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조으는 어느 새벽
어머니 팔목 꼭 잡고
쪽지게에 어린 아들 담고
건너온 두만강
강물에 만신창 된 육신 씻고
지친 세월의 애환 씻었다
소금알로 삼키는 한잔 술
설음 타서 마시며
가난을 이겨 내신 아버지
절절한 두만강 노래 부르며
한숨 모아 태우던 담배 연기
하늘을 그을리 듯
저 하늘 높은 곳
눈시울 아린 담배 연기 속에
아른거리는 아버지 모습
구름처럼 몰려 드는
아버지 생각에 소리쳐 부른다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머나먼 고향
장벽이 가로 막혔나
갈수가 없구나
가슴이 아려 온다
눈앞이 흐려 진다
망향의 설움에
내가 만약 바람이라면
바람타고 훨훨훨 날아
고향 하늘로 가련만
내가 만약 강물이라면
파도에 실려 유유히
고향으로 가련만
그리움이 사무치게
강기슭을 긁는다
엄마는 큰별
어두운 밤 하늘의
뭇별들 속에서 찾는
큰 별 하나
엄마 곁에 올망졸망 모여 앉아
옛말 들으며 자란 오남매
유난히 좋아했던 흥부전
흥부처럼 부지런해야
잘 산다던 그대의 부탁이
내 인생의 라침판 되였다
샘 솟 듯 끝없이 흘러나오던
흥미로운 이야기
오늘도 따스한 팔베개 베고
밤새며 듣고 싶다
쏟아지는 별처럼
내 가슴에 내려 앉는
은은한 목소리
하늘 축구장
장한 뜻 품고 뛰여든 축구의 세계
당찬14살 뽈개지 소년
삼복의 찌는 듯한 무더위와
뼈를 에이는 듯한 엄동설한 속에서
고된 훈련 이겨낸 맹수
동북호랑이 기운 받은 듯
치렬한 경기장에서
표효하며 날렵하게 슛 하면
장백산이 움찔하고
운동장이 떠나갈 듯
축구에 혼신을 다한 서른 다섯해
피타는 노력이 낳은
드라마같은 인생 이야기
기념비에 새겨진 그 이름
새별처럼 반짝인다
축구공 없이 못 산다는 오빠
오늘도 하늘을 운동장 삼아
해와 달과 노닐며
뒹굴고 있겠지
백우락
타향에서 만난 건반 친구
오늘도 살포시 너와 마주 앉는다
도레미파쏘라씨
건반에 손가락 닿을 때마다
지나가던 바람이 창가에서
말똥말똥 부러웁게 훔쳐본다
흰 건반이 외로움 달래니
찬란한 웃음 노래 되고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난다
아, 풍금아 너는 내 인생의
정음(正音)이고
내 텅 빈 마음을 채워주는
전음(全音)이다
너와 함께 가는 길
메마른 황혼 언덕에도
봄꽃이 소망처럼 피리
민들레 본색
돌밭이면 어떻고
바위틈이면 어떠랴
자리한 곳이 내 집인 것 을
해빛에 그을고
뼈가 휘여도 용케 버티며
해살같이 노랗게 웃는다
세상살이 험난해도
숨가쁘게 헤쳐온 나날
어느덧 눈부신 백발 되었네
이제 세월 따라 바람 따라
훌훌 털고 홀씨로 날으련다
겨울 지나 새 봄 오면
이땅에 다시 오련다
노란 별처럼 반짝이며
세상을 환하게 비추련다
매듭 풀기
꼬인 실타래 같은 가슴 속
응어리 어떻게 풀어 갈까
묶은 것도 자신이요
푸는 것도 자신이다
마음의 문 열고
라면 끓이듯 가슴에 불 지폈다
얼키고 설킨 사연들
면발처럼 쭈욱 풀어 가니
헝클어진 마음이 솔솔
막혔던 길이 못물터지듯 쏴
삶이 신바람 난다
인생에 대박이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