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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강신문 > 동포

저명 소설가 허련순 장편소설 《회자무늬》 출간

2026-01-19 10:58:48

최근 허련순의 장편소설 《회자무늬》가 연변인민출판사에 의해 출간되였다. 이는 허련순의 열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위기의 한 남자와 위기의 한 녀자의 이야기이다. 죽을 날자를 받아가지고 고향을 찾게 된 주인공 허언은 고향을 찾아 아버지 어머니의 산소를 찾는다. 그곳에서 아들을 잃고 슬피 울고 있는 영희라는 녀자를 만나는데 소설은 무덤앞에서 만난 죽을 날자를 받아놓은 남자와 아들을 잃고 죽고싶은 녀자의 삶이 시작된다. 일종의 귀향소설인셈이다. 그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가 위기임을 말하는 소설이다. 인간 실존의 헛됨을 담담하게 서술함으로써 그 헛됨의 위기를 견디는 것이야말로 인간 실존의 본질이라고 말하는게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의미이다. 노랗게 바래져가는 한장의 사진, 몇사람의 불확실한 증인들과의 이야기를 통하여 인간 실존의 헛됨을 담담하게 서술함으로써 '인간 존재의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 주제의식을 보여줌과 동시에 사라지려는 것들과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것들에 끊임없이 생명을 불어넣어 인간 존재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의미 또한 간과할수 없는 소설의 중요한 포인트라 하겠다. 

30년간 허련순은 시대의 투철한 작가정신, 작가소양과 깊은 사회적통찰로써 '돌아오는 것'과 '돌아가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또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집착으로 그들이 왜 고향을 떠나며 또 떠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해답을 찾고자 《떠나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20집 드라마극본을 집필한 바 있다. 그것으로도 답이 되지 않아 해내외 큰 사회적반향을 일으킨 디아스포라의 문학인 《바람꽃》과 《누가 나비의 집을 보았을가》, 《중국색시》 등 3부의 장편소설에 떠나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련이어 담아냈다. 떠나왔던 력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또 다시 떠난다고 해서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닐테지만 그럼에도 '떠도는 민족'이 되여버린 력사적 현시점에서 허련순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써야할 판이였지만 떠났던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한번도 떠난적이 없는 무덤들이 빈터에서 산 사람을 기다린다"면서 이왕의 '떠나는 사람들'보다 '돌아오는 사람들'에 무게를 두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회자무늬'라고 이름을 지었는지에 대해 작가는 "처음에는 유독 '탕아의 귀환'에 눈독을 들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회전목마'에 꽂히기도 했다. 그런데 뭔가 탐탁치 않았다. 내가 살려내고 싶은 의미는 '돌아옴'이였는데 그것이 '탕아'나 '목마'와 섞이면서 많이 회석되는 느낌이 들었다.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다보니 좀처럼 작품에 불씨가 당겨지지 않았다. 여러달째 한줄도 쓰지 못한채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보내고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날 아침 출근을 서두르던 딸이 기발하면서도 세련된 제안을 내놓았단다.

"'회자무늬(回字纹)'라고 제목을 정하면 어때요?"

하나의 선으로 시작하여 끊이지 않고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회자무늬'는 삶과 죽음, 사랑과 리별이 오가는 의미가 있고 동시에 부와 귀함이 끊이지 않고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인간의 보편적인 념원을 담고 있다고 했다. 또 유한한 존재들의 안타까운 열망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회자무늬를 만들었을터, 이 무늬의 비밀 속에는 백겹의 시간과 만겹의 인연이 출렁이며 숨쉬고 있다고 했다. 

이에 작가는 찰라에 령혼을 휘여잡는 강력한 힘을 온몸으로 느꼈다면서 "우리네 인간사가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언제든 돌아오며 또 돌아간다. 빙빙 돌아서 이어지는 회자무늬처럼 우리네 삶은 돌고 돌아서 결국 왔던 곳으로 다시 이어지고 '돌아감'도 결국 '돌아옴'으로 만나게 된다. 그러니 '떠남'도 '돌아옴'이요, '돌아옴'도 '떠남'이다"고 밝히고 있다.

실로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믿지만 결국 다른 곳에서도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우리 역시 지문이 닳도록 같은 곳을 더듬고 있다. 모든것이 삶을 위해 오가는 것이고 소멸되는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오가는 것이다.

허련순의 '회자무늬'는 고향에 닿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이라는 의미에는 더이상 보정이 필요치 않다. 사람들에게 스스로 멀리 가고 있다고 앞서가고 있다고 자부했던 모든 것들이 결국은 출발했던 곳에 다시 서게 된다는 것에 짙은 허무나 절망보다 오히려 깊은 안도와 해탈, 위로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앞서 출판된 허련순의 장편소설들로는 《바람꽃》, 《누가 나비의 집을 보았을가》, 《중국색시》, 《잃어버린 밤》, 《뻐꾸기는 울어도》, 《춤추는 꼭두》, 《안개의 문》, 《위씨네 사당》, 《숨소리를 듣는다》가 있다. 

허련순은 일찍 제6회와 제12회의 중국소수민족문학창작 준마상과 길림성장백산문예상특별상, 연변주진달래문예상(2차), 연변주인민정부 문화전승발전 돌출인물상, 《민족문학》 년도상(한문3차), 흑룡강일보 신춘문학상, 단군문학상, 김학철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연변문학》 문학상(3차), 《도라지》 문학상(4차), 《장백산》 문학상(3차), 한국세종도서상, 한국해외문학상, 동북3성 금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류설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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