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저명 촬영가이자 기업인, 문화인으로 폭넓은 사화활동을 해오던 남룡해의 장편인물전기 '국자가의 전설'이 연길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번 출판회는 청도에 이어 두번째이다. 행사는 '전설의 귀환, 별들의 잔치'를 주제로 진행됐다.
저자 남룡해
'국자가의 전설'은 둘째 아들인 남룡해가 93세 어머니를 하늘나라에 보내놓고 그 애절한 마음 달랠 길 없어 짙은 감동의 필치로 써낸 장편인물전기이다. 그의 어머니 황정자는 어린 나이에 조선에서 중국으로 건너 온 후 네살에 친어머니를 여의고 류동성이 강한 아버지를 따라 목단강, 녕안, 송눈평원을 전전하면서 '소녀가장'으로 온갖 고생을 다했다. 그후 해방을 맞았다가 다시 지방토비들에게 쫓겨 조선인들이 모여사는 국자가에 들어와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어머니는 18살 꽃나이에 국자가에서 동북군정대학 길림분교 교도대에 입대해 선전원을 전전하다가 다시 길동군구 피복공장에 들어가 바느질을 접하며 남편을 만나 네 아들을 훌륭한 인재로 키워냈다. 그런 어머니는 한생을 바느질로써 의령 남씨가문과 남원 황씨가문의 가세를 일으켜온 서민갑부로 거듭난다.
'국자가의 전설'은 이렇듯 겁 없는 어머니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통해 중국조선족 1세대들이 겪어 온 일제치하의 무단통치와 문화통치, 반일과 항일, 일본인개척단, 조선인부락, 창씨개명, 강제징병, 공출제 실시, 집단이민, 광복, 귀향, 토지분배, 중국 국적 취득, 자치주 성립, 동란의 년대, 개혁개방을 포함한 근 한세기에 거친 력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저자 남룡해는 '국자가의 전설'을 쓰면서 단지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만이 아닌, 우리 조선족 모두의 어머니들의 삶을 재조명한다는 사명감이 들어 어깨가 무거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책을 쓰는건 어쩌면 조선민족이 중국땅에 정책해서 살아온 근현대의 력사를 정리하는 일이기도 하여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년에 도문에서 신혼을 시작한 어머님이 대약진년대에 가솔을 거느리고 대학이 있는 국자가에 이사를 강행한 과단한 행동이 후날 남씨가문의 네 아들이 모두 대학으로 가는 장거를 이루어냈으며 그 황어머니의 손자 남지용 학생까지 올해 광동성 72만명이 참여한 대학입시에서 문과장원을 하였기에 '국자가의 전설'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감개무량한 마음을 전했다.
일찍 강서대학 신문촬영전업을 전공한 남룡해는 보기드문 문화인이자 경영인으로 청도에서 28년을 살아오면서 청도조선족사회의 발전과 중한 량국 경제 문화 교류를 위해 공헌을 해왔다.
출판기념회에서 중앙민족대학 교수 황유복은 영상축사를 통해 "젊은 나이에 연변촬영가협회 주석 겸 길림성촬영가협회 부주석을 지냈던 사진작가 남룡해씨가 청도에서 기업인이자 사회활동가로 활약을 보이더니 이번에는 책까지 써내 다시 연길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 것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하면서 책에 대해 "전편 문장은 꾸밈이나 화려한 수식어 없이 소박하다. 수십만자를 단숨에 읽게 만드는 숨은 매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삼구민속식품 대표 박광수는 이날 축사에서 "세월의 강물에 씻겨서 흑백사진처럼 색이 바래는 민족의 정체성을 후세의 옷자락에 이름표로 달아주려는 사명감에 떠밀려 필을 잡은 의로운 사람이 있어서 '국자가의 전설'이 세상을 보게 되였다. 책 속의 못말리는 어머니만큼 더 못말리는 사람이 바로 남룡해이다. 그는 감동과 격정이 있고 칭찬과 감사에 능하고 배려와 봉사가 몸에 배였으며 락관적이고 유머적이다. 이러한 감수성으로 남룡해는 청도의 조선족사회 최선두에서 화합과 교류의 장을 펼쳐왔다. 단편 한쪽 발표하지 않은 그가 일흔 문턱에서 어머니 자서전을 써낸 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연변녀성' 총편 안려홍은 이날 "'연변녀성'과 '국자가의 전설' 주인공 황정자 어머님과의 인연은 2020년 4월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5월호 잡지 마감을 앞두고 출판사 원로 편집으로부터 글 속 주인공이 90여세로 병환에 계시는데 오래 기다리기에는 무리일 것 같다는 얘기에 무조건 5월호에 실어드리겠다는 파격적인 답복을 드렸다. 그래서 이 특별한 독자가 생전에 잡지를 받아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전례없는 일을 추진해나가게 되였다. 모두의 소원대로 할머님은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담긴 잡지를 든채 영원한 순간으로 카메라에 담겼다. 직책에 충실하여 순간에 내린 용단이 남씨가문과의 인연의 시작으로 되였고 경각을 다투는 할머니를 배려하여 들인 노력이 전설을 써내려가는데 일조할 줄은 몰랐다"며 감격해했다.
주인공 황어머니와 함께 한복을 만들었다는 현재 국가급 조선족복식 전승인 유옥란은 이날 "황정자 어머니는 주위사람들을 사랑하며 엄청난 나눔을 실천해온 사람이다. 오죽하면 그에게는 걱정위원회 회장이란 별명까지 붙었을까. 나는 그에게 평생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가 가르쳐준 것들은 지혜였으며 정신이였다. 현재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이 일을 시종 견지해왔으며 우리 복식을 위한 일에 혼신을 다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행사는 연변시랑송협회와 연변조선족어머니수필회가 주최했다.
/글 류설화 기자 사진 강빈 길림성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