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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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혈연을 넘어선 인연- 유미화

2025-12-11 16:43:01

1987년 12월 중순, 늦가을의 서늘한 바람이 교정을 스치는 오후였다. 나는 오늘도 긴장감 넘치는 수업을 마치고 홀로 일본어 교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이 학교와 한참 떨어진 거리에 있고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타는 자전거도 탈줄 몰라서 늘 도시락을 들고 다녔다.

점심을 재빨리 먹어치우고 세면대에서 양치를 하던중 한 교연실의 련순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서더니 나를 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머, 유화 선생님! 손오공도 아니고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방금 전 조선식당에서 식사하시는 걸 봤는데, 옷은 언제 갈아입으셨어요?” 련달아 쏟아지는 질문에 나는 당황스러워 손을 저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저는 방금까지 여기서 도시락을 먹었는데요. 옷도 갈아 입은 적이 없어요.” “아유 유화 선생님이 거짓말도 하시네요? 오늘 보니 참 이상해요.” 련순 선생님은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 기묘한 일이 벌어진 며칠 후 나와 련순 선생님은 다가오는 설날을 준비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리용해 무역상점에 가기로 했다.

두 사람은 정겹게 수다를 떨며 거리를 걸었고 상점 안은 명절 준비로 분주한 사람들과 형형색색의 물건들로 북적거렸다. 2층 녀성복 매장으로 올라가려고 계단 입구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우리는 앞의 광경에 얼어붙고 말았다. 나와 똑같은 체격, 똑같은 얼굴 윤곽을 가진 또래 녀성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넋을 잃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니 오른쪽 볼에 있는 연한 일원짜리 동전잎 모양의 점까지 똑같았다. 련순 선생님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녀가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후였다.

“아, 그래! 며칠 전 조선식당에서 본 녀자가 바로 저사람이구나! 세상에 이렇게 똑같은 사람이 있을 수가 있을까요?” 련순 선생님의 떨리는 목소리에 나 역시 할 말을 잊어버렸다.

그날 밤 집에 돌아가서는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이 신기한 일을 말씀드리려 했지만 늘 반주임을 맡고 있어 낮에는 학교 일로 바쁘고 저녁에는 가정 부업으로 바쁘다보니 어느새 그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 후로도 평범한 일상이 이어졌다. 낮에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씨름하고 밤에는 부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매일이 소중하고 행복했다.

그날도 지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도착했을 때였다. 사랑하는 남편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설레여 문을 여는 순간 나는 또다시 현실같지 않은 광경 앞에서 경직되고 말았다. 남편과 그녀가 나란히 서있었던 것이다. 꿈 속같은 현실에 눈을 비비고 또 비벼도 그녀였다. 나는 문을 박차고 집을 뛰쳐나왔다. 뒤에서 남편과 아이가 부르는 절규같은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가 버스 정류장에서 부모님 댁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에 몸을 맡겼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야경을 바라보며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겨우 진정된 마음으로 부모님 댁에 당도하자 부모님은 혼자 찾아온 나를 보고 깜짝 놀라셨다. 결혼 후는 언제나 남편과 함께 다니던 내가 처음으로 홀로 나타났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부모님의 다급한 재촉에 오늘 저녁에 목격한 충격적인 상황을 털어놓자 아버지께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씀하셨다. “사위가 낯선 녀자를 집에 데려올 때는 반드시 깊은 사연이 있는 법이다. 남자는 아무리 다른 녀자에게 마음이 간다 해도 함부로 집에 데리고 오지는 않는단다. 네가 이렇게 뛰쳐나온 건 성급했어. 래일 우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 보자.”

이튿날 새벽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조심스럽게 집으로 돌아갔다. 남편과 아이가 소박한 아침상을 앞에 두고 있었다. 아이는 할아버지를 보고 기뻐 날뛰였지만 부모님은 평소와 달리 엄숙한 표정으로 남편에게 그녀의행방을 물으셨다. 남편은 침착하게 답했다. “그 분의 이름은 순이고 페병을 앓아 얼마전 입원했던 환자입니다. 유화와 너무나 닮아서 어제 집으로 모시고 와서 상황을 파악한 후 부모님께 모셔가려 했는데 유화가 오해를 해서 어제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부모님은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한 후 “어서 병원에 가보자”고 하셨다. 가는 길에 엄마는 오래동안 간직해온 이야기를 꺼내셨다.

