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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에 어울리는 인문도서들

2022-10-28 09:29:44

'독서의 계절' 가을이 성큼 찾아왔다. 서늘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사각사각 책장 넘기는 소리가 익어간다. 올 가을엔 손에서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책 읽기에 빠져보는 건 어떨가? 로동, 질병과 삶, 창작, 문학비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옌센의 '가짜 로동', 책은 우리 사회에 금기시됐던 하는 일 없이 바쁘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랑비하는 일 즉 가짜 로동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저자는 가짜 로동이 무엇이고 어떻게 우리의 과잉 로동을 불러왔는지에 대해 깊숙이 탐구한다. 실질적인 통계자료외에도 로동 전문가와의 대화, 다양한 조직에서 가짜 로동을 깨달은 사람들의 솔직한 인터뷰를 통해 왜곡돼있던 로동의 실체를 만날 수 있다.

덴마크 인류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저작들을 남긴 인류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와 철학자 아네르스 포그 옌센은 이 책에서 자신들의 로동, 문화, 정치, 력사, 사회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로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관점을 제시한다. 크게 '사라진 시간', '사라진 의미', '시간과 의미 되찾기'라는 세 파트로 구성되여있으며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마주할 법한 다양한 로동의 문제를 조명한다. 또한 문제를 밝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짜 로동에서 벗어나 진짜 일을 하며 로동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용기 있는 대안들도 제시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로동에 가지고 있었던 왜곡된 인식과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서 클라인먼의 '우리의 아픔엔 서사가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환자들 증상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 의미가 긴밀하게 얽혀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질병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의미를 지니며 그 속에는 우리만의 삶의 궤적이 담겨있다. 증상과 질병의 리면에 숨어있는 특히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호소하는 고통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결국 즉각 고통을 완화해주는 마약성 진통제보다 환자와 그 가족이 겪는 고통의 경험을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의미 중심의 '느린 의학' 접근 방식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환자의 경험에 집중하고 심각한 질병을 떠안은 채 살아가야 하는 삶의 실상과 그 고통을 현장에서 본 시각으로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이 책은 1988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후 현재까지 미국내 여러 의과대학에서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의료인들은 물론 환자와 그 가족들까지도 세대를 뛰여넘으며 읽는 책으로 30여년이 지난 2020년에 개정판이 출간될 정도로 의료계 전반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허리 통증, 관절염, 천식, 당뇨, 심장병, 암, 만성통증, 만성피로, 우울증 등 만성적인 질환을 힘겹게 겪고 있는 20여명의 환자들 이야기를 생생한 인터뷰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안젤라 애커만, 베카 푸글리시의 '딜레마 사전', 공들여 창조한 캐릭터에게 고통과 시련을 안겨줄 온갖 갈등 상황과 딜레마 양상을 집약한 재미 있는 작법서이다. 현업 작가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온 안젤라 애커만과 베카 푸글리시의 ‘작가를 위한 사전’ 시리즈 신작으로 쟝르 불문, 이야기군의 책장에 한권씩 꽂혀 있어야 할 긴요한 가이드북이다.

시선을 붙잡는 스토리의 필수 요소, 바로 갈등에 빠진 캐릭터이다. 마음을 사로잡는 캐릭터는 이야기 속에서 언제나 크고 작은 위기에 빠진다. 목표를 가진 캐릭터가 적수와 대적하고 선택 앞에 번민하는 장면들이 촘촘히 이어질수록 이야기의 몰입도는 더욱 높아지기 마련이다.

인물이 겪을 수 있는 갈등과 딜레마의 류형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책은 생동감 넘치는 스토리 창작에 반드시 필요한 갈등 설정의 기본기와 시나리오를 친절히 안내한다. '사랑하면 안될 사람을 사랑하게 되다', '부정부패를 목격하다', '내기에 지다', '모두를 구할 수는 없게 되다'와 같이 캐릭터를 궁지로 몰 만한 110가지 갈등 류형을 풍부하게 제공한다. 각 류형마다 예상 가능한 캐릭터의 행동 패턴 및 심리적 특성 등 장면에 바로 적용해보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례 또한 가득하다. 더불어 서문은 대중적인 영화와 소설을 사례로 들며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의 차이 등 캐릭터의 딜레마를 창조하고 처리해야 할 작가의 기본기를 꼼꼼하게 다져준다.

산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의 '다락방의 미친 녀자', 1979년 이 책이 출간된 뒤 40여년 동안 문학장에는 몇번의 대지진이 일어난다. 포스트구조주의, 신력사주의, 퀴어 리론, 포스트식민주의 등 다양한 문학리론들이 교차하고 분기하는 과정에서 이 책은 맥락에 따라 높이 추앙받기도 하고 가차없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이 책은 하나의 거대한 상징으로 자리매김했고 영미문학 담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전이 됐다는 사실이다.

저자들은 많은 비판의 위험을 무릅쓰고 '녀성문학 다시 읽기'라는 여태껏 이루어지지 않다 싶이 했던 작업을 시도했다. 누구나 수긍 가능한 안전한 문학 리론과 작품 분석을 내세우는 것보다 중요했던 저자들의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은 것이였다. '남성 중심의 문학사에서 녀성 작가들은 어디에 위치해있는가?' 그리고 '녀성 작가들의 작품에 거듭 나타나는 감금과 탈출 이미지, 미친 분신이 온순한 자아의 반사회적 대리인으로 기능했던 환상, 얼어붙은 풍경과 불길에 싸인 실내에 나타난 육체적 불편함에 대한 은유-이 모든 것의 근원, 불안을 리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물음은 기존의 문학사에 의존해 말을 짜나가는 것으로는 결코 해명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두 저자는 독자적인 관점을 들여온다. 

/중화독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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