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갑산 두루 밟으니
록음방초 반가운 인사
시내물 맑은 노래소리
가슴을 한결 부풀게 한다
골골마다 꽃내움 풍기고
매미들의 구성진 떼창과
알락까치 청아한 목소리
귀맛좋게 메아리쳐 온다
숲 사이로 해살 쏟아지면
뭇새들 애틋한 련정으로
목청 돋구던 노래소리는
안개타고 가뭇 사라진다
변덕쟁이 심술 알길 없어
천둥소리 장마 몰아와
쏴-쏴- 성난 협곡 골물소리
숲의 설레는 소리 삼킨다
만물이 뜨거운 해살 맞아
혼절해 기진맥진한데
사각사각 억새 노래소리
허탈한 마음 달래간다
바람과 물이 상봉하여
청신한 바람을 잉태하면
가을의 그리움 탄생되여
계절의 빗장 열어 가리라
환고향의 향수에 젖어
백리벌 가리마 가르고
추억의 하천이 지즐대고
송아지 울음소리 정다운 곳
꿈 속에서도 잊지 못해 찾아간다네
천둥소리 하늘땅 진동하고
설한풍이 휘파람 분다한들
그리운 고향생각 깨드릴소냐
흑내음 진동하는 화전골
밤하늘 별과 눈맞춤하는
이슬처럼 함초롬한 얼굴들
하냥 눈앞에 선히 떠오른다네
검은 쌍태머리 춤추는 소녀와
맨발바람으로 해살 등지고
산전수전 가리지 않고 일하던 분들
청량한 달빛아래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던 날
고향산천은 두팔 벌려 안아주니
차마 꿈구는 것은 아니겠지
나그네 가는 길
바람따라 구름따라
정처없이 걷는 이 발길
나그네 가는 길 어디메냐
가고가도 끝이 안 보이는
일망무제한 산과 들판
별들은 사라져 칠야인데
외로움이 쌓이는 밤길
슬픔이 친구되는 밤길
흔들리는 발걸음 무겁네
눈귀는 아직 밝아
록수청산 눈에 부시고
뭇새 노래에 귀 호강하네
한구비 두구비 넘고 넘어
황혼을 바라보는 나그네
기약없는 래일은 어디로
야속하게 가고 또 걸어
세월도 나이도 밟고 지나
남은 건 읊조린 시구라네
아, 소리 높이 읊노라
록수청산처럼 깨끗하게
바다품처럼 넓게 살라고
달맞이꽃
싱그러운 향기 불러오는 노란 얼굴들이
달빛 속을 바장인다
저 멀리 언덕 너머
향기 머금고 웃음 날리는
여린 꽃잎들의 미소는
푸른 하늘아래 잔디밭에 불야성으로 쏟아진다
하얀 달님과
동그란 얼굴들이 어울려
사랑의 멜로디 연주한다
파아란 풀내음이
치마바람 일구며
노오란 웃음 까르르
에덴동산에 차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