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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단풍잎 그리고 코스모스- 권희옥

2022-09-19 13:45:16

열정으로 끓었던

열열하고 뜨거운 여름

산뜻한 여름향기 담아가지고

자취없이 가버렸다

선들바람 솔솔 불어오더니

귀가에 살며시 속삭인다

가을이 왔다고

찬 서리 물들어

빨간 꽃잎같은 단풍잎

환각의 빛으로 아롱진 단풍잎

높은 가지에 매달려

우짖으며 팔랑거리는데

방불이 애처로운 석양이 안타까와

못다한 푸른 사랑 애달파하며

손을 저어 고별을 알리는 듯

그 아쉬운 순간

마음 슬퍼진다

너는 하늘의 축복받아

황혼에 부여한

생명의 성숙과 완성으로

반짝이던 푸르르던 사랑 잊지 못해

그렇게 빨간 사연으로

속삭이고 있구나

지는 해 등에 지고

설레이는 너의 모습 보니

떠나간 사람 그리워진다

흘러간 세월 야속하다

오 너는 코스모스

남들은 벌써 피여 지는데

너는 어이하여 늦게 폈느냐

호리한 몸매로 한들 거리며

멀리에서 불어온 바람과

다정스레 무어라 속삭이는 듯

빨간 노을빛에 흠뻑 젖어

송이송이마다 향기 가득 담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하얗게 웃고 있구나

수수한 아름다움으로 소박한

너의 모습

조심스레 만져 너를 느끼고싶어진다

단풍잎과 코스모스는

시원한 황금빛의 속삭임에

잔뜩 취해서

풍요로운 즐거움에 흥건히 젖어서

싱그럽게 웃고 있다

이 계절이 가기전에

우아한 멋으로

달콤한 진향으로 남아

격이 높아지는 이 가을을

황홀하게 장식한다

만물이 익어가는 랑만의 계절인데

황금빛 풍작의 향기 가득한 계절인데

시들어지는 누른색과 세월이 어울려

마음 허전하고 쓸쓸해지는 풍경이다

아쉬운 만추의 차분한 뒤모습

옷자락 날리며 시원한 바람타고

세상 끝까지 멀어져 간다

붉게 타는 노을빛 잦은 여생을

령혼과의 동반으로 다소곳이 감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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