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사뿐 초록색 치마를 날리며
언덕 넘어 봄이 오는 소리에
꽃들이 눈을 뜨고 수줍게 웃는다
만방에 퍼지는 싱그런 향기에
재채기하다가 깨여난
들판이 가슴을 활짝 연다
지종지종 은방울 굴리는 종달이
뭇산들이 성수나서 춤을 추니
바람에 상모댕이 돌아간다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둥기당 둥기당
하루해가 아리랑 고개를 넘는다
청명날
맛 좋은 산해진미 보따리
머리에 이고 지고
오불꼬불 산길 따라 온 식솔이
남산에 오른다
불어오는 봄바람에 가셔진
가없이 푸른 하늘
꽃구름 뭉게뭉게 피여나고
예조리 지종지종
가초하고 부토하여 새옷 입힌
부모님 령전에
음식상 차려놓고 절을 하며
새해인사 올린다
술 석잔 부어서 올리고
이야기 나누며
즐겁게 웃음꽃 피우니
꽃나비 날아옌다
타향에서 쇠는 설
누기찬 반지하 하숙집
곰팡이 냄새가
오늘따라 설음을 자아낸다
그리움 잔 넘치게 부어놓고
고향을 떠올리며
그림자와 더불어 설을 쇤다
마른 명태 안주에 찬 이슬
부어놓고 마시며
타향의 봄노래 부른다
지금쯤 터지는 폭죽소리
물만주 빚어놓고
온집 식솔 모여앉아 설쇠겠지
언제면 고향에 돌아갈가
타향살이 수십년에
파뿌리 떠이고 허리굽어
흐르는 세월에
지겨운 타향살이 눈물겹다
보름달 떠오르면
두둥실 보름달 떠오르면
부모님 생각에
깊어가는 밤하늘 쳐다본다
지금쯤 은하수 넘어 어디
무얼하고 계실가
사무치는 그리움에 눈물짠다
저달이 거울이면 얼마나 좋을가
쳐다보면 부모님
보고싶은 얼굴이 비끼게
어두운 밤하늘 쳐다보며
내가 찾는 별 두개 유난히
눈부시게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