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이는 밤 늦게 잠자리에 들었건만 잠기가 어디로 도망갔는지 또 실면할 잡도리다. 창문으로 비쳐든 달빛이 방안에서 서성대고 있다. 이제는 사흘째나 이렇게 괴로운 밤을 지새고 있다.
(세상에 이처럼 나쁜 사람을 친구로 지내오다니… 정말 더러운 흙을 진주로 여겼구나. 하지만 래일에는 이 돈을 어떻게 하나 꼭 받아낼거야.)
받아야 할 돈 못 받아서 그 스트레스로 밤 설치고하니 손해가 웬만한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미숙이는 더구나 부아통이 터질 일이였다.
그러면서 눈앞에 그 밉쌀스러운 경자가 떠올랐다.
미숙이와 경자는 한살 차이로 미숙이가 한살 이상이다.
일년전에 경자의 딸이 결혼하게 되자 미숙이는 부조금 6백원을 내 놓았다.
“아니. 너 머리가 돌지 않았어? 너 로임이 한달에 천원 좀 넘는데 이렇게 많이 내놓으면 이번 달에 살기 어려울건데... 우리 친구지간에 돈 얼마를 내놓는가가 중요하지 않고 진심으로 되는 축복이면 돼.”
경자의 언성이 저도 몰래 높아지는한편 두 눈이 화등잔이 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미숙이는 제약공장에서 퇴직한지 1년도 안되였고 3년전에 한국간 남편이 얼마 안되여 중병에 걸려 일 못하고 돌아와서 휴양하고 있다. 미숙이는 그간 다른 일을 하다가 반년전에 무릎관절염으로 놀고 있는 처지다. 다행히 소주에 간 딸이 잘 나가고 있어서 조금씩 보태주고 있다.
“우린 절진한 친구잖아? 내 마음이야.”
경자의 어깨를 만지며 말하는 미숙이의 얼굴은 해맑은 하늘처럼 환했다.
평소에 그들은 그닥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어느 친구보다도 마음이 통해서 자주 위챗으로 대화가 오갔다.
이듬해에 미숙이의 딸애가 결혼식날자를 정하게 되자 미숙이는 흥분상태로 경자를 찾아갔다.
“우리 딸도 결혼하게 되였으니 우리 인제부터 외할머니 될 준비나 해.”
“우리 시름 싹 놓게 되였어. 지금은 무슨 세월인지 시집 장가 안 가는 자식들이 많아서 부모들 속이 타는데 우린 그런 속은 안 타게 되였어.”
둘은 흥분에 얼싸 안고 말았다.
미숙이의 딸애가 일주일을 앞두고 결혼식을 올리게 되자 미숙이는 그날의 손님좌석 배치를 경자한테 부탁하고 싶었다.
경자는 인물도 괜찮고 체격도 쭉 빠져서 그런 장소에 적합했다. 특히 머리를 단아하게 틀어올리고 거기에 한복까지 입으면 미의 선로가 확장되여 주위를 밝게 만들 것이다.
미숙이는 제꺽 폰을 들었다.
“경자, 너 우리 딸 결혼식날에 수고 부탁해. 그 머리를 꼭 올리틀던지 해줘. 그 모습이 제일 우아해보이거든.”
그런데 경자쪽에서 오는 회답이 이러했다.
“이거 어쩌지? 나 어제 불시로 청도로 왔어. 딸애한테 좀 일이 있어서… 아마도 열흘전에 못 돌아갈 것 같아.”
친구로서 일생에 한번 뿐인 딸의 경사에 못 참가하는 것이 어딘가 서운했지만 별 수 없었다.
미숙의 딸이 결혼식이 끝난지 사흘만에 경자가 돌아왔다. 그런데 열흘 가까워 오도록 경자가 부조돈을 내놓지 않았다. 혹시 잊었을가? 그럴수 없었다. 미숙이는 일부러 빙빙 에둘러 몇번이나 암시를 했으니 말이다.
련속 사흘간 실면한 미숙이는 더는 침묵을 지킬 수 없었다. 일이백원돈도 아니고 6백원인데… 글쎄 2백원정도라면 친구지간에 그까짓 거 하겠는데…
경자를 찾아간 미숙이는 무거워나는 입을 열었다.
“경자. 우리 친구니까 믿는 마음으로 말하기 난처한 일 말하겠는데 경자네 결혼잔치에 내가 부조한 기억이 나겠지?”
“아. 기억이 나구 말구.”
두 사람사이에 잠간 적막이 흘렀다.
“그럼 그만큼 인사가 오는 것이 도리가 아니요?”
미숙이는 될수록 어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아참, 그런 도리를 모를 내가 아니지. 그런데…”
경자의 입가에 매달린 랭담함을 보아낸 미숙이의 머리가 세찬 비바람 만난 듯이 마구 태질했다.
“부조란 서로 엎음갚음이란데 어쩜 그렇게 처사할수가 있소?”
미숙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자 경자는 담담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참 뭐라고 말하면 좋을가? 내가 갚을 날이 꼭 있을거요.”
말을 마친 경자가 일이 있다며 가버렸다.
이튿날 미숙이는 경자가 위챗으로 보내준 돈 6백원과 남긴 문자를 받았다.
친구 미숙아:
그간 스트레스를 많이 줘서 미안하기가 그지없어. 사실 나는 청도에 간건 병진단하러 간거야. 검사결과 취장암이라고 하네. 내 병이 어떻든 친구의 경사에 성의를 표시해야 하는데 정신이 무너지는데다가 돈도 깡그리 다 병원에다 소비해서 그까짓 몇백원도 말라든 거야. 미숙이한테 부담이 될가봐 원래는 이런 사연을 끝까지 숨기려고 했는데 또 친구기때문에 알려주고싶구만. 어제 마침 돈이 생겼는데 오늘 무엇보다 먼저 미숙이한테 못한 인사를 올리는거야. 그 어느 때 우리가 천국에서 만난다 해도 그냥 좋은 친구 하자…
여기까지 읽은 미숙이의 손에서 핸드폰이 떨어졌고 미숙의 얼굴에는 눈물이 비오 듯 했다. 가슴이 란도질하는듯 아파났다. 저도몰래 입에서 이런 말이 새여나왔다.
“친구지간에 그 어떤 리익을 따지는것은 친구가 아니야. 내가 마음이 내켜서 부조를 많이 하고는 기어코 그것을 받아내겠다고 하는게 도리가 아니였어. 아. 경자 내가 되려 미안했구만.”
조금후 미숙이는 돈 천원을 가지고 경자네 집을 향해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