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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버지- 김혜자

2025-08-18 13:50:13

1


하늘이 쏟아진다

북륙의 눈보라가 와와 소리친다


마른 나무 흔들어대다가

얼어붙은 전보대 탕탕 두드리다가

바람벽에 이마를 쪼며 잉잉 울기도 한다


아득히 먼 서북쪽에서 우우 불어와

동남쪽으로 우야와야 고래고래

잠 잘 궁리 집어치라는 듯

쉴새없이 다그쳐댄다


그렇게 겨울밤은 깊어만 가고

고향 찾아 집 나가신 아버지

어디에서 떨고 계시는지

찾아헤매는 마음 바질바질 타든다



2


아버지는 여든 하고도 여섯

그 어려운 크고 작은 고개들을

잘도 넘으시더니

어느 고개목에서 정신줄 놓으셨는지

치매를 앓고 계신다


방금 밥상을 물리시고도

배고프다고 호통 치시고

짬만 나면 고향 찾아 가신다며

신발끈 동여매시던 아버지

눈 깜빡하는 사이

어느새 집 나가셔

어디론가 사라진 아버지


사람 찾는 전단지를 들고

번잡한 사거리를 배회하면서

드넓은 도시의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애달프게 부르는

아버지! 아버지!



3


아직 코물자국 마르지 않던 여섯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위고

배고파 우는 세살난 누이동생

등에 업고 밥동냥 다니던

울 아빠


아직은 어른들 앞에서

재롱을 부려야 할 나이에

가정의 대들보를 떠메던 아빠는

잔뼈도 채 굵지 않은 열여섯살에

돈 많이 벌어서 잘 살아보겠다고

금의환향의 꿈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가 십수년


살 터지게

뼈 부서지게

만신창이 되도록 일하고 일해도

가난한 사람 부자되는 세상은 아니였으니


더 나은 세상이 어디멘가

막연한 꿈을 안고 찾아온 만주땅

혼신을 다 하여 일궈낸 터전

궂은 일 마른 일 가리지 않고

청춘을 갈아 넣은 이 땅에서

마침내 덕망 높은 지역의

인민대표로 위풍당당


살아오신 80성상

오매불망 두고 온 고향 못 잊어

평생을 움켜쥔 그 옹고집

한복 바지저고리에 하얀 대님

두루마기 속에 꽁꽁 싸둔

충청도 사투리


- 싫어유

그 한 마디면 황소가 끌어도 꿈쩍 않던

- 알았어유

그 한 마디로 황소보다 더 억세게

일하시던 아버지



4


고향이 무엇이길레

세월이 무엇이건데


강산이 변한다는 십년이

한번 두번 서너번 일여덟번

그렇게 흐르고 바뀌고 변해도

고향 향한 일편단심에

실금 하나 가지 않았던

아버지


정신줄 놓은 환각 속에서도

용케도 더듬어낸 기억의 그 한쪼각

고향

고향

고향!


5~6년 춘하추동 고향 찾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헤매던 길

천리였을까

만리였던까



5


천신만고 끝에

다시 찾은 아버지

무너진 가슴에 얼굴을 묻고

이 딸이 불효하여 떠나시나요

흐느끼는 딸의 어깨 어루만지며


- 후유, 내가 고향 찾아 떠났다가

니들 고생만 시켰구먼그려

그 무거운 입 속에서

간신히 흘러나온 탄식소리

그리고 난생 처음 본

뼈 속까지 스며드는

아버지의 피같은 눈물



6


이제는 하늘나라 가셔서

오매에도 그리던 고향

마음껏 굽어보고 계시나요


그 한맺힌 설음

고향의 바다에

훌훌 털어버리셨나요


오늘도 태안 앞 바닷가

쑥 한 줌으로

쑥 내음 풀풀 날리시는

아아 우리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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