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먹는대로 늙는다.”
이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수치, 국제 학술지에 실린 각종 연구 결과가 이를 뒤받침한다.
유목민족인 몽골인의 식탁은 붉은 고기와 유제품이 주를 이룬다. 채소와 과일은 식단 뒤자리에 머문다. WHO 통계에 따르면 몽골의 기대수명은 약 70.9년, 건강수명은 61.3년이다. 평균적으로 10년 가까이를 질환과 함께 산다는 의미다. 영양학적으로 포화지방과 나트륨 과다 섭취, 항산화 식품 섭취 부족 등이 심혈관질환·뇌졸중 발생 위험을 높이는 전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인은 어패류 중심 식습관을 갖고 있다. 생선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 해조류와 콩류의 식이섬유, 록차의 폴리페놀은 항산화 효과를 낸다.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과 ‘BMJ(영국의학저널)’ 등에 보고된 연구들을 보면 이러한 요소들이 심혈관질환 사망률을 낮추고 대사질환을 억제한다. 그 결과 일본 기대수명은 84.4년, 건강수명은 74.1년으로 세계 최상위다. 일본은 ‘병 없이 오래 사는 모델’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은 아이러니하다. 첨단 의료기술과 막대한 보건의료 지출에도 기대수명이 78.4년에 그친다.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의 일상화, 즉 고열량·고당·고지방 식단 위주 식습관이 비만을 야기하고 당뇨와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진 결과다. 미국의 성인 비만률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돌며 이에 따른 사회적 부담은 세계적 수준이다. “잘못된 식습관이 의료 진보를 상쇄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또 다르다. 이른바 ‘지중해식 식단’을 구성하는 건 올리브유의 단일불포화지방산, 신선한 채소와 과일의 항산화 성분, 견과류의 미네랄 등이다. 저명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유명한 연구(PREDIMED·지중해식 식단으로 예방하기)는 지중해식 식단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30% 가까이 줄일 수 있음을 립증했다. 그래서 스페인(기대수명 83.3년)과 이탈리아(83.6년)는 유럽 장수국으로 꼽힌다.
과학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국가별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는 식습관·환경 요인에 크게 좌우된다. 즉 접시우의 선택이 곧 건강수명 통계로 이어진다. 오늘 저녁 메뉴부터 채소를 늘이고 나트륨은 줄이고 좋은 지방을 선택하는 작은 변화가 10년 뒤 삶의 질을 바꾼다. 음식은 문화이자 과학이며 무엇보다 건강수명의 열쇠다.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