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왔을가? 눈매 고운
저 어린 것은
얼굴에 2만개의 눈을 달고
인간의 숲 속을 비집고 들어서더니
사람의 흉내를 내며
바람의 광장에서 너펄거리며
거품의 행복을 노래부른다
잠자리가 술을 마신다
잠자리가 인간을 마신다
잠자리가 날개를 버리고
거짓의 옷을 입고 춤을 춘다
세속의 늪에 빠진
저 잠자리는 어디서 온
나그네인가?
신록
갓 태여난 아기같다
죄꼬만 목숨은
죄 하나 없이
순결하구나
이제 세상밖으로 나와
소음과 먼지바람 들쓰고
때론 시새움의 칼날에
피도 흘려야 하겠지만
그게 모두 산자의 숙명이니
두려워 말고 떳떳하게
늘 꿈 푸른 웃음으로
지구의 한모퉁이
단장해 주옵기를
속도의 미학
삼륜거가 강변길을 달린다
천천히 간다
비닐로 대충 갓을 씌운
낡은 전동차인데
그 차를 운전하는 칠순 로인은
무척 행복해보인다
소수레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달린다
가면서 주변의 풍경을
맘껏 감상하니
이 아니 좋은가
슬그머니 부러운 생각이 든다
나도 저런 차를 타고
세상을 주유하고 싶다
달팽이만한 속도로
문득
잔별 많은 밤하늘 보니
문득 엄마가 그립다
엄마가 저 하늘 끝에서
날 부르며 달려오실듯
무수한 후회가 화살이 되어
내 가슴을 찌르는데
받기만 하고
미처 돌려주지 못한
그 사랑 애달파
멀거니 천공을 응시하며
행여 엄마가 오시나
기다린다
엄마는 지금
어느 별에 살고 계실가?
가랑비
오는듯 마는듯
내리는 비에
첫 여름이 으스스
몸을 떤다
행여 신록의 치마가
흠뻑 젖을라
사뭇 두려운가봐
안개처럼 살며시
숨어서 내린다
올듯이 말듯이
머뭇거리는
너의 마음처럼
우박
개아미들이 놀라 달아난다
바람이 마구 아우성친다
풀들은 몸을 낮추고
하늘은 잔뜩 화가 나있다
이상한 욕설이 마구 떨어지니
나무의 허리가 부러지고
나무와 나무 사이로
눈물의 강이 흘러간다
밤벌레
갑자기 떨어진 별똥별에 맞아
밤벌레의 다리가 부러졌다
반주곡도 없이 부르던
서러운 노래가 부러졌다
세상 일은 예측할 수 없는 것
밤벌레가 별똥별과 충돌하듯
하늘에서 어떤 재난이
내 머리우에 떨어질지 모른다
이슬
새벽에 울고 있는
풀을 보았다
풀은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진주같은 방울이
하늘을 닦아
해를 불러내고 있었다
이슬은
조물주가 흘리신
눈물인가봐
내 속에 고래가 산다
보이잖는 파도가 바위를 친다
작은 쪽배는 전쟁처럼 흔들린다
바다의 시계는 멈추었고
갈매기는 어디론가 도망쳐버렸다
갈데없는 바다가 내 속에 피란왔다
고래도 따라왔다
내 속에 고래가 산다
고래보다 더 큰 고래가
마음의 귀
마음에도 귀가 있다
들리지 않는 소리가 들리니
참 이상하기도 하다
마음으로 들으면
별들의 노래소리 들리고
돌들의 하소연이 들리고
강물의 통곡소리 들린다
마음에도 귀가 있다
들어서는 안 되는 소리를 들으니
참 미안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