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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 "나의 글쓰기는 '하강하는 것'"

2022-11-02 10:48:05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아니 에르노(82살)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현지시간)에르노를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개인적 기억의 집단적 억제, 소외, 근원을 파헤친 그의 용기와 랭철한 예리함"을 노벨문학상 선정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프랑스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2014년 소설가 파트리크 모디아노 이후 8년 만이다.

"우리는 작품 자체와 문학적 질에 집중한다. 지난해 수상자는 비유럽인이였고 올해 수상자는 녀성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아니 에르노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한 직후 이렇게 설명을 붙였다. 문학적 성취를 강조하면서도 페미니즘, 성 문제에 천착해온 녀성 작가를 선정한 리유를 명확히 밝혔다.

프랑스 릴본에서 태여난 에르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루앙대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옷장'으로 등단했다. 이후 '남자의 자리', '사건' 등 개인적 경험을 통해 사회구조를 파헤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스스로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2001년 펴낸 대표작인 장편소설 '탐닉'에는 허구가 없다. 작가는 자신이 련인과 만나고 헤여지기까지인 1988년 9월부터 1990년 4월까지의 일기를 공개했다. 이 일기를 쓸 당시에도 에르노는 이름난 작가였으며 련인은 35세의 파리주재 소련 대사관 직원이였다. 에르노는 작가들의 소련 려행을 수행하던 련인과 레닌그라드에서 하루밤을 보낸 뒤 파리로 돌아왔고 련인이 소련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내연관계를 이어갔다.

그는 사회적으로도 금기시되는 주제에 천착했다. 임신 중절 경험, 로동자 계층의 빈곤, 문화적 결핍, 가부장제적 폭력, 부르죠아의 위선, 성적 억압 등에 대해 문학적 실험을 이어갔다.

2002년 출간한 장편소설 '집착'에서 그는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추한 모습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나'는 스스로 련인을 떠났다가 곧 련인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기자 집착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고백했다. 2020년 발표한 단편 선집 '카사노바 호텔'에서도 폭로는 이어진다. 이 작품에서 현실에 지친 '나'는 오랜만에 옛 애인을 만나 근처의 카사노바 호텔로 향한다. 어머니의 병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지만 '나'는 애인과 카사노바 호텔에서 사랑을 나누는 파격적인 서사가 펼쳐진다.

폭로를 통해 그가 그려내려 한 건 구원이다. 소상인의 딸로 태여나서 렬등감과 자기혐오부터 내면화해야 했던 자신을 구원해준 것이 바로 문학이였다. 이런 자기 폭로를 통해 독자에게 공감과 련대감을 불러일으키려 했다. 모든 버림받고 소외당한 이들을 살아있게 해준 것이 글쓰기라고 그는 고백한다.

처음 기성 문단은 "에르노의 작품을 과연 '문학'이라 부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폭로로 점철된 '로출증'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르노의 문학적 도전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평단으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은 그녀의 책은 2008년에 출판된 '세월'이다. 이 작품은 2차세계대전이 끝날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과 더 넓은 프랑스사회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이전 책들과 달리 이 책에서 에르노는 '나'가 아닌 '그녀'라는 3인칭 캐릭터를 썼는데 이 책으로 그녀는 수많은 상과 영예를 안았다.

이야기 속 '그녀'는 아니 에르노 자신이면서 동시에 사진 속의 인물, 1941년부터 2006년까지 프랑스의 사회를 바라보는 녀성의 시각이고 '우리'와 '사람들'은 언급된 시대 속에 형체 없이 숨어버린 조금 더 포괄적인, 비개인적인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삶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을 설명하는 것을 추구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회고 작업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책 속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세대의 이야기 속에 위치시키면서 개인의 력사에 공동의 기억을 투영하여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비개인적인 자서전'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탄생시키며 커다란 문학적 성취를 이뤘다.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글쓰기를 '하강하는 것'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제자리에 서서 흘러가는 것들을 쓰다듬거나 지나간 것들을 불러들이는, 즉 회상의 과정이 아닌 시간의 결을 스스로 거스름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 적힌 모든 언어는 하강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거기에는 시간이란 한쪽으로 기울어져 흘러가버리거나 사라지는 것만이 다가 아닌 어딘가에 쌓일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세월이라는 믿음이 필요할 것이다. 다치고 깨지고 풍화되나 단단하게 쌓여가는 층들, 그녀의 언어는 그것을 하나씩 더듬으며 하강한다.

/중화독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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