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国内统一刊号: CN23-0019  邮发代号: 13-26
흑룡강신문 > 문화·문학

【수필】설- 마성산

2023-01-20 15:33:59

어렸을 때 음력설이면 엄마는 우리 형제들에게 빠짐없이 새 양말을 사주어 신도록 하였고 분탕(粉条)과 미역, 돼지고기를 푸짐히 넣고 끓인 국을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하였다. 해마다 설 무렵이면 엄마는 사탕무우로 엿을 가득 달여두고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도록 하였고 경제적 여유가 생길 땐 우리에게 소비돈을 주어 폭죽을 사서 터치도록 하였다. 그 시기엔 불꽃놀이 폭죽이란 없었고 두방짜리 폭죽 두세개를 사고 한방짜리 폭죽뀀은 풀어 하나씩 아껴가면서 터뜨리였다. 섣달 그믐밤에 폭죽을 터뜨리는 것은 본래 붉은 색을 싫어하는 악귀를 쫓아내기 위한 수단으로부터 생겨났다는 설이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 습관이 전통처럼 이어져오고 있는데 지금 사람들은 폭죽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어떤 가문에서는 천여원의 돈을 팔아 폭죽을 사들인다. 원래는 밤중 열두시부터 폭죽을 터뜨리는 것이 법 아닌 법으로 되여있었지만 지금은 초저녁부터 여기저기서 폭죽 터뜨리는 소리로 분주하다. 마치 누구네 가문에서 더 많이 더 오래 터뜨리나를 경쟁하는 듯 하고 누구네 마당에 폭죽 꽃송이가 더 많이 널려있는지를 비겨보는 말없는 경쟁인 듯 싶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보자. 등잔불 켜는 세월이라 해도 설날이면 환한 초불을 구경할 수 있었다. 설이 다가오면 엄마는 노란 금박 글자가 새겨진 초를 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섣달 그믐날 밤 열두시 쯤 되면 집안이 환하게 초를 켜고 아버지가 친히 제사상을 차렸다. 이 때 우리 형제들은 새 양말을 신는다. 그리고 상차리는 아버지의 거동을 지켜본다. 상우에 흰 종이를 펴고 상과 잇닿은 벽에도 흰 종이를 붙힌다. 그리고 상에다 제사 음식을 정성껏 차린다. 과실류 육류 사탕류 등 제사 음식을 놓고 깨끗한 그릇에 흰밥을 듬뿍 담아 올려놓고 옆에다 맑은 물 한사발을 놓는다. 이런 장면을 지켜보는 우리 형제들은 자연 엄숙해지고 경건해진다. 맏형더러 술을 붓게 하고 삼형제는 정숙히 서있다가 세번 절을 한다. 밥사발에 꽂힌 숟가락을 뽑아 밥을 세번 떠서 맑은 물에 만다. 언젠가 우리 형제들이 아버지께 물은 적이 있다. 누구에게 지내는 제사인가고. 아버지는 구체적 대상을 말하지 않고 그저 조상에게 지낸다고 하였다. 흰 밥을 떠서 물에 말 때 나는 아마 조상의 귀신이 와있는게 아닌가고 생각하였다. 제사가 끝나면 아버지는 우리를 시켜 앞집의 윤할아버지 옆집의 아버지 친구들을 모셔오라 한다. 초불 환한 방에서는 맛나는 설맞이 식사가 시작된다. 오손도손 초불 주위에 모여앉아 맛나는 설음식을 먹을 때가 바로 설 쇠는 것이였고 행복의 향수였다. 

어제날의 설에는 또 세배군들이 동네를 힙쓸기도 했다. 세배군들은 동네에서 생활 조건도 괜찮고 어질고 너그러운 어르신을 찾아 세배를 올린다. 세배 받은 어르신은 세배돈을 내놓기도 하고 술상을 차려 세배군들을 대접하기도 한다. 가난한 생활일지라도 참으로 인정미 넘치는 세월이였다. 이런 인정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지금은 세월이 변하여 동네를 누비는 세배군보다 발달된 현 시대의 특징을 보여주는 련계방식 말하자면 핸드폰을 리용하여 설 인사를 올리거나 덕담을 나누는 것이 보통이다. 옛날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현실로 되였다. 

옛날엔 설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통례로 되었었다. 허나 지금은 설이 돌아오는 일이 썩 반가운 일로 되는 것 같지 않다. 몇해 전까지만 하여도 고래희를 향하여 톺아오른다고 여겼댔는데 인젠 벌써 고래희를 넘어서고 있다. 이게 다 누구 탓인가? 바로 바야로 다가오고 있는 설 탓이 아닌가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몇년에 한번씩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설임에도 불구하고 일년에 한번씩 설이 온다는 건 너무 자주 찾아오는 설이 아닌가고 탓해보기도 한다. 동네를 돌며 로인들께 세배를 올리기는커녕 자신이 세배를 받아야 하는 신세로 변한 꼴이 더 우습다. 설이 자주 찾아온다는 넋두리를 늘어놓기보다 자연의 리치에 순응하려는 차분한 마음 가짐을 갖추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한 처사가 아닌가 싶다. 

관련 기사
版权所有黑龙江日报报业集团 黑ICP备11001326-2号,未经允许不得镜像、复制、下载
黑龙江日报报业集团地址:黑龙江省哈尔滨市道里区地段街1号
许可证编号:23120170002   黑网公安备 23010202010023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