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이렇게
따스하게 속삭일 줄이야
가슴을 훅 열고
뛰여들어온
단풍의 고백
봄나절 여름나절
푸른 청춘을 바쳤다며
이제는 다시 청춘을 찾을 거라며
황혼의 노을빛 고울 때
사랑을 할 거라며
문득 찾아온 단풍
단풍 사랑
가을 마음
꽃구름 흘러흘러
가을 바람 불어불어
상냥한 그리움 전해준다
풍성한 그대의 이야기
황금빛 언덕에 홀로 서서
떨어지는 락엽에 적어보는 그대 이름
봄이 다투어 피던 그 동산에서
즐거웠던 시간들은 고개 숙이고
강물처럼 흘러간다 안개처럼 사라진다
세상이 온통 우리의 것인듯이
영원히 살아가자던 약속들은
시위떠난 화살처럼 돌아올줄 모른다
높이 걸린 까치둥지
서글픈 휘파람소리
날아간 철새는 언제나 돌아올가
가을을 여미는 마음
그대를 향하는 마음
오늘따라 정처없다
나의 가을
나의 가을은
달도 별도 모르게 짝사랑해놓고
보지도 못하고 떠나는 것이 아쉬워
속만 태우는 안타까운 가을이다
나의 가을은
후회는 하지말자 골백번 다짐해도
마주치면 떨리면서 쳐다도 못보는
담이 너무 작은 졸장부 가을이다
나의 가을은
불타는 마음 화산처럼 타오르지만
그릇이 안되니 마음만 간직하자
혼자서 가슴 앓는 슬픈 가을이다
나의 가을은
조용히 흘러가는 강물우
가슴에 써놓은 슬프도록 아름다 운 글을
락엽에 띄워보내는 외로운 가을이다
나의 가을은
멀리 흘러가는 구름과 함께
나만의 사랑 찾아
나만의 꿈을 향해
떠나기로 결심한 힘들지만
새 희망 넘치는 찬란한 가을이다
커피 한잔에 가을을 풀어놓으면
커피 한잔에 가을을 풀어놓으면
맑고 푸른 하늘이 구름타고 내린다
청산은 꺼꾸로 내리여 허리쉼하고
강남가던 기러기도 내려서 쉬여간다
오곡은 익어 고개 숙이고
과일은 익어 향기 그윽한데
리별을 련습하는 가을잎이
한잎 두잎 커피잔에 내린다
조용히 웃으며 왔다가
문뜩 맞이하는 리별앞에
떠나갈 마음 옛노래 실어
흘러간 추억 한잔 기울인다
따스한 해빛 슬프도록 내리고
무정한 바람 옷깃을 스치며
우수수 흔들리는 한 몸
깊은 사색으로 응어리진다
커피 한잔에 가을을 풀어놓으면
맑은 강물이 조용히 내리여
아쉽고 그리운 세월 싣고 흐르다가
석양 노을에 붉게붉게 물든다
가을에 불러보는 이름
사색에 잠겨
누구도 없는 벤치에 앉아
눈물처럼 내리는 가을잎을 맞으며
익숙한 이름을 불러봅니다
파란 꿈을 속삭이던 꽃의 이름과
푸른 희망에 설레이던 숲의 이름과
천년 만년 살자던 약속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불러봅니다
조용히 불러주는 소리에
나무는 비여지면서 더 억세여지고
하늘은 비여지면서 더 푸르러지고
가슴은 비여지면서 더 후련해집니다
정처없이 떠가는 구름의 이름과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의 이름과
언제나 변함없는 산의 이름을
계속하여 불러봅니다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이
불러줌으로써
더욱 아름답게 다가와
떠나는 가을은 슬프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