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전 토템시의 문화상징(10)
현춘산
수로왕(首露王)신화에서 우리 민족의 유구한 사자숭배의 력사를 알수 있다. 수로왕이 배필로 맞아들인 허황옥은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였다. 인도의 귀족들은 일반적으로 호랑이와 사자를 토템으로 했는데 사자를 토템으로 하는 사람들이 범을 토템으로 하는 사람들보다 우월했다고 한다. 아유타국의 왕실에서 태여나서 자란 공주 허황옥의 토템도 사자였다. 사자사(狮子寺)의 출현은 사자를 토템으로 하는 허황옥을 왕후로 맞은 가락국 수로왕의 소지로 볼 수 있다.
이 허황옥이 아들 열을 두었는데 첫째가 부친의 김씨성을 물려받아 태자로 되고 둘째와 셋째가 모친의 허씨성을 물려받았는데 그 가족이 번성해서 사자를 토템으로 하는 우리 민족의 허씨족이 산생했던 것이다.
사자숭배의 영향으로 봉산, 황주, 강령, 통영, 북청지방의 사자탈춤이 생겨났다. 사자의 힘을 빌어 사귀(邪鬼)를 몰아내고 경사로움을 이루고 마을의 평안을 유지하려는 의지의 소산이였다.
지금도 옛집들에서 사자머리모양의 문손잡이가 발견되고 있는데 역시 가족의 평안을 보위하는 수호신(문지기)으로 사자를 숭배한 흔적이라 할수 있다. 그리고 사자암(狮子岩)과 사자산(狮子山)그리고 사자사(狮子寺)가 있었다고 한다. 사자사는 호계사(虎溪寺), 오회사(乌会寺), 령취사(灵鹫寺), 오어사(五鱼寺) 등과 더불어 고대의 동물숭배장소로 되였다. 사자암과 사자산 및 사자사의 출현은 사자가 일찍 우리 민족의 토템이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남영전시인의 토템시 ‘사자’를 보자.
“초원을 질주하는 태양이여”
시인은 이렇게 첫련을 이룬 한구절의 형상화한 시구로 사자의 토템이미지를 표현하였다. 황금색갈기를 날리며 대지를 질주하는 사자의 모습을 초원을 질주하는 태양에 비유한 것이 기발한 착상이라 하겠다. 사자의 웅위로운 모습, 색갈, 정신을 간결한 언어로 함축시켜 광명의 사자로서의 형상과 토템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전편 시에서 화룡점정(画龙点睛)식의 효과를 낳고 있다.
“사자의 포효소리/팔방 산천에 울려퍼졌고/사자의 갈기/눈부신 금빛 갈기 휘저으면/터지는 천둥/무너지는 눈사태/돌아치는 태양/쏜살같은 별찌라/깊디 깊은 어둠 멀리 물리치고/악마를 바다 끝에 내쫓고/요귀를 갈팡질팡 헤매게 했다”
이것은 사자에 대한 심층(深层) 묘사로서 우람하고 용맹하며 암흑과 불의와 사악을 물리치는 태양의 상징인 사자신의 위력을 찬미하였다. 시인은 사자의 형태와 특성으로부터 태양과 광명의 상징인 사자신의 형상을 창조하였다. 사자는 정의와 진리를 지키기 위해 풀숲에서 날뛰는 악마들과 늪속에서 행패부리는 요귀들을 향해 울부짖는다. 사자의 장거로 하여 초원에는 평화가 깃들고 생기가 넘친다.
“이에 사자는/백수의 왕으로 받들리워/희망의 사절로 받들리워/아스라한 다리목에 서서/의젓한 석탑우에 서서/영구한 광명 지키누나”
토템시 ‘사자’는 토템시 ‘범’과 쌍벽을 이룬다. 범이 산중의 왕이라면 사자는 뭇짐승의 왕으로 불리운다. 백수(百兽)의 왕으로 희망의 사절(使节)로 받들리우는 사자는 인간들의 숭배물로 되여 다리우나 석탑우의 석상으로 세워져 대지의 태양과 광명의 상징으로, 인류의 수호신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