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시제3중학교 7학년 5반 리현하
교실 창가에 앉아 선생님의 맑은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조선말을 들을 때면 나는 마치 따뜻한 가을볕속에 이삭이 성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 소리는 저의 마음 깊은 곳에 잠자던 무언가를 살며시 깨워주는 것만 같습니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 선생님의 부드러운 말투는 너무 익숙하게 다가왔고 이 언어가 얼마나 튼튼하며 또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습니다.
특히 우리말 수업시간에 과문을 읽을 때면 그 속에 숨겨진 우리 민족의 슬기와 정서가 고스란히 전해져옵니다.
‘고향’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 한켠이 포근해지고 ‘어머니’라는 단어에는 세상 어떤 말로도 다 담을 수 없는 큰사랑이 깃들어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장난치며 내뱉는 사투리조차 귀여워서 웃음이 터집니다. 그 순간마다 우리는 같은 뿌리에서 자란 새싹이며 희망임을 느끼곤 합니다.
집에 돌아가면 할머니가 차린 정성스런 상 위에 반찬 이름 하나하나가 조선말로 살아 숨쉽니다.
“이 깍두기 맛 좀 보아 봐, 맛있어? 총각김치는 어때? 여기 배추김치, 갓김치, 영채김치…”하시며 건네시는 그 말씀속에는 세대를 이어온 손맛과 정성이 스며있었습니다.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이야기속에서 나는 우리말이 가진 아름다운 리듬과 표현의 깊이, 지혜를 배웁니다. 그 이야기속 인물들의 슬픔과 기쁨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내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은 그 말들이 내 피 속에도 흐르고 있기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학교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과 응원소리는 조선말로 여울집니다. ‘힘내!’, ‘잘한다!’… 그 생기 넘치는 웨침들은 서로의 마음을 단단히 잇는 력량이 되여줍니다. 명절 때 전통음악소리에 맞춰 추는 춤사위 하나, 노래말 한줄도 우리가 누구인지를 떳떳이 알리는 소중한 표시와 명함들입니다. 조선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들이 모여 공동의 행복한 기억과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조선어는 내가 세상에 내디딘 첫 걸음이자 지금도 내가 숨쉬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이 소중한 말을 지키고 가꿔나가는 것이 바로 조선족아이로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임을 깨닫습니다.
이 언어가 흐르는 한, 나는 어디서든 뿌리 내리고 꽃 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조선말은 내 령혼에 새겨진 가장 빛나는 소리이자 내가 세상만물과 대화하는 가장 고운 숨결입니다. 영원한 아리랑의 선률과도 같이, 세상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고 살든 아리랑의 한줄기 별이 되라는 희망으로, 조선어는 나의 성장을 이끌며 망망대해 등대로써 길을 밝혀줄 것입니다.
/지도교원 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