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서 처음으로 안해가 멀리로 출장을 떠났다.
끼니마다 밥상을 챙겨놓고 수저까지 받쳐줘야 식사를 하던 나는 갑자기 자기절로 먹거리를 만들어 먹자니 아닌게 아니라 막연하여 어쩔줄 몰랐다.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서 한참이나 궁리를 하다가 평소에 안해가 밥부터 전기밥가마에 않혀놓던 기억이 나서 쌀독에서 입쌀을 퍼내여 대충 씻은 다음 밥가마에 쏟아놓고 물을 부었다. 그런데 수위를 얼마로 해야 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망설이다가 갑자기 죽을 쑤면 쉽겠다는 생각이 들어 눈금을 보지 않고 물을 바가지로 넉넉히 부었다. 그리고는 덮개를 덮고 전기를 넣었다.
토장국을 끓이려고 감자 하나 껍질을 깎아서 네모나게 썬 후 곱돌장사기에 넣고나서 랭수를 한사발가량 붓고 된장을 풀었다. 소금을 얼마 넣으면 될지 몰라 되는 대로 숟가락으로 조금 떠넣었다. 무슨 반찬을 해야 할지 몰라 장에서 사온 채소들을 바라보다가 부추 한줌 깨끗이 다듬어 적당한 길이로 썰어놓고 쇠가마에 기름을 한술 쏟아넣은 후 달아올라 연기가 날 때에 부추를 넣고 물을 조금 부은 후 소금과 간장을 넣고 덮개를 덮었다.
저절로 한숨이 나와서 담배 한가치를 꺼내여 라이터로 불을 붙혀 물었다. 혼자니 이만하면 충족하겠다 생각하며 웃방에 들어가서 텔레비전을 켰다. 중앙텔레비전방송 뉴스프로를 조금 보다가 체육채널로 돌리니 내가 제일 즐기는 축구경기가 나왔다. 소파에 앉아서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기 시작했다. 대련팀과 북경팀이 시합하고 있었는데 실력이 엇비슷하고 너무나 아짜아짜하여 손에 땀을 쥐고 구경했다. 먼저 북경팀이 한꼴을 넣자 안달아난 대련팀이 대거 진공하여 잠시후에 한꼴 넣어 동점수를 따내였다. 경기는 점점 더 백열화되여 량팀이 결사적으로 싸워도 좀처럼 승부가 나질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방안에 연기가 자욱하고 무엇이 타는 냄새가 진동하여 깜짝 놀라 일어나서 주방으로 달려갔다. 맙소사, 죽이 넘어나서 전기밥솥이 범벅이 되였고 거품이 바닥에 흘러내려 질벅히 젖어 있었다. 된장국은 물이 말라서 가물탄 저수지바닥이 되였고 부추반찬은 숱덩이로 변했다.
이런 변이 어데 있나! 기가 막혀 한참 실신한 사람처럼 멍하니 서있다가 밥가마 전기와 장사기, 쇠마가의 불을 다 끄고 창문마다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켰다. 다시 밥하기 아름차고 맥이 풀려 가까운 상점에 가서 팔보죽을 사다가 끼니를 대충 외웠다. 이튿날부터는 무조건 식당놀이를 하면서 안해가 집에 돌아올때까지 보름동안 버텼다.
안해가 돌아와서 그 말을 듣더니 배를 끌어안고 한참 웃어대다가 그사이 많이 축갔다며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인간수업에서 빵점을 맞고 웃음거리를 만들어낸 일이 두고두고 망신스러워 소문이 퍼질가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나날을 보내였다. 다행히 안해가 비밀을 잘 지켜주어 낯이 깎이는 일이 생기진 않았다. 안해는 다음에 자기가 출장가면 아예 보모를 청해 놓겠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