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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만물과 심령의 고백으로 시의 고지를 톺다

제13회 전국소수민족문학창작준마상 시가상 수상자 김영건

2024-12-03 11:52:12

중국작가협회, 국가민족사무위원회, 광서장족자치구인민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3회 전국소수민족문학창작준마상 시상식 '2024년 중국문학성연-준마상의 밤' 행사가 11월 16일 저녁 남녕에서 성황리에 펼쳐졌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25부의 작품과 5명의 번역자를 시상한 가운데 조선족으로는 시인 김영건이 시집 '류신동 산새는 겨울산에서 운다'로 시가상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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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건은 첫 시집 《사랑은 전개가 없다》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애정과 젊은 날의 꿈과 방황을 노래한 바 있고 두번째 시집 《빈자리로 남은 리유》에서는 순수 자연과의 대화를 통하여 우리 인류문명의 바른 길을 모색하였다. 세번째 시집 《아침산이 나에게로 와서 안부를 묻다》에서는 세상 사물에 대한 깊은 리해와 나의 혼합에서 보게 되는 생명의식을 탐구해냈으며 네번째 시집 《물결이 구겨지고 펴지는 리유를 묻다》에서는 보다 깊이 들어가 존재하는 모든 것의 령적 세계를 관조하고 그 모든 것의 화합으로 형성된 세상을 구가했다.

김영건은 1963년생으로 국가1급감독, 연변작가협회 부주석이다. 1990년대초기부터 영상문학이라는 분야를 처음 대중들께 선보였고 한시대를 주름잡던 '주말극장', '음력설문예야회' 등의 총연출과 총제작을 수십차 맡으며 중국100대방송인, 전국소수민족준마상(티비), 연변조선족자치주민족문화전승발전 돌출기여인물상 등을 수상하면서 김영건은 우리 문화의 처음을 앞장서 열어간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수많은 프로와 문화행사가 그의 손끝에서 탄생됐다. 문화와 문예를 종횡무진할 수 있었던데는 그가 시종 시적사고와 시적발견을 활발히 해온 것이 그 바탕으로 깔렸기에 가능했던 일이였다. 요즘같이 시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 무서운 속도로 파급되는 때, 우리는 40년 동안 우주만물과 심령의 고백으로 시의 고지를 톺은 시인의 진정한 얼굴이 보고싶지 않을 수가 없다. '고유한 것의 민족정회', '우주만물에 대한 생명례찬' 등으로 그의 진솔한 시학관을 만나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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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유한 것의 민족정회

'민족정회'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뿌리 깊은 나무'이다. 이 시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조선족의 이민과 개척의 력사를 회고하고, 중국대륙과 세계로 뻗어가는 조선족의 삶의 공간의 이동과 확장을 바라보며 깊은 사색에 젖는 시인의 민족의식이 잘 나타난 강렬하고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이 시는 조선족고급중학교 조선어문 교과서에 실린 김영건의 시가창작 특점이 가장 잘 보여진 시로 평가된다.

얼기설기 꼬아온 세월

굵은 할아버지 손가락마디가 보인다

푸름을 한보 앞서서

흑백으로 쌓아올린 세월 말이 없다

수레에 실려온 눈물

갈퀴 굵은 뿌리가 전설을 전하고

밭고랑에 쌓아올린 땀방울

하나의 력사로 깊이 박혀있다

희멀건 아버지 푸석한 얼굴에

뿌리 깊은 나무는 오렌지 시큼한 눈물이다

얼기설기 뻗어가는 뿌리

이 땅의 기슭 다 덮고도 남아

산해관 넘어 대륙으로

태평양 넘어 방방곡곡으로

바다보다 큰 눈물의 감격

우주의 그늘속으로 건실히 뻗어나간다

뿌리 깊은 나무는 말이 없다

-시 '뿌리 깊은 나무'

김영건의 작품 중 대부분은 우주를 포함한 대자연을 제재로 쓴 시들인데 이 시는 민족정회 외에도 자연과 인간, 자연과 문학, 자연과 인성 복귀의 관계 등의 동양적 자연관의 발로이기도 하다. 이러한 매력이 김영건의 시가 독자들에게 친근히 다가갈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되고있다. 조선족고급중학교 자습독본에 실린 '구색아리랑'도 그러한 맥락이며 '백년부락', '소수레에 실려온 민족', '장독대', '석마돌과 초가집', '매돌', '김치와 누름돌', '한복', '사과배' 등 작품들도 모두 민족성, 력사성, 향토성, 광활성 짙은 내용들이다.

