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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의 코스모스길- 최영란

2023-02-07 10:37:35

넓고 넓은 이 세상에 아름다운 꽃들이 많고 많지만 유독 코스모스꽃만 보면 가슴이 콩콩 뛰면서 하냥 설레이는 까닭은 내가 세상에 태여나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아버지께서 뜰안에 소담하게 피여난 코스모스를 가리키며 배워준 첫 꽃이름이기 때문이리라. 

3년전 어느 가을날, 나는 산책하다가 외진 한 아빠트단지 화단에서 청결공이 이 꽃이 밉다며 수풀같이 우거진 코스모스꽃을 깡그리 가을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이 화단에서도 다시는 코스모스꽃을 볼수 없겠구나 하는 슬픈 마음에 부지런히 꽃씨를 반근좌우 훑어왔다.

나절로 코스모스꽃을 심어야지! 야심차게 생각했지만 꽃씨를 뿌릴 곳이 없었다. 첫해 화분통에 심자니 키다리 꽃이여서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듬해 층집 아래 터밭을 찾아 헤맸으나 바늘귀 구멍만한 자리도 없었다. 그 다음해 코스모스 꽃씨를 버리기 너무 아까와 묵은 꽃씨라 싹이 트지 않을가봐 먼저 물에 담가놓았다.

5월도 막가는 어느날, 꽃씨는 싹은커녕 부글부글 괴여오르기만 했다. 그래도 버릴 수가 없어 푹 퍼진 코스모스 꽃씨를 들고 무작정 거리에 나섰다. 어느 곳에 빈터가 있으면 무조건 씨를 뿌리고 오리라. 걷고 걷다가 인적이 드문 길, 아스팔트길도 아닌 옛길에 들어서니 길 량켠은 황페하기 그지없었다. 옳지, 이곳이구나!

나는 물에 푹 젖은 꽃씨를 되는대로 뿌리고는 누가 뒤쫓아 오기라도 하듯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왔다.

몇달간 바삐 보내다 나니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9월도 막가는 어느날, 어쩌다 산책길에 오른 나는 그 코스모스꽃씨가 생각나 인적드문 그 길로 발길을 돌렸다. 어느새 이 길은 아스팔트길로 변했다.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달려갔다. 와- 내가 심은 코스모스, 많이는 아니지만 활짝 피여 나를 반겨 주었다. “너 끝내 꽃을 피웠구나!”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코마루가 찡해나며 뜨거운 그 무엇이 괴여 올랐다.

자갈 속에서 자라난 나의 진분홍빛 코스모스 한포기는 얼마나 건실하게 자랐는지 밑줄기가 방치같이 굵고 숱한 가지를 뻗어 수많은 꽃송이를 피웠다.

나는 코스모스꽃을 우리 민족의 생을 닮은 꽃이라 생각한다. 화려하지도 않고 요염하지도 않고 너무나 소박하고 수수한 꽃, 그러나 늦가을에 남들이 모두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다 기진맥진하여 쓰러진 후에야 제모습을 조용히 살짝 드러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어여쁜 꽃, 그러면서도 강인한 성격을 숨김없이 나타내는 꽃, 참으로 대견스럽다.

살길을 찾아 조선반도를 탈출하여 기근과 혹한을 이겨내며 척박한 이 땅에 뿌리내리고 신근한 로동으로 끈질기게 살아온 우리 민족, 자신의 특색을 잃지 않고 노래와 춤을 즐기며 어여쁨을 한껏 자랑하는 민족, 내강외유의 성품으로 무언의 강직함을 소유한 우리 민족을 닮지 않았는가? 그래서 나는 코스모스꽃을 더없이 사랑한다.

오늘도 나는 나의 코스모스에게로 달려가 탱글탱글 영근 꽃씨를 한줌한줌씩 받아서 맞은켠 길에 쭉 뿌려 놓았다. 래년이면 이 인적드문 길에 코스모스꽃이 만발하여 많은 길손들을 맞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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