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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파꽃 (외 5수) - 김정권

2025-06-19 13:49:58

개울 옆에서

청개구리와 같이 알을 배였다

푸른 색은 그렇게 생겼다

구멍 난 이파리는

개구리 숨결 넣어 기워매고

개구리가 산란할 때

마디 하나로 푸름 올린 나팔관이

자궁밖에 임신을 하늘에 알렸다



꽃샘 추위



남의 집

처마밑에 달아맨

동태를 도둑질 먹다

주인의 비자루에 쫓겨

달아난 고이양이처럼

살차게 온다


와서는 개처럼

된욕을 얻어먹고

꼬리를 질질 끌며 달아난다



봄밤



봄앓이 하는 가시내야

달을 보고 졸지 마라

봄밤 한자락 쭉 찢어

짧은 허리에 감았다만

춘풍이불 혼자 덮고

삐죽이 나온 버선발의

숨은 꿈은 어찌할가나



매화



고 년, 참, 나만 보면

치마저고릴 벗어놓고

입술만 달랑 들고 오는 거 있지

와서는 내 입술우에서

콩콩 널뛰기 하는 거 있지

그리곤 때 아닌 때

폭설을 피하듯

코구멍 움막에 무작정 들어와서

불을 피워

움막을 태워버리는 거 있지


고얀 것 저 개자한 것 보지



꿈을 뜨다



코와 코를 맞붙혀 얽는다


너의 미소에 단침 묻혀

한코 한코 품앗이를 뜬다


나의 숨결로 너를 입히고

너의 향기로 나를 입힌다


목화의 꿈은 결실이라면

저 은실에 너와 나

푸른 욕망을 동여매이자



뜨개방



꿀 먹은 섶벌의 날숨으로

아지랑의 들숨 달달 꼬아

솔잎바늘로 코를 만들어서

울금향향기를 올올이 결어

석양의 풀잎에 입혀놨더니

꽃바람이 먼저 문패를 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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