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만한 점 하나가
웅숭깊은 아기 주머니 속에서
꼬물댄다
하루 이틀 한달 두달 열달
사랑 먹고 잘도 커서
남산만큼 부푼 몸뚱이
하늘 땅 맞붙는 산통끝에
아가가 울었다
엄마가 되는 순간에
드디여 울었다
아, 얼마나 보고 싶었던
아가였던가
하얀 젖가슴 내여주는 순간
기쁨의 눈물 구슬되여 쭈루룩
품 속의 귀여운 아가
잠자는 모습도 곱더라
엄마라는 이름 주었다
온 세상 통째로 선물 준
내 아가야
엄마의 초두부
수십년 간직해 온
엄마의 초두부 비결은
콩과 깨끗한 물이였고
매돌로 보드랍게 가는 것
콩물을 끓일 때
온도 조절에 신경 썼고
서시도 골고루 뿌리면서
천천이 저어주셨다
엄마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부드럽고 고소한 초두부
밥상우에서 엄마 냄새가
몰몰 피여 오른다
인내와 끈기로 만들던 초두부
어쩌면 대가족의
며느리로 안해로 엄마로
매돌 돌 듯 돌아쳐도
불평불만 없이 고스란히
당신의 삶을 그려낸 것
아닐까
동생아 미안해
복의 찌는 듯 무더웠던 날
이른 새벽 밭에 가신 엄마는
오지 않고
겨우 한돌 남짓한 남동생
배고프다 손가락 빨며
째지게 울고 우는데
여덟살 내기인 나
남동생 둘쳐 업고
엄마 찾아 젖 찾아 길 재촉했네
갑자기
칠흙같은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 울더니
장대같은 소낙비가 퍼부었네
가도 오도 못하고
낯 모를 집 처마밑에서
발 동동 구르며 울던
철 없은 누나
물 한모금 동냥했어야 했는데
죽물이라도 먹여야 했는데
하루종일 굶긴 채로
잔등에 업고 걷기만 하였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네
륙십년전의 그 날을
해어진 검정 고무신 끌고
엄마 찾아 헤매던
그 무섭던 진창 길은
오늘도 내 가슴에
질펀하게 남아 나를 울리네
사랑하는 동생아
누나가 미안해
바보 같았던 누나가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