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핀다 시집 간다
야단법석이건만
앞뜰안 매화 꽃가지의
우리 집 늦잠꾸러기 귀동딸년
세월이 가든 오든 무슨 대수냐
새근새근 단꿈만 한창인데
아침 까치 꼬리 달싹달싹
깍깍깍깍 부름에
살며시 피려다 다시 오무린 꽃망울
아서라
흔들지 말아라
깨여나도 곱다 늦잠 자도 곱다
아빠나무 엄마가지가 키운
사랑의 살점
늦둥이라 웃지 말아라
그러다 피는 날엔 천하일색이여
망토 휘날려 백마 달리는
봄바람 왕자 아니곤
얼씬도 말아라
직녀의 소망
살랑이는 직녀 마음
푸른 은하 비단결
아스라이 만년
몰래몰래 흐느껴 또 천년
오작교 다리목에 우리 만나
나는 둥굴소 타고
님은 고삐 끌고
맑은 물에 푸른 산 어리고
푸른 산에 맑은 물 감도는
리별 없고 눈물 없는
그런 세상에 다시 돌아가자
했잖아요
사랑이란 따로 있나요
그 마음 위해 이 마음 불태워
붉게붉게 피여나는
그런 꽃동네가 정녕 부러워요
어느 세월 어느 날에
우리 사연 잠겨둔 그 못가에
진달래 한포기 홀로 피였거들랑
꺾어다 가슴 깊이 품어주세요
님의 터전에서
조용조용 피고 싶어요
속는 재미
낚시줄 흔들흔들
낚시대 휘청휘청
상어는 상어인데
한발짜리냐
두발짜리냐
팔자에 정해진 횡재
이 놈 팔아
약속했던 비단 치마 사줄까
차라리 비상금 털어보태
빚졌던 결혼반지 사던가
함께 당기오!
어쌰~
바가지 긁던 힘 이럴 때
안 쓰고 뭐하오!
큼직하고 묵직한 입
하~ 웃으며 올라오는
흙탕구두 한짝
하하하하 땅이 꺼지도록
두들겨라
이래서 웃어보자
달맞이꽃
길섶에 달맞이꽃에
눈길 끌렸더니
손 잡고 산책하던 색시의 질문
-나하고 누가 더 고와요?
달을 쳐다보며 답하기를
월하미인
저녁퇴근
집에 돌아 왔더니
거실에 모셔진 달맞이꽃
색시는 흐뭇흐뭇 웃어가며
-우리 모두 월하미인!
옳거니
그래도 우리집 달맞이꽃이
향기를 더하네
달을 보며
나도 저 달보고
님도 저 달보고
우린 서로 볼 수 없나요
저 보일락 말락
방울방울 밤이슬
두 볼에 흐르나요
계수잎에 맺혔나요
저 들릴락 말락
토끼방아 쿵쿵쿵
가슴에서 찧나요
월궁에서 찧나요
둥실둥실 달이여
명경같은 달이여
한번만 비춰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