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락 길목에서
목을 길게 빼들고
눈을 반짝이며
우뚝 서있는 그 눈빛은
더없이 은은하고 정겹다
회색빛 땅거미가 젖어들고
어두움이 몰려오는 순간
마술처럼 신비하게
하나 둘 눈을 뜨며
거리를 깨운다
어둠 속으로 찾아드는 밤길
땅거미보다 먼저
어둑새벽보다 늦게
나를 기다리며 이 밤도 두눈 뜨고
살 에이는 소슬바람 속에서
쓸쓸히 골목길을 더듬어가며
발걸음 하나하나 세여보는
사랑의 파수군
칠흙같은 어두움에
고독이 파도처럼 밀려들고
거친 비바람 부딪칠 때면
달랠길 없이 외로와도
수년을 하루같이 한 밤내
경건하게 서 있는 빛의 선구자
고개 숙인 가로등이
벌건 눈알을 비비며
밝아 오는 아침을 맞아
잊을 수 없는 수많은
사연들도 상처난 꿈도
아침 이슬에 묻는다
그리움
비뿌리는 하늘을 봐도
비를 맞는 나무를 봐도
늘 그리움이 젖어드네
그리움 참지 못하고
마냥 눈물만 앞을 가리운다
샘물처럼 가슴 한곳에서
솟아나는 그리움
이러다 내 가슴에 홍수지겠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얼굴
이제는 잊자고 눈물 씻어봐도
내 마음은 어쩔줄을 몰라
그리움으로 시를 써서
하늘에 띄워본다
슬프게 뛰던 심장에
그리움이 자꾸만 박동치는데
허공을 향하여 절규하면
답답한 마음 뻥 뚫릴가
2월이 띄우는 편지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말은 없을 것입니다
하루나 이틀 꽉 채우지 못해
2월은 초라합니다
1년중 가장 초라한 2월을
당신이 찾아 오신다니요
너그럽게 허락하시는
그대 안부가 그립습니다
매화꽃, 산수유 눈 비비는 소리
연두색 소망이 가지우에 돋치며
2월이 루추하지 않는 리유는
‘겨울아 안녕!’하고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몸집은 작아도 마음은
무지무지 크고 착한 2월에는
바람꽃 일렁이는 훈풍에
봄날이 문이 활짝 열립니다
봄을 보내는 아쉬움
진향처럼 스며드는 꽃잎의 속삭임
바람에 실려 멀어지는 봄의 그림자
한송이의 시간이 손끝에서 녹아내려
돌아가는 계절의 숨소리를 듣는다
마지막 제비꽃은 입술을 깨물며
노래를 멈추고
푸르던 하늘은 여름의 문턱에 기대여
스민 그리움을 달래듯 흔들린다
아직 덜 그린 꿈처럼
희미해지는 봄의 륜곽
떠나는 발걸음에
미처 전하지 못한 말들이
잎새우에 이슬로 맺힌다
바람결에 실린 봄의 향기
한줌의 추억으로 갈무리하며
종이학처럼 접힌 추억이 강물우에 뜬다
저 멀리 푸른 강물은
시간의 실타래를 풀어
붉은 노을에 녹아든 미완의 노래
리별은 잎새우에 이슬로 맺힌다
나는 말라버린 꽃잎을
책 속에 눌러 두고
다시 피여날 그날을 기다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