까지는 가장의 기본 역할인 내 가족들을 건사하고 자녀들을 독립시키는데 충실했다. 한편 부부가 꿈꿔왔던 나이듬의 준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로후 인생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고 싶었다. 그래서 퇴직전에 살아 가는데 모든 조건들이 훌륭하게 갖춰어진 연길 주부도시로 집 한채를 미리 장만해 놓았다.

그렇다. 사는데 아등바등하지 않고 이룸과 성취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을 퇴직과 함께 내려 놓았다. 깨져도 아깝지 않는 그릇처럼 사는 일은 주어진 하루를 기쁘게 맞고 감사로 바치는 평범한 일상이다. 특별하지 않고 보잘것 없지만 후회 또한 없는 삶이다. 다 지나간 일인데 후회한다고 무슨 소용이랴.

고향에서 나서 자라 배우고 공부하고 직장 찾아 벌어 먹고 살기까지 이제껏 받은 것들이 참으로 많다. 내 인생의 활주로였던 기관일군이란 사업터는 나에게 감사함을 채워줬다. 월급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고 아들과 딸도 공부시켜 지금은 직장찾아 독립해 제몫을 하고 있으며 나는 정년퇴직이란 마무리를 했다. 그런 까닭에 인생의 후반전은 재직에서 얻은 경험과 책에서 얻은 지식을 융합하여 더불어 기뻐하며 살고 싶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하고 생활의 절주도 느슨하게 하면서 새로운 일에도 도전해 보고싶어 등산대에도 몸 담그고 수영장도 찾아다니고 문학동아리에도 가담하여 글짓기도 하고 첫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는 친구들을 불러 초두부방에 앉아 향기로운 술도 기울이며 지나온 인생도 뒤돌아보며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고민하면서 황혼의 인생에 향기로 나는 삶을 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고유한 가치들을 반드시 갖고 있다. 그 소중한 능력들을 함께 발견하여 모자란 것은 더 하고 과한 것은 덜어낸후 그 몫을 곱하여 각자의 쓸모를 키운 뒤 자신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살자는 것이다.

인생의 후반전은 무조건 놀이가 될것이다. 그러나 재미가 있어야 한다. 경제적 유익을 따지기 보다 마음과 령혼을 정화하는 게 먼저다. 그 다음은 건강을 더욱 챙겨야 할 것이다. 건강해야 즐거운 삶을 살 수 있고 자식들에게 부담이 안간다. 그래서 술을 절제하는 법도 배웠고 걷기 운동도 부지런히 하며 산에도 자주 찾아가 일상에서 오는 환경 오염과 마음의 스트레스도 푼다.

열심히 살아온 과거 덕분에 선물로 받은 퇴직 후의 후반생에서 고생 끝의 락을 바라거나 헛된 꿈을 기대하며 살지는 않겠다. 삼십여년 남이 짜놓은 시간표에서 틀에 맞춰져 살았다면 인생의 후반전은 재미로 채우고 놀이로 만들어야 한다.

지난 온 길의 칠활은 남의 눈치 보고 힘들게 살았으니 후반의 생활은 좀 렴치없이 부끄러운 줄 알면서도 삐뚜름하게 향수하며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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