둥글둥글 토기그릇

청색바탕 몸통 불리고

동그란 모자 쓰고

꽁꽁 눌러 앉았네

대대손손 내린

토기그릇 장인 솜씨

구석 한마당 둘러앉았네

삭이고 익힌

다져넣은 겨레의 맛

바람과 어울려

발효된 력사

해살로 익은 장독대

오종종 세월 이고

앉아 푸른 백년

일어서서 푸른 천년

-시 '장독대'

모든 것이 쏜 화살같이 지나가는 고유한 것들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 사람들에게 옛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개인의 추억이 아닌 민족 공동의 기억이고 력사인 것이다.

투박한 장독대가 말을 할리가 없지만 역시 우리의 력사와 문화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된장만큼이나마 구수하고도 아름다운 시이다. 먼지 먹은 햇발이 틈새마다 끼였고 이슬먹은 바람이 이끼마다 쌓였을 법 한데 장독대는 여전히 꿈꾸고 있고 어떤 이야기를 건네는 듯 하다. 질항아리 일월(日月)에서는 메주 빚던 할머니가 나오고 또 흰눈 밟으며 장 뜨던 어머니가 나오고 키 재보며 술래잡기 하던 아이들도 나올 것 같다. 조선팔도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바로 아낙네들의 된장 담그는 모습이였다고 누가 그랬던가. '앉아 푸른 백년 일어서서 푸른 천년', 장독대는 우리 음식의 근본이 되는 콩의 그 신비를 경이롭게 만드는 소우주였으며, 김영건은 이를 우리의 발효된 력사로 격상시켰다.

2. 우주만물에 대한 생명례찬

우주만물의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그의 시속에서 살아있는 이야기를 연출해낸다. 시인은 나무와 물과 대화를 했고 바다와 륙지와도 저만의 고백을 밝히며 우주만물에 대한 관조 및 존재적 가치와 실존의 의미를 되물었다. '바다의 시', '고목의 시', '풀잎의 시', '호수의 시', '바위의 시', '절벽의 시', '별의 시', '돌의 시' 등 우주만물을 시로 고백한 김영건은 세상 모든 것에는 생명이 있고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사랑을 원한다고 말한다.

돌이 산이였다는

사실을 바람은 오늘도 들려주었다

개미가 인간의 길을 내고

나비가 하늘길 열고 물고기가 수평선 틔워놓았다

바람을 받쳐올린 제전이

돌임을 립증하는 날

우주의 그물에 걸린 별들 하나둘 따다가

탐험대의 길을 놓아주었다

아름다운 흙의 품안에

뼈로 솟아있는 암석을 나와

지상에 얼굴 내민 사내들이 돌의 시를 읽고있다

대지의 모든 나붓김을 안아준

암흑의 종자들이

오판된 생명의 근원들 수정하노라

일제히 강변에 돌아왔다

강물은 돌의 살이다

돌의 춤이다 또 돌의 언어이며

미래이다 마를 길 없는 영원한 돌의 노래이다

-시 '돌의 시'

생명이 잉태되는 과정은 경이롭고 신비롭다. 그것이 억겁의 시간을 거친 우주만물의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자연사물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품은 김영건은 돌멩이 하나를 마주하고 그의 생명례찬과 존재적의미를 탐구했다. 돌이라는 존재는 물과 바람과 세월에만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생명을 불어넣는 어떤 의식에 의해 재잉태된다.

바위가 높이 솟았는가 했더니

바다가 그 밑에서 수천년 동안

올리 받쳐주고 있었네 바다가

천년을 푸른 랑만 일궈내는가 했더니

높푸른 하늘이 계절의 바람 보내

바다의 색갈을 만들고 있었네

루천년 그래서 바위는 말없이

붉은 노을빛 절벽으로 물들어있었네

바다는 속깊은 심해

푸른무늬 새겨간다네

억겁의 세월 옥빛하늘은

묵언의 대화로 이 모두를 품어 키웠다네

-시 '억겁의 대화'

시인의 눈과 귀는 많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고 들리지 않는 것들을 들을 수 있다. 침묵하는 것과 흔드는 것, 비우는 것과 채워가는 것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본다.

호수의 깊은 뿌리로 내려가면 푸른 바다의 가슴을 만난다 지친 바다가 잠시 륙지에서 작고 푸른 호수란 이름을 가졌다

호수의 고요가 바다의 안녕이다 호수는 륙지에 남겨둔 바다의 눈이다 호수에서는 언제나 바다가재가 돌가재로 돌아오고 조개도 천년의 깊이로 심겼다

거대한 해일이 륙지로 덮치면 호수가 먼저 세차게 몸을 떤다 잠시 머물던 륙지의 옷을 벗고 설렘의 바다품으로 돌아간다

사랑의 상처만 륙지에 뿌려놓고 작은 평화의 기억을 품고 바다의 깊은 뿌리로 내려가면 무수한 호수의 눈물을 만난다

-시 '바다와 호수'

