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여름 내내
미치게 악쓰더니
드디여 랑자하게
하혈을 하는구려
림종을 눈앞에다 둔
후회없는 넋이여
추석달
휘영청 밝은 저 달
왜 저리 둥그렇지
그립던 고향 냄새
저곳에 어려있네
조금도 모남이없이
그리움을 빚는 너
장터
엄마표 찰옥수수
속살을 드러낸 채
아빠표 떡호박과
나란히 선보이네
주름진 농부의 얼굴
웃음꽃을 바랐네
양파
도대체 저 가슴엔
무엇이 묻혔을가
껴입고 또 껴입은
새하얀 저고리들
언젠가 옷고름 풀면
수수께끼 풀릴걸
락엽
바람에 흩날리며
헤매는 저 모습은
알아서 귀숙하는
착한이의 몸짓이다
욕심을 활 던져버린
그 넉넉함 부럽다
갈대
몸매는 가냘파도
쉴 새 없이 일을 하네
바람에 순응하며
사는 것도 제멋이다
멋지다 꺾임도 없이
여유로운 그 생이
갈림길
하행선 왼쪽이고
상행선 우측인데
길잃고 서성이는
가엾은 나그네야
막차는 간지 오랜데
망설이며 섯구나
논두렁
허리 휜 그림자는
간곳 없이 사라지고
낯설은 이방인들
활개치며 오고가네
오롯이 논두렁만이
옛주인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