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장막 드리운 듯
독을 잔뜩 머금은 살모사인 듯
몸을 웅크린 대한의 밤
길가의 나무들은 꼿꼿이 서서
삼동 추위가 누구를 해칠가 봐
뾰족한 가지를 빼들고
초병마냥 거리를 지키고 서있다
그래서 대한날 밤은 평화롭고 고요해
별들은 시름놓고 나와 놀고
강물이 하는 말 들어봅시다
그동안 나는 너무 좋았댔소
꽃구경도 실컷 하고
산경치도 실컷 보았댔소
흥이 나서 사진도 찍었고
큰 산도 몸에 싣고 다녔다오
찰랑찰랑 출렁출렁 쏴쏴
여러가지 소리도 웨쳐보고
찰싹찰싹 돌멩이 뺨도 때려놓았지
그땐 나는 까불쟁이 멋쟁이 힘장수였지
그런데 웬걸
추위란 놈이 살금살금 다가오더니
나를 야금야금 묶어놓칠 않겠소
그러다가 불시로 겨울놈이 무섭게 덮쳐 들더니
나를 꼼짝 못하게 꽁꽁 묶어놓칠 않겠소
어이구 인젠 어쩌겠소
난 완전히 자유가 없어졌다오
그래도 겨울놈은 나를 죽이지는 않고
얼음으로 땅땅 굳어지게 했댔소
그도 그럴것이
얼음이 되여도
깨지는 소리 크게 못내는
모자라는 놈이니깐
동강의 얼음 깨여지는 소리는
요란하게 내여 성풀이라도 하는데
야, 이것 보우
온 몸이 다 차겁게 굳어졌소
인젠 말도 못하겠구만
후유 답답
편지
단풍잎이 바스락거리며
편지를 쓰고 있다
가을 하늘에 있는 별이
편지를 받고
눈 깜박이며 조용히 보고있다
그 편지에는
무슨 이야기가 씌여졌을가
나무 꽃 벌레 새들의 이야기가 있을가
영희 옥이 철수 이야기를 전했을가
깊어가는 이 가을 밤에
나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내고 싶다
전화번호를 지우면서
핸드폰에서 그 전화번호를 지워야 했다
손이 닿는 순간 떨린다
갑자기 번호가 희미하게 보이더니
왈칵 눈물이
비가 되여 쏟아진다
따르릉 따르릉
이 소리는 엄마한테서 걸려오는
생명의 소리가 아니였더냐
엄마의 사랑이 전해오는 신호음이 아니였더냐
헌데
나는 지워버린다
엉엉 통곡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