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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리발사'의 행복- 백정순

2023-06-05 10:22:22

오늘도 나는 그이에게 머리를 깎아드리려 준비하다가 피끗 떠오르는 생각에 필을 들었다. '리발사'로 된 나에게는 그야말로 즐거움도 있고 행복할 때도 많다.

사범학교를 갓 졸업하고 편벽한 시골소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을 때의 일이다. 그때 농촌에는 생활이 어렵고 부모님들은 농사일에 바삐 보내고 년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생활하면서 제때에 리발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많이 불편해보이고 미감에도 영향을 받았다.

(나는 리발을 배운 적도 없고 재간도 없지만 학급 애들의 머리가 너무 길구나, 어쩌면 좋아...) 생각끝에 가위를 사서 손에 쥐였다.

천진한 어린애들이라 처녀인 나를 선생님이라고 말을 곧잘 들었다. 내가 머리기계로 학급애들의 머리카락을 깎을 때였다.

"와~ 우리 선생님이 남자머리도 녀자머리도 다 깎을줄 아네. 호호~ 하하~"라고 떠들면서 '리발사'인 내 주위를 뱅뱅 돌았다. 나의 손으로 사랑하는 애들의 머리를 깎고 그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노라니 얼마나 기분이 좋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때로부터 시작해서 40여년간 쭉 '리발사'가 되였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리발사'로, 결혼해서는 남편의 '리발사'로, 아들애가 있으면서 또 아들의 '리발사'로 되였고 손자를 본 후에는 손자의 머리까지 깎아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리발을 한 경력은 길어졌지만 리발할 사람은 적어졌고 정년퇴직한지10여년이 되는 지금은 남편의 단독 '리발사'로만 남아버린 것이다. 남편의 머리가 길면 때와 시간에 맞춰 깔끔하게 깎아드렸다. 닭띠여서인지 고집이 센 남편이지만 리발을 할 때만은 말을 고분고분 들었다. 머리를 수그리라면 수그리고 들라면 들면서 말이다. 그래서 웃음이 절로 나올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또 우스운 일도 있다. 남편이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을 때의 일이다. 어느 휴식시간에 한 남학생이 곁으로 다가오더니 "수학선생님, 선생님의 머리카락은 길어지지도 않고 왜 그냥 그대로입니까"라고 우스개를 하니 옆에 있던 학생들도 "선생님, 우리도 뒤에서 선생님의 머리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어느 리발관에서 깎아요?"하며 덧붙이더라고 했다.

또 어느 한번은 선생님들이 모여 식사를 하게 되였는데 머리카락이 화제로 되여 이야기가 시작되였다. 상에 둥그렇게 둘러앉은 분들은 서로 건너다보면서 머리를 잘 깎았다니 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어느 선생님이 채선생님의 머리는 백선생이 깎는다던데 정말인지 미덥지 않다면서 우스개를 했다. 그러자 서로 눈이 둥그래서 나와 우리 선생을 번갈아보면서 얼굴에 웃음을 띠였다. 그때 선생님 한분이 "정말이요?밑겨지지 않는데 채선생의 머리는 너무도 잘 깎았는데… 진짜? 그럼 언제 내 머리도 한번 깎아봐요. 정말인지 내기라도 합시다."라고 우스개를 했다. 모여서 식사하는 것도 즐거웠는데 이런 우스개까지 있어 저녁상이 더 즐거워졌던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노라면 크고 작은 모순들이 끊기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이런저런 모순들을 엉킨 실을 풀듯이 풀어가면서 서로 돕고 서로 아끼면서 살아가고있다. 이런 우리를 보고 "'사랑은 이렇게…'라고 본보기를 보여주는 채선생님께 경의를 표시하는 한편 채선생님을 해바라기로 이끈 '태양' 백선생님께 박수갈채를 보낸다"면서 유모아적으로 칭찬하는 분도 있었다. 정말40여년을 전직 리발사로 일한 공로인 것 같기도 하다.

길면서도 짧은40여년간 즐겁고도 행복했던 일들이 너무 많다. 난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전직 '리발사'의 직책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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