이에 교수 겸 평론가 우상렬은 평론 '충돌의 미학-아름다운 시세계'에서 "부재의 공간에서 존재의 확인은 빛과 시간의 운동을 통해 하나의 '령적인 호수'를 발견하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자연을 만나게 한다. 시속에 침몰된 산이나 구름이나 바위나 돌이나 호수나 달팽이조차도 원초적색채를 버리고 매 하나의 생명체로 거듭난다. 이는 때론 민족적인 형태로, 때론 몽환의 세계로,때론 거창한 바다와 륙지의 잠언으로 우주의 메아리를 듣게 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김영건의 시에서는 모든 자연사물이 다시 태여나고 있으며 새로운 우주를 형성하고 있다. 영원한 것은 자연이며 그 속에서 고백과 찬가를 넘어 다른 세계를 읽을 수 있다면 우리가 시를 읽는 의미도 더 깊어진다.

우리는 단순히 시만 읽을 것이 아닌 시인의 가슴으로 바다도 '읽고', 별도 '읽고', 산도'읽고', 바위도 '읽어야' 할 것이다.

3. 시는 기억에 각인된 심령의 고백

1983년에 첫 작품을 발표하여서부터 40년 동안, 김영건은 그 자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높이에서 사물과 사물 사이 관계로 그 시각이 넘어오기까지 몇단계 과정을 거쳐야 했다. 젊은 날 꿈과 욕망과 정열로 '나'라는 자아에서 시가 출발했다면 다음은 세상의 부조리와 맞서며 옳바른 길의 선택과 문명 비판을 넘어서 자연과의 대화, 우주와의 교감, 정신적 령혼의 터밭에서 날로 성장하고 깊어지는 자아를 찾았고 어느 순간 모든 사물에 대한 관찰자의 시각에서 빠져나와 절대적 존재가치에 대한 탐구로 존재하는 모든 것의 아름다움과 존재의 리유를 찾아나가며 저만의 시학관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번 준마상을 받은 시집 《류신동 산새는 겨울산에서 운다》는 아버지 부재로부터 인식되는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주된 내용으로 했다. 떠나간 것들에 대한 련민, 아버지 부재로부터 깨닫게 되는 주변사물들에 대한 재확인, 인간의 실존과 존재적 가치에 대한 성찰을 자연을 통해 형상화함으로써 우리 시가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였다. 제목에서의 '류신동'은 시인의 고향이고, '산새'는 시인 본인이며, 우는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해 겨울 흰 눈은 많이도 내렸다

그대를 보내고 옹근 한해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순간에도 떠오르는

수만가지 싸늘한 추위는

겨울강처럼 얼어들고

모든 길도 겨울산에 꽁꽁 묶여있었다

그해 내린 눈은 봄인데도 녹지 않고

여름인데도 흐르지 않고

가을인데도 사라지지 않고

우멍한 그대 마지막 애처로운

구원의 눈빛

내 가슴에 걸려있었다

그대와 이어진 생명의 모든 끈이

은빛의 끈끈한 동아줄 되여 나를 묶어놓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그대의 숨결이

나의 절반 하늘인줄 미처 몰랐다

절반의 땅인줄 몰랐다

내 호흡의 절반 산소인줄은 더욱 몰랐다

그대가 떠나간 뒤에

햇살이 굴절을 이루고 있었다

바람도 곤두박질치며

천길 벼랑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망망우주 속에 식물인간처럼

나의 옹근 한해는

그렇게 누워있어야만 했다

그해 겨울

모든 공간, 시간, 미래는 멈춰있었다

12월로 치달아오르는

북방의 겨울산자락에

그대의 겨울산을 옮겨 모신다

명필봉이 구름 우에 치솟고

발 아래 해란강이 굽이굽이

한해의 시간들

주절주절 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황금의 깊은 그대 새로운 천국에서

비로소 지상의 우리들 이야기

새롭게, 아름답게, 벅차게 다시 시작되리라

-시 '아버지 겨울산을 옮기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아버지의 부재를 가슴 아파하는 자식의 고백이다. 아버지는 류신동의 로당지부서기로 근면하고 소박한 사람이며 '법 없이도 살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그에 반대인 호방하고 큰 스케일인 김영건의 삶의 방식은 생전 아버지의 삶을 리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병상에 누운 아버지를 보면서, 아버지의 죽음을 직접 겪으면서 그이의 일생을 다시 돌이켜보게 되었고 많은 부분을 깨닫게 되였다. 이는 어쩌면 많은 아버지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열심히 진솔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의 보답은 잘 주어지지 않는것이 대부분의 인생사이다. 그럼에도 가정의 거인으로, 산으로, 기둥으로 살아가는 걸 달가이 여긴다는 것이 아버지들의 위대하면서도 가슴 아픈 점이다. '계절의 건널목에서', '아버지와 나의 려행', '아버지 외로운 그림자는', '그리움은 눈이 되여', '겨울이야기', '겨울산의 차거운 침묵' 등은 모두 눈물의 사부곡이라 할수 있다.

