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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방역 전선에 뛰여든 한국인 주부

2022-06-16 11:49:37

"처음 그가 핵산검사 자원봉사를 시작했을 때 중국어로 된 안내문을 출력해 주민에게 줄 간격을 유지하라고 주의를 줬던 기억이 나네요. 중국어가 서툰 탓에 그랬던 것 같아요. 매번 묵묵히 단지내 모든 주민에게 채소를 배달해주는 그녀의 뒤모습을 보면 감동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존경스럽습니다." 상해시 장녕구 회음로(淮阴路)주민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 전선에 뛰여든 한 외국인 자원봉사자를 이렇게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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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씨가 상해시 장녕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자원봉사 활동중 촬영한 사진. (취재원 제공)

이 자원봉사자는 바로 중국에 거주중인 한국인 박희정씨다. 현재 그는 두 아이와 함께 상해시 장녕구의 한 주거단지에 살고 있으며 이 단지내 유일한 한국인 주민이기도 하다.

지난 4월초,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박씨가 살고 있는 단지도 페쇄식 관리에 돌입했다. 이에 박씨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자원봉사를 자처했다. 당시 단지에는 3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로서 박씨는 주민을 위해 생활쓰레기 수거, 약 처방, 물자 배급 등 임무를 수행했다. 이 뿐 아니라 다른 동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주민의 핵산검사를 안내하는 업무도 도맡았다.

"하루하루를 정말 바쁘게 보냈어요." 박씨는 두 아이의 엄마다. 하나는 고중생이고 하나는 초중생이다. 그는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고 온라인 수업을 거들어주는 것 외 나머지 시간은 자원봉사에 매진했다.

박씨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소소한 일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모든 주민들이 방역에 매우 협조적이였어요. 불평하거나 거부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주민위원회 관계자들도 밤낮없이 힘들게 일하지만 항상 얼굴에 웃음을 띠고 긍정적인 자세로 림했어요. 모든 자원봉사자에게 감사 편지를 적어 전달해주기도 했죠. 주민분들도 꼭 필요하지 않은 물품은 공동 구매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 자원봉사자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노력해줬습니다."

단지의 대부분 자원봉사자는 올해 47살인 박씨보다 나이가 많다. "자원봉사자의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주민위원회가 단체방에 통지문을 보내면 곧바로 확인했다는 답장이 여기저기서 울렸어요. 저도 휴대전화로 답장을 빨리하는 편이지만 이들의 속도를 따라가긴 힘들었습니다. 적극적인 태도가 매우 인상 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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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씨가 상해시 장녕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주민들을 위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취재원 제공)

박씨는 주민들이 서로 도와주는 사소한 일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어느날 같은 동에 거주하는 한 로인이 단체방에서 도움을 청했어요. 약이 필요하다고 해서 다른 동 단체방에 요청했죠. 곧바로 다른 동 주민들이 약이 있다며 로인에게 주겠다고 답을 줬어요. 약품과 물자가 부족한 상황이였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려는 모습이 감동적이였습니다."

자원봉사를 자처한 리유에 대해 그는 평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며 이번 기회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지난 2007년 한국 회사에서 상해로 파견된 남편을 따라 아이와 함께 정착했다. 곧이어 2009년에는 이 곳에서 딸을 출산했다. 그의 두 아이는 현재 모두 상해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박씨도 그동안 많은 중국인 친구들을 사귀었다.

"평소 중국인친구들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제 걱정을 많이 해줬죠. 상해의 한 친구는 우리 집의 김치가 거의 다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김치를 구해서 보내주기도 했어요. 또 다른 중국인친구는 자기네 회사에서 선물세트를 받았다며 유용한 물자를 저에게 건네줬어요. 그 때는 음식 등 많은 게 부족한 상황이였는데 이렇게 선뜻 도와주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봐요." 박씨는 주변 중국인친구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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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씨가 봉쇄 해제후 들린 상해시 장녕구의 한 산책로. (취재원 제공)

이제 그의 자원봉사는 끝났다. 방역이 풀리자 그는 아파트 린근의 작은 산책로를 찾아 맑은 공기를 마셨다.

박씨의 남편은 3년 전 한국으로 출장을 갔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시 한국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남편은 봉쇄가 풀리면 상해에서 계속 일을 하겠다고 했어요. 상해에 정착한 지 이미 15년이나 됐기에 제 두번째 고향이나 다름없어요. 이 곳을 떠날 생각은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신화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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