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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강신문 > 문화·문학

문정 근작시 묶음

2023-06-14 11:18:55

문학

문학이 뭔지 몰라

굉장히 궁금했다


A시인한테 물었더니

한척의 배라고 한다

언어를 실어나르는


B시인을 만나 물었더니

령혼을 부각하는

성스러운 사업이란다


C시인을 찾아 물어보니

발가벗은 언어에

옷을 지어입히는 일이라고 한다


D시인은

똑똑하게 살고

보람있게 죽는 공간이라고 했다


갈피를 잡지 못해

문학박사를 찾아 물었더니

네 시인의 말 모두가

옳다고 한다


문학이 대체 무엇인지


다리미질

구겨진 옷은

다리미가 한번 지나가면

반듯하게 펴진닫


내 흉한 과거도

다리미질 한번 해볼가


가슴 아픈 날들이

상처 받던 날들이

생각처럼 펴지지 않는다


엄마가 살아계시면

다리미질 재간이라도

다시 배워볼텐데


이불처럼 인생도

다시 개일 수 있었음 좋겠다


가는 봄의 뒤잔등에

떨어진 꽃잎이

아무래도 구슬퍼


그렇게 짧게 왔다 갈거면

차라리 오지나 말거지


봄새만 울려놓고

가버린 봄


지줄대는 강물이

봄을 실어간게지

흘러가는 바람이

봄을 데려간게지


명년에 다시 오면

아주 주저앉혀야겠다

봄을


편지

몽골친구한테서

편지가 왔다


그립다고

보고싶다고


옛날에는 기차도

두세번 갈아타며

열흘씩 보름씩 걸리던 편지


이제는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내 손에 도착하는 편지


그리운 사람냄새가

편지지에서 묻어난다


고향의 6월

얼굴색이 유달리 희던

순희는 없다

온통 까만 아이들


바람은 꽃구경 실컷 하고

향기도 넉넉하게 날라다준다


산나물들은

꺾어도 꺾어도 기를 쓰고 자라난다


고목 그늘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석쉼한 웃음소리가 서글프다


세월을 돌릴 수만 있다면

아 세월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아마도

아마도

비누는 지가 일해야만

세상이 깨끗해지는 줄

아나보다


아마도

초불은 지가 불타야만

세상이 밝아지는 주루

아나보다


하루에 알 한알 낳는 암탉은

동네방네 홍보가 요란하지만

하루에 알 천개를 낳는 거북이는

침묵만 지킨다


고층건물도 한땀한땀의

눈물과 피땀으로 쌓아올린 것이리라


아마도

이런 글은 보는 사람만

알아보리라


똥개 키우기

똥개 한마리를 키웠다

가리는게 없고

아무렇게나 대해도 편해서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내 발목을 덥썩 물줄이야

혼내주려다가 고기 한점 더 주었다


이튿날 놈은

고맙다는 인사 대신

또 나를 물었다


이번에는 더 큰 고기덩이를

선물해주었다


똥개다워서 좋았다

나를 물 수 있는 사람으로  봐줘서

더 고마웠다


사람답게

성실하게

살아야겠다


강아지들

피곤하다

앞치마 두른채

소파에서 잠 들다


갑자기 강아지들

콩콩콩

이건 또 웬 일이지?


아뿔싸

밥이 타는구나

알려줘서 고맙다만

내 속은 더 탄다

니들 에미애빈

왜 아직 안온다냐?


인연

달을 사랑하지 마라

휘영청 밝기는 해도

커졌다 작아졌다

변덕이 이만저만 아니다


꽃을 사랑하지 마라

향기롭고 이쁘긴 해도

오래가지 못하고 스러진다


산을 사랑하지 마라

평생 말 한 마디 없으니

속 타는 마음 하소연해도

소용이 없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하늘처럼


세상사

변하는 걸 못봐주면

사랑할 자격이 없겠지

인연을 론할 자격이 없겠지


익자

오늘은 고구마다

숯불에 잘 구워진 고구마


허리를 툭 자르니

뭉클 솟아오르는 향


고구마는 왜 맛있을가


땅에서 파냈을 뿐인데

불에 구웠을 뿐인데


그렇지!

익었잖아


익어야 맛있거늘

과일도 밥도 그렇지 아니한가


잘 익어보자

익어야 맛이 나거늘


언어낚시질

나는 낚시군

매일 호수가에 앉아

낚시질을 한다


낚시대는 스마트폰

호수는 위챗이나 모멘트

미끼는 없다


50여개 위챗그룹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고기를 낚는다


운 나쁠 땐

잔챙이만 잡지만

땡 잡으면

월척도 가능하다


낚시찌가 또 움찔거린다

입질이 온다


제발 멋진 단어 하나라도

나와주렴아


반신불수

괜찮아

괜찮아

반신불수 환자들도

굉장히 멋진 삶을 살고 있거든


몸이 불편하니까

망치를 휘두를 일도 없고

땡볕아래 벽돌 나를 일도 없겠지


몸이 불편하니까

백미터 달리기로 1등해서

박수 받을 일도 없고

권투를 해서 챔피언의 보좌에

오를 일도 없겠지


몸이 불편하니까

펀펀한 사람처럼

오염된 호수에 갈 일도 없고

방사선물질에 로출된 지역에

갈 필요도 없겠지


근데 그거 알아?

반신불수를 가득 생산한 이 세상도

반신불수 못지 않게

고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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