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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사랑은 핑크빛만 아니더라 - 리정희

2025-08-26 15:20:39

어릴 적 나는 동화책에서 읽은 사랑은 모두 핑크빛일거라 생각했다. 동화속 왕자와 공주처럼 모든 감정이 달콤하고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드라마에서도 남녀 주인공들이 아름답게 맺어진 사랑이야기들을 보면서 사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달콤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 사랑이라는 감정은 핑크빛보다는 훨씬 복잡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성인이 되여 겪은 사랑은 그런 단순한 색채로 설명되지 않았다.

사랑은 때론 재빛이다. 달콤했던 우리 결혼생활에서 서로의 날카로운 면에 상처를 받고 그 상처가 아물 때까지 기다리며 침묵을 지킬 때도 있었다. 다툼 후의 침묵에 미운 마음이 스멀스멀 피여 올랐다가도 어느새 사그라지는 그 순간들, 사랑은 상처와 치유를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도 끈질기게 이어지는 무언가임을 배웠다. 재빛 사랑은 상처와 화해의 반복이자 서로를 리해하고 용서하며 함께 생활할 때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사랑은 때론 푸르다.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할 때면 마음 속에 푸른빛이 흐른다. 화려한 감정의 기복보다는 깊은 신뢰와 편안함이 있는 색이다. 사랑의 푸른빛은 또한 편안한 공존이다. 지금의 우리는 다툼보다는 편안한 침묵이 더 많다. 우리는 함께 있을 때 꼭 대화를 하지 않아도 좋다. 남편은 텔레비전을 보고 나는 책을 읽으면서 한집에서, 같은 공간에서 쉬군 한다. 가끔은 그가 커피를 내려주고 나는 간단한 간식을 준비해 함께 티타임을 갖는다. 특별한 고백도, 반짝이는 프로포즈도 아니지만 그 순간 나는 이 푸른 사랑이 정말 소중하다고 느껴진다. 이런 작은 순간들이 쌓이면서 사랑이 꼭 설렘으로 가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이런 푸른빛으로 변한다. 처음의 불타는 설렘 대신 옆에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 서로의 침묵을 불편해하지 않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지는 관계, 핑크빛 만큼이나 이 푸른 안정감이 사랑의 진짜 모습이 아닐가 싶게 느껴질 만큼 그 속에 깊은 신뢰와 평온함이 스며들어 있다. 편안한 침묵,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는 여유, 오랜 시간 쌓아온 리해, 핑크빛의 설렘만큼이나 이 푸른 안정감도 사랑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사랑은 또 누렇다. 오래된 사진처럼 흐릿하게 번지지만 오랜 시간 함께한 추억이 주는 따스함이 있다. 함께한 계절들이 쌓여 노랗게 물들어가는 것처럼 익숙함 속에서도 새로운 감정을 발견할 때가 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은 누런빛이였다. 오래된 사진처럼 색이 바랜것 같게 느껴지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따스함이 있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다가가 말없이 손을 내밀면 할머니는 그 손을 잡고 일어나시군 했다. 가끔은 서로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금방 화해하며“원래 늙으면 다 그렇지 뭐”라며 웃어 넘기신다. 그들은“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 않았지만 수십년을 함께한 그들의 눈빛에는 깊은 정이 스며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의 관계에서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본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서로의 단점까지도 받아들이고 여전히 작은 배려를 잊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 시간 속에서 빛나는 누런빛인 것 같다. 사랑이 꼭 화려한 감정의 표현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오랜 시간 함께한 정, 희미해져 가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그 온기, 그것도 사랑의 한 형태였다. 누런빛의 사랑은 희미하지만 그 빛은 시간이 남긴 아름다움이다.

사랑은 진한 빨강처럼 타오르기도 하며 순백의 빛처럼 맑을 때도 있다.지금도 가끔 젊은 련인들이 거리를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게 보인다. 처음 만난 설렘, 손을 잡을 때의 두근거림,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는 그 순간들, 분명 그 감정도 사랑이다. 하지만 그 핑크빛 감정은 사랑의 시작일 뿐 전부가 아니라고 느껴진다.

사랑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색을 드러낸다. 다툼 후의 화해, 평범한 일상 속에서 피여나는 감사, 오랜 시간 쌓인 리해와 믿음, 그것들이 모여 진짜 사랑이 된다. 이제 나는 사랑이 핑크빛만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사랑은 때론 재빛으로 무겁게 내려앉기도 한다. 푸른빛 사랑은 차분한 신뢰이고 편안한 공존이며 누런빛 사랑은 희미하지만 따스하게 남는다. 핑크빛은 그 많은 색 중 고작 하나의 톤에 불과 했다.

핑크빛만을 꿈꾸던 젊은 시절과 지금의 나는 누군가가“사랑이 핑크빛이야?”라고 물어 본다면“아니, 사랑은 핑크빛만은 아니더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랑은 한가지 색으로 정의될 수 없는 살아 움직이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그 모든 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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