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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바심(외 6수)- 김정권

2023-03-03 09:42:42

애인아,

우리 가을들판 가자

황금빛 태양에 익어터지는

저 곡식들 함성에

우리의 열망도 터치자

그리고 저 곡식을 바심하자


애인아,

우리 가을산을 가자

붉은 노을에 타번지는

저 단풍들 불길에

우리의 소망도 태우자

그리고 저 단풍을 바심하자


애인아,

우리 저녁하늘 가자

에멜랄빛으로 쏟아지는

저 보석빛 금빛줄에

우리의 마음도 묶이자

그리고 저 별들을 바심하자


애인아,

그리고 너와 나를 바심하자



하늘바심


해살을 바심하면

새들이 먼저 먹는다


구름을 바심하면

꽃들이 먼저 먹는다


별을 바심하면

호수가 먼저 먹는다


기러기 울음을

바심하면

하늘이 먼저 먹는다


그리고 너의 웃음을

바심하면

내가 먼저 먹는다



할미새


너 살아봐니

나 살아봤다

살아봐도 살아봐도

산 것 같지 않더라


너 울어봤니

나 울어봤다

울어봐도 울어봐도

울 일은 그냥 있더라


그래도 괜찮아 관찮아


살면서 울어도 울만하더라

울면서 살아도 살만하더라



두만강 안개


아직 해오름에 앞서

신기루처럼 밀려오는

저 거대한 양수에

나는 왜 알몸으로 휘말리고 싶은지

저것은 하늘이 내려주는

내 엄마의 자궁,

저기에 들어가 다시 혼자이고 싶다

혼자인 아이로

다시 내 아버지의 씨를 가지고

다시 내 어머니의 땅에 박혀

가랑잎 흔들고 올라오는 푸른   싹 되여

이슬을 걸고

젖어드는 안개꽃이고 싶다

급기야 그 속에 들어가버린 나는

금방 잉태된 아이처럼

눈은 떠있지 못해도 좋다

대신 귀는 열려있어 나는 듣는다

새들의 노래를 듣는다

풀들의 고백을 듣는다

꽃들의 언어를 듣는다

엄마의 목소릴 듣는다



해바라기


슬픔이 익는다

노오랗게 익어서

함성이 커다랗게 터진다

내내 해님만을 바라다

까아맣게 타버린 얼굴이여

누가 올가미를 걸어

너의 모가지를 비트는가

너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토록 목이 꺽여

엄벌을 받는 것도 모자라

그을린 얼굴을 발긴 채

화덕에 들어가 울분을 터뜨리는가

해바라기야,

너 한번만이라도

고개를 돌려보아라

누가 뭐래도 땅우에선 네가

태양이니라



목화구름


하얀 옷깃 휘날리며

목화 따던 소녀야,

너 지금은 어디로 갔느냐

목화꽃 쥐인 고운 손

하늘에 뿌려

하얗게 해살 부르던 그 몸짓

옥수수밭 속에서

가만히 숨어보던

소년의 눈길 하도나 부시여

옥수수 이삭처럼 불끈거리는

욕망을 내려놓고

하늘을 바라보니

한 슬픔인들 찬란해라

누가 벗어놓았는가

치마 저고리는 계수나무에,

브라자는 날아가는

백학의 날개에,

그리고 사막(沙幕) 저 너머

미리내에서 찰랑찰랑 목욕하는

너 소녀의 영(影)이여



백일홍


나는 오늘도 꽃잎을 헨다

너와 내가 같이 심었던 백일홍

백날이면 오마하고 떠나간 사람아,

내가 그리우면 꽃잎을 따라던 너

내가 보고프면 꽃잎을 헤라던 너

허나 꽃잎을 따도 헤도

보이지 않는 너

오늘도 꽃잎은 내 손에서 떨어져

네가 밟고 간 길우에 들어눕는다

한잎, 두잎, 세잎,

이제 꽃잎을 헤며 딴지도 백날,

백날을 헨지도 십년하고 열두달

나는 얼마나 더 꽃잎을 따야 하는가

나는 얼마나 더 세월을 헤야 하는가

찬바람아, 불지 마라

이제 더 따고 헤일 꽃잎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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