“사실은… 유화는 쌍둥이로 태여났단다. 유화는 늘 병치레를 해서 깡마르고 약해 보였지만 동생은 또렷한 쌍꺼풀에 통통하고 사랑스러워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안아주군 했지. 어느날 엄마가 둘을 손수레에 태우고 시장에 나물을 사러 갔다가 돌아올 때… 동생을 깜박 잊어버렸단다.” 엄마의 목소리가 떨렸다. “겨우 다섯달이 된, 해죽해죽 귀엽게 웃던 그 아이가 순삭간에 사라진거야. 엄마는 너를 아는 사람에게 맡기고 시장을 울면서 찾아 헤맸지만 끝내 찾지 못했고 파출소에 신고해도 소식이 없었어. 그렇게 수십년이 흘러서 이제야 희미한 실마리가 생겼으니…” 

남편을 따라 입원실로 갔지만 순이는 이미 어제 저녁에 퇴원했다는 소식만 들을 수 있었다. 병원에 기록된 주소를 찾아가니 그 곳은 그녀의 집이 아니였고 그녀의 남편이 한달 전에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만 전해 들었다. 다른 주소를 물어보니 로두구진에서 한참 떨어진 농촌 지역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위치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부모님은 깊은 실망감에 젖어 집으로 돌아오셨고 우리 가족은 그 일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후 남편이 주소를 알아냈다고 해서 우리는 서둘러 떠났다. 하필 전날부터 눈이 펑펑 내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뒤덮인 날이였다. 로두구진에 도착하니 폭설로 인해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서 우리는 눈길에 발이 푹푹 빠지며 무려 세시간을 걸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순이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지 않았다. 차가운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우리가 어쩔줄 몰라 하고 있을 때 순이의 오빠 네명이 나타났다. 알고보니 순이가 얼마 전 연변병원에서 페병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고 남편이 세상을 떠난지 몇달밖에 안 되여 오빠들이 와서 위로해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오빠들은 우리의 사연을 듣고 각자의 의견을 내놓았다. 셋째는 랭정하게 말했다. “아무리 닮았다고 해도 우리집에서 남의 아이를 키울 리유가 없습니다. 자식이 네명이나 되는데 왜 남의 아이까지 키우겠습니까?” 

하지만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큰 오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 어릴 적 기억인데요… 부모님이 어느날 예쁜 녀자아이를 안고 오시더라고요. 저는 궁금해서 ‘엄마 배도 안 나왔는데 어떻게 동생이 생겼어요?’라고 물었죠.”

둘째도 거들었다. “맞아요. 저는 ‘갓난아기는 눈도 제대로 못 뜨는데 이 애는 왜 이렇게 예쁜가요?’라고 물었지요. 부모님은 ‘아이가 갓 태여나서 너무 아파서 시내 친척집에 맡겨 치료받고 돌아온 거다’라고 말했어요.”

오빠들이 모두 친동생이라고 주장하자 더 이상 머물 리유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큰 오빠가 “래일이 일요일이니까 오늘은 여기서 쉬시고 래일 돌아가세요”라고 강력히 만류했다.

저녁이 되자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보신탕과 닭고기, 찰떡까지 마음껏 배불리 먹고 이튿날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께 이 모든 과정을 말씀드리니 부모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그 집도 아이들이 많아 자기 자식 키우기도 벅찬데 남의 아이를 키울 여유가 없었겠구나.” 이렇게 모든 일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몇달 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도시락을 싸지 않아 점심을 사러 학교 대문 밖으로 나서는데 “언니”하는 간절한 부름이 들려왔다. 순이가 대문 앞에서 나를 향해 달려와서는 꽉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말했다. “우리가 돌아간 후에 고모가 소식을 듣고 찾아와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어요. 모두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순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진실을 털어놓았다.

“양부모님이 훈춘으로 친척 회갑연에 갔다가 시장에서 해죽해죽 웃고 있던 저를 보고 마음이 끌렸대요. 양부모님은 생글생글 웃는 저의 모습에 끌려 그만 저를 안고 달아나버렸대요.” 그녀의 목소리가 더욱 떨렸다. “양부모님은 몇번이나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날이 갈수록 예쁘고 총명해지는 제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떠나보낼 수가 없었대요. 양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고모님께 당부하셨어요. 꼭 순이에게 친부모를 찾아주어야 한다고요.”

우리는 순이를 집으로 데려와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했다. 그날 밤 순이와 나는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꿈결같은 인연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런데 순이가 주춤주춤 하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언니, 제가 정말 녀동생일까요? 확실히 알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는 함께 병원에 가서 DNA 검사를 받기로 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결과가 나오지 않아 초조한 기다림에 지쳐갈 무렵 드디여 병원에서 련락이 왔다. 병원에서 온 소식에 가족들은 모두 말을 잃고 말았다. 혈액 검사 결과 순이와 나는 형제간이 아니였던 것이다. 순이를 안고 오열하던 어머니는 “왜…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며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순이는 처음에는 충격으로 말을 잃었지만 이내 얼굴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이렇게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지금까지 만난 모든 분들이 제 진짜 가족이예요.”

나는 순이를 꼭 안고 생각에 잠겼다. 인연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비로운 것이구나. 비록 혈육은 아니지만 이번 만남을 통해 생긴 깊은 뉴대감은 이제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기대와 당황감이 복잡하게 뒤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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