온 길이 갈길이고 갈길이 온 길이다

온다고 다 온 것은 아니다

바람이 오고 다시 가버린다 너도 왔다 또 사라진다

산이 되여왔던 아버지의 세월이

사막의 락타와 함께 돌아간다

온 길이 갈길인가 갈길이 온 길인가

아버지는 지금 바람처럼 나를 스쳐 또 가고 있다

엄마의 시간도 낡은 대농처럼

절름발 걸음으로 오고있다

산골마을 밥 짓는 연기처럼

지금 길 아닌 길을 스멀스멀 올라서고 있다

푸른 엄마의 하늘이

자꾸만 무너지며 또 사라지고 있다

온 길이 갈길인가 갈길이 온 길인가

온다고 다 온것이 아니다

간다고 다 보낸 것이 아니다

바람은 또 다시오고 사라져버린다

-시 '계절의 건널목에서'

사막같이 목마름 숱한 인생길에서 김영건은 아버지를 '락타'로 은유하고 있다. 시인은 무거운 짐 짊어지고 흔들림 없는 자세로 사막을 가로지르는 락타와도 같이, 삶속 모든 계절의 건널목을 건너는 아버지의 일생을 형상화하고 있다. 아버지는 눈이 내리면 빙판길을 건넜고 비가 내리면 흙탕길을 건넜다. 그 '건넘'은 자기를 위한 발걸음인 것이 아니라 새끼들을 위한 가장의 용감한 '내디딤'이였다. 그야말로 울 장소도 없어 속으로만 울어야 했던 고단한 아버지의 길이였다. 그 '건넘'은 어느새 계절을 넘었고 세상을 넘었으며, 시인과 아버지 역시 그 건널목을 매개체로 삶과 죽음에 놓여져있다. 김영건은 '간다고 다 보낸 것이 아니다'고 쓰면서 부재하지만 존재하는 것들, 사라지면서 다시 오는 것들에 대한 실존을 고백하고 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죽음은 삶의 한부분임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즉 기억하고 있으면 살아있는 것이고 영원하다는 것이다.

당시 시집의 책임편집을 맡은 박진화는 "어느날 김선생이 보내오신 200수 되는 원고를 받았다. 일주일 동안 읽으며 연구를 거듭했다. 먼저번 4권 시집의 시들은 대부분이 호방하고 넓으며 깊은 장중함이 있었지만 이번 시집은 부드럽고 섬세했으며 령혼을 명중했다. 시어에 변화가 생겼을뿐만 아니라 표달방식, 기교에도 현저한 변화를 보였다. 이번 시집에서 나는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는 한 인간 내면의 조용한 고백을 느낄 수 있었다. 훗날 선생님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오랫동안 시 한 편도 쓸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아버지는 지극히 소박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농민으로서 동북변강의 한뙈기 옥토을 일구며 날마다 흙과 동반한 사람이다. 2020년 3월, 나는 정식 시집의 편집, 출판사업에 착수했으며 우리는 여러차례 교류한 끝에 150수의 시를 엄선해 수록했다. 이 시집은 표지 디자인부터 조판 배치까지 모두 간결하고 우아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진정 빠져들어 작품들을 읽기 시작하면 평범해보이는 문자 뒤에는 시인의 령혼 깊은 곳의 고백을 깨닫게 된다…"고 편집후기를 밝혔다.

김영건에 의하면 모든 시쓰기에는 고조기와 저조기가 있다. 시란 애써 만들어지고 창작되는 것이기보다는 어쩌면 기억에 각인된 것을 적어내는 심령의 고백과도 같은 것이다.

"세상에 대한 진지한 고백이 시이다. 또 그 바탕에는 새로운 깨달음과 방법론, 언어에 대한 탐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40년 동안 김영건은 그런 고백들로 이따금 우주만물을, 이따금 삶을, 꿈을 말하며 한번 또 한번의 시의 고지를 톺았다. 그는 "부서지며 젖어드는 대지의 깊이로 내려가 만나는 뿌리의 력사와, 한그루 나무를 밀어올린 어둠의 찬란한 시간을 넘어서 이땅의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며 "피를 뿌려 아침을 불러내는 간절함과 심장 떨리는 울림의 고백"을 녹여내며 평생 시를 살아냈다. 

시로 살아온 마침내 시를 살아낸, 김영건의 문학은 또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그의 새로운 고백이 듣고싶은 시점이다.

/류설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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