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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바람 - 김동활

2025-09-18 15:16:29

하나~


몇번이나 물었던가?
빨래줄 틈새에서 기여나왔나?
남행 기러기떼의 그림자를 행낭에 넣었나?
장터의 플라스틱 천막은 쉴새없이 떤다
콩죽 파는 외침소리가 나를 부수고
꽈배기의 짙은 기름향기가 내 몸을 감싼다
먹다 남은 반쪽 순두부를 들고 달려가면
벽돌 틈새에 빠져든 설탕 찌꺼기는
개미들의 별자리가 돼버린다


누구나 내가 모든걸 나른다고 한다
빛을 가늘게 말아 창틈으로 집어넣으면
털내복을 짜는 할머니의 바늘 자국이 되고
비구름이 내 품속에서 굴러내리면
아래집 아줌마의 파란 옷깃에 젖어든다
꽃장사의 지게에 뭍은 시달콤한 냄새는
골목 끝 계수나무에서 날려오는 금가루가 되여
교복 입은 소녀 머리털에 달라붙는데…


하지만 난
어제를 기억하지 못하고
래일도 묻지 않는다
다만 지금은 오동잎 반쪽을 받쳐 들고
전신주에 매달린 광고지를 닦고있다
“하수도 소통연락 138XXXX”
비물에 번져진 먹물은
퇴색하는 구름처럼 얼룩진다


둘~


그들이 말하기를
“벽 없이 바람이 어디 있겠어?”
난 반박 안할 거야
물이 돌을 만나면 돌아가듯
나는 빛의 모서리를 둥글게 갈아갈 것인즉…
어제밤 타작마당의 대나무 키를 뒤집었을 때
달빛이 은조각으로 부서져 벼짚 더미에 떨어졌었고
올 아침엔 참새 부리에서 부서진 옥이 되지 않았나?
나는 깊은 바다에서 연어떼를 뒤집었고
그들의 비늘이 파도 주름에 빠졌을 때
어부 그물에서 반짝이는 비밀이 되는 걸 보았거든
높은 산에 올라 바위 틈에 민들레를 심었고
나중엔 꽃씨들이 도로를 날아건너
트럭 운전사의 재떨이에 빠져들어
그가 피운 한밤중의 이야기가 되는걸 보았었지
만약 내가 가는 걸음 멈춘다면–
모든 시계추가 허공에 얼어붙어
시침은 자기 꼬리를 물고 늘어질거고
빨래줄에 걸린 셔츠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개미들의 별자리는 호박으로 굳어져버리고
콩죽 파는 외침도 목구멍에 걸려
끝내 떨어지지 않은 비방울이 되겠지


그래서 난 멈추지 않을거야
광고판을 피하고
빨래줄을 피하고
모든 ‘응당’이란 모양새를 피해
그날이 오기까지 버티며
몸 속에 균렬이 생겨나고
유리 조각에 베여지고 쪼개져
조각조각마다
아무 창문의 한숨, 아무 잎의 한숨
아무 말하지 못할 말의 한숨이 되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고 싶어


셋~


이젠 천천히 숨죽여보자
속도를 가늘게 감아
찢어진 구름을 꿰매고
호흡을 가볍게 다독이며
벽돌틈새 개미의 발걸음을 세여본다
17보
18보
19보…


나는 왜 수천리를 헤매왔던가?
바람속에 숨어 있던 낡은 열쇠였구나
할머니의 털실 바늘 자국
아줌마의 파란 옷깃
계수나무를 열 수 있는 열쇠였네
내가 처음 골목을 지날 때
벌써 목에 걸고 있었던 걸


그런들 난 왜 여전히 헷갈리나?
“진리를 찾아서 뭐해?”
아마 진리는 낡은 손수건일 거야,
먼지 쌓인 문창을 닦아내면
음지의 이끼가 말하는 진실이 나올가?
“천천히, 더 천천히”


그래서 다시 출발해 보는거야
이번엔 빛을 쫓지도 않고
파도를 뒤집지도 않고
나 홀로의 그림자를 따라
꽃장수의 시달콤한 냄새를 따라
말하려 했어도 하지못한 말을 따라


이 순간 산정 사찰의 종소리가 나를 휩싸온다
부서지는 종소리엔
지난해의 눈
지금의 바람
내일의 조수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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