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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호접협 금사강에서 (외 4수) - 남송화

2026-06-03 15:04:09

설산이 내려준 금사 강물
장강의 기적이 시작되는 곳
첩첩 협곡을 물리치고
호랑이 한마리가 포효한다


깊은 골짜기에 부딪치며
춘하추동의 거친 세례를 마치고
하늘에 닿으려는 듯
땅을 흔들며 포효한다


천 길 낭떠러지 사이로
굽이쳐 흐르는 푸른 빛
하얀 비단 두른 은하수가
협곡을 따라 내려오는구나


굳게 닫힌 산마저 가르고
파란 피가 용솟음치며
어머니의 포근한 품에 안기려
동으로 동으로 달려간다



대리에서


창산을 휘감던 흰 구름
바이족 아가씨의 허리띠에
살며시 내려안고
이해(洱海)의 파문에
부서져버린 수만개의 달빛
흘러간 옛말 읊조린다


문헌루로 스치는 바람이
천년 남조의 사책 넘기는데
나비샘 가에서 들려오는
삼현금 타는 소리에
꽃잎들이 한장한장의
오선보가 되여 흩날린다


고성의 돌담길에 등불 밝히면
오화루앞에 앉아
노을을 자란(扎染)천에 담는다


달님도 둥근 이해의 밤
모든 이야기 물속으로 가라앉고
오직 바람만이
창산 십구봉을 넘나든다



청성산에서


찾아가는 길마다 고요가 흐르고
산 속의 푸르른 소리는
하늘 땅의 숨소리런듯
마음은 이미 푸른 자연에 취해있네


향연 피어오르는 대전 앞에
합장한 세속에 젖은 마음들
붉은 부적에 소원을 싣고
삼베 등걸에 운명을 걸쳤구나


문턱너머로 현세의 괴로움 벗어나고
지붕 끝으로 선계의 리치 스며드는데
공자도 머리를 끄덕이던 그 뜻
오늘도 향불 속에 피여오르네



옥액폭포를 바라보며


은하수 쏟아지는 구름길 따라
고운 빛 갈기갈기 흩날리며
선녀의 흰 비단 펼쳐진다


누가 하늘 문 열었을가
옥빛 술잔 기울이니
솔가지엔 구슬이 영글고


청풍에 실려오는 옥피리소리에
봉우리마다 취한듯
푸른 파도 출렁이며 춤을 춘다



구채구에 부치는 노래


파란빛을 조용히 몸에 두른 련꽃
오색기발 부르는 옛노래에 귀기울인다


옥판에 진주알 튕기며
쏟아지는 은방울 폭포는
만년설이 녹여주는 청량한 선물인가
거울호수에 마음을 맑게 씻고
오화해의 색채놀이 동화속으로 들어가고 싶구나


채색물감으로 가을숲을 붓칠하며
은하수길 따라 걷는 선녀의 걸음마다
에메랄드빛 실크 펼쳐지니
바람마저 들킬세라 숨죽이고 도망친다


구채구 떠나면 물 보기 싫어질가봐
빼앗긴 혼 가슴에 꼭 끌어안고 떠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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