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문 열어 놓으면
똑 똑 똑
노크하시고
내 마음에 찾아오신다
빛 바랜 중절모에
땀에 절은 광목수건
어깨에 걸치고
아버지 고집은 질기디 질긴
소가죽이고 칡넝쿨이다
누구 말도 듣지 않으셨다
일중독에 걸렸는지
일밖에 모르셨다
죽을둥 살둥 모르고 일하셨다
아버지는 집에서
어른인체 하면서
헛기침을 잘 하지만
같은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철부지 소년이 된다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친구이며
세상에서 가장 엄격한 스승이시다
울 아버지는
막내인 내가 장가를 가고
떡호박 같은 아들을 보자
이젠 시름이 놓이시는지
밤낮없이 괴롭히는 병마를 피해
일손을 놓으시고
하늘로 이사가셨다
일년 십년 수십년을
누굴 위해 사셨는지
“남자면
남편답게 아버지답게 살아야 한다”
아버지 유언만 수시로
내 가슴 속에서 메아리친다
여름은 열림의 계절
여름의 문이 열리자
시합을 벌리듯
열심히 열린다
고추도 열리고
가지도 열리고
호박도 열리고
수박도 열리고
참외도 열리고
대추도 열리고
오곡백과가 열리는
호시절에 우리 함께
마음을 열자
사랑을 열자
행복을 열자
대학입시
붙었다 교문에
찰떡
엿
기차표
다닥다닥 붙었다
책상 걸상에는
껌딱지 척 붙혀놓고
붙힌다고
대학에 철썩 붙고
안붙힌다고 미끄러 떨어지나
거기 붙은 것은
학부모 마음이요
자기 골통에 달렸고
땀동이를 얼마나
쏟았는가에 달린거지
게다가 대학에 가는 것이
유일한 출로도 아닌데
왜 그렇게 안달복달 하시는지
바르게만 자라면
다 기둥감이 될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