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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강신문 > 동포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 연변박물관에서 력사를 마주하다

2026-07-07 13:54:42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6월 30일, 연변박물관 앞에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 소속 당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기업인인 동시에 저마다 한명의 당원으로서 유구한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공간에 들어서며 각별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단순한 견학만이 아닌 자신들의 뿌리를 확인하고 미래를 묻는 시간이였기에 발걸음마다 무게가 실렸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벽면에 드리운 붉은 당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조직위원 김걸의 엄숙한 사회로 모든 당원이 당기 앞에 숙연히 서서 오른주먹을 들어올렸다. “당에 맹세합니다.” 짧지만 무거운 선서문이 유리 너머의 유물들 사이로 울려 퍼지며 시간을 초월한 하나의 약속처럼 박물관 구석구석에 스며들었다. 

박물관은 살아있는 력사의 현장이였다. 선사시대의 골각기에서부터 조선족 선조들의 생활 자취,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간직한 유물들 – 낡은 총검과 해진 군복, 누렇게 변한 문서들까지 전시실을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밑의 대리석 하나하나에서 력사의 겹겹이 쌓인 시간들이 느껴졌다. 특히 해방후 연변의 첫 공장 굴뚝에서 피여오르던 흑백 사진과 1980년대 번화가 풍경은 현재의 번영과 놀라운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시장 한편에 놓인 낡은 나무 쟁기와 뒤꿈치가 닳은 신발은 더욱 진한 여운을 안겼다. 

척박한 땅을 일구며 땀방울을 흘리던 선인들의 손끝이 바로 그 도구에 고스란히 각인되여 있었고 그 자국은 오늘날의 자동화 공장과 스마트팜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한 회원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저 쟁기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의 키보드도 없었을 겁니다.”

이 자리에서 김걸 조직위원은 목소리를 낮추어 이렇게 전했다. “우리는 흔히 인프라를 말하지만 진정한 인프라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선배들이 남긴 정신입니다. 국토를 개간하고 마을을 세우며 밤잠을 설치던 그분들의 어깨우에 오늘의 우리 사업장이 서있습니다. 그 무거운 책임감과 묵묵한 헌신은 반드시 우리가 이어받아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는 2011년 4월 20일에 공식 출범했지만 그 뿌리는 1988년 창립된 ‘연길시기업가협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150여명의 회원이 연변 각 산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며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으며 국내 20여개 기업가협회는 물론 일본과 러시아 등 해외 교류망까지 폭넓게 구축해 왔다. 하지만 이날 박물관에서 그들은 ‘기업가’라는 수식어를 내려놓고 ‘당원’이자 ‘력사의 계승자’로서의 정체성을 되새기는 데 집중했다.

리영록 당지부서기는 이 자리에서 “오늘 우리가 마주한 것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며 “이 거울 앞에서 우리가 누구였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다시금 묻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고민은 이미 협회의 일상적인 실천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협회는 단 한차례 모금에서 105명이 참여해 8만 7966원을 모아 병환으로 고통받는 회원을 돕는 데 사용했고 연변애심어머니협회에는 9만 2천원의 현금과 5만원 상당의 생활 물품을 전달했다. 또한 12개 회원사와 30여개 연변기업이 참여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약 200만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며 연변의 특산품을 전국에 알리는 성과도 거두었다.

전시관의 마지막 코너 1990년대 연변의 도시 전경을 담은 사진 앞에서 회원들은 한참 동안 발걸음을 멈추었다. 당시 앙상하던 가로수가 이제는 거목이 되여 그늘을 드리우고 있듯 그들의 가슴속에도 하나의 나무가 자라나고 있었다. 누군가 “우리도 저 나무가 되여야 한다”고 말했고 모두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짐 속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사명감이 깃들어 있었다.

박물관을 나서는 발걸음은 무거우면서도 묘하게 가벼웠다. 무거운 것은 력사의 숭고한 무게 때문이였고 가벼운 것은 그 무게를 기꺼이 떠안겠다는 결심 때문이였다. 중국공산당 창건 105주년이라는 뜻깊은 해에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자신들의 사업장이 곧 연변의 래일이며 사업에서 창출하는 가치가 곧  중화민족공동체 확고한 수립과 지역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박물관 계단을 내려서며 내리쬐던 해살이 그들의 어깨우에 붉게 내려앉았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가슴 한편에는 오늘 본 력사의 한 페이지가 아닌 앞으로 자신들이 써 내려갈 새로운 력사에 대한 열정을 가득 채워 안고 있었다.

/강빈 길림성 특파원(자료,사진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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