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해살이 창가에 내리쬐는 연길시 개발구 청년창업원의 한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익숙한 풍경을 바라보던 한영화(43세) 대표의 눈빛에는 희망과 그리움이 교차한다.

건강음료를 소개하고 있는 한영화 대표.
그가 한국에서 쌓아올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돌아온 고향에서 손에 든 것은 한 병의 투명한 음료, '개운탕'이였다.
"언젠가는 꼭 돌아가야지" 20년동안 품은 귀향의 씨앗
"2003년, 저는 고향을 등졌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었죠."
한 대표의 이야기는 중국을 떠나 한국 땅을 밟던 날로 돌아간다. 외국어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건너가 류학생 신분으로 의류디자인을 공부했던 그는 남다른 눈썰미와 끈기로 무역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2013년, 자신의 무역회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시간은 그의 수완을 키워주었다. 무역 품목은 다양해졌고 루트는 넓어졌으며 경제적 기반은 탄탄해졌다. 그러나 해외 생활이 길어질수록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빈 자리가 생겨났다. 바쁜 일정 속 휴식시간마다 찾아오는 향수, 그리고 부모님의 얼굴이 점점 선명해졌다.
"특히 명절이면 더더욱 그랬어요. 비행기를 타고 고향에 내려 친구들과 자리를 함께 할 때면 정겨운 술잔 속에 숨겨진 건강에 대한 무관심이 가슴을 아리게 했습니다."
건강의 적신호, 그리고 숙취를 넘어선 만남
무역업의 특성상 다양한 나라의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접촉은 필수였고 자연스레 술자리도 빈번해졌다. "몸이 점점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어요. 장기적인 음주 습관이 건강에 부담이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약 5년 전, 그는 우연히 '개운탕 풍미음료'를 접하게 된다. 기존에 접했던 숙취 해소제와는 달리 직접 복용하면서 건강의 변화를 느낀 그는 문득 깨달았다. "이 제품이 필요한 사람들이 고향에 더 많지 않을까?"
작은 꿈은 확고한 결심으로 자라났다. "고향 사람들의 건강한 생활문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술이 우정과 즐거움의 매개체가 되도록 그 후유증이 건강을 갉아먹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었죠."
지난해, 그는 한국에서 쌓은 모든 사업을 정리했다. 20년 만의 귀향이였다.
고향 땅에서 뿌리내리기: 열정과 현실 사이
지난해 11월 그녀는 연길시 경제개발구 청년창업원에 '길림복정무역유한회사'의 간판을 걸었다. 고향에서의 창업 열정은 뜨거웠지만 현실의 벽도 만만치 않았다. 새로운 시장에 제품을 알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인식의 차이였습니다." 한 대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북경, 대련, 광주 같은 대도시에서는 건강 기능성 식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고 수용도도 빠른 편이에요. 하지만 고향에서는 '술 마시면 아프게 마시는 거지'라는 식의 인식이 여전히 강합니다. 젊을 때부터 건강을 생각하는 습관의 중요성을 알리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운탕'은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롱마트, 매일롱 등 지역 내 주요 류통망에 진출했고 판매 루트는 연길을 넘어 북경, 심수, 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로 뻗어 나갔다.
건강한 사회를 위한 한 잔, 사업가 이상의 꿈
한 대표의 목표는 제품 판매만이 아니라 이를 넘어선다. "25년만에 큰맘 먹고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경제적 성공보다 제가 가져온 이 제품이 정말 많은 분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분들에게 작은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는 고향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지역 내 소외 계층을 위한 후원 활동에 참여하고 창업에 어려움을 겪는 주변 동료 기업가들에게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따뜻한 바이오'라는 평판을 쌓아가고 있다.
그의 미래는 투명한 음료 한 병과 함께 한다
"풍문불여일견(風聞不如一見)이라고 하잖아요.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는 모든 음주 애호가와 건강이 걱정되는 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큰병이 나서 치료에 큰 돈을 들이기 전에 건강할 때 미리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제 작은 제품이 그 지혜의 첫걸음이 되길 바랍니다. 고향의 모든 분들을 비롯해서 모든 분들이 건강하게, 행복하게 100세까지 사시길 꿈꿉니다."
해가 지고 창밖의 연길 시내에 불이 켜진다. 한영화 대표는 여전히 사무실에 앉아 다음 날의 일정을 확인한다. 그의 책상 위에는 여전히 투명한 병에 담긴 개운탕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상품만이 아닌, 20년의 세월을 건너 고향에 뿌리내린 그의 꿈이자, 모든 사람에게 건강한 내일을 선물하겠다는 의지이자 약속이다.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한 그의 도전은 이제 고향이라는 무대에서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그의 질주는 고향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위해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강빈 길림성 특파원, 류설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