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치매) 사례의 90% 이상이 동일한 유전자와 련관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전적 요인이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크다는 뜻으로 앞으로 치료 예방 전략의 핵심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영국 런던컬리지대(UCL) 딜런 윌리엄 박사팀은 영국을 포함한 대규모 인구 집단 자료 약 45만명분을 분석해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발생에 APOE(apolipoprotein E) 유전자 변이가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정량적으로 평가했다. APOE는 지방 대사와 신경세포 기능 유지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그동안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위험 인자로 알려져 왔지만 실제 기여도는 과소평가돼 왔다고 연구진은 판단했다.
분석 결과, 고위험 APOE 유전자 조합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최대 93%에서 확인됐고 전체 치매 환자 중에서도 약 45%가 해당 유전자 조합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의 대부분 사례가 단일 유전자 축을 중심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APOE가 거의 모든 알츠하이머병 발생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람은 누구나 APOE 유전자를 두개씩 갖고 있으며 이는 E2, E3, E4라는 세가지 변이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E4 변이를 두개 가진 경우(E4/E4)는 치매 위험이 높고 E2/E2는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반면 E3는 중립적인 변이로 인식돼 왔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E3 역시 예상보다 더 높은 위험과 련관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적 위험 구조를 재정의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유전자만으로 모든 발병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흡연, 비만, 고혈압과 같은 생활습관 요인은 여전히 중요한 위험 인자이며 APOE 고위험 변이를 가지고 있더라도 모든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 취약성과 환경·생활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다.
윌리엄스 박사는 "APOE 변이가 부여하는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리론적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치료제 개발과 예방 전략의 중심에 APOE를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 림상시험 단계에 있는 치료제 중 APOE를 직접 표적으로 삼는 사례는 많지 않아 이번 연구는 향후 연구 방향에도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치매 및 신경퇴행성 질환을 다루는 네이처 계렬의 학술지《npj Dementia》온라인판에 지난 1월 9일자로 발표한 가운데 APOE 유전자에 대한 리해가 깊어질수록 알츠하이머병을 '피할 수 없는 로화의 결과'가 아닌 '예방 가능한 질환'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과학적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