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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창밖의 계절- 조려화

2022-07-25 14:01:53

오월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짙어가는 푸름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계절은 바뀌여가고 창밖의 풍경도 빠르게 바뀐다. 집앞 거리 량켠의 키작은 나무들이 연두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뀌고 있건만 원예사의 손길이 닿은지 오래되여 제멋대로 바람따라 흔들거리고 일렬로 쭉 서있는 이름모를 나무는 며칠 전까지만 하여도 부연 줄기에 연두색 이파리가 몇개 나더니 밤을 자고 일어나니 제법 록색을 띤 나무잎들이 맞은 켠 4층 건물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졌다. 강가의 버드나무는 제비가 돌아와 그네를 뛰여도 될만큼 물이 올랐고 멀리 강 너머 산에 띠염띠염 보이던 푸른색이 어느새 온 산을 뒤덮으며 바위의 기세를 눌러버린다. 모든 푸름은 같은 듯 또 다르다. 연하고 진하고 상큼하고 강렬한 제 각각의 푸름이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서 너울거려 가슴을 설레게 한다.

창밖은 한창 오월이다.

도시 봉쇄 여드레째

한국의 이름난 작가이자 수필가인 피천득 선생님은 오월을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하였다. 앵두와 딸기들이 익어가고 함박꽃이 벙글어가는 밝고 맑고 순결한 스물한살 오월은 무섭도록 조용하고 괴괴하기 그지없다. 해살이 눈부시고 바람도 향긋하고 푸름은 춤 추는데 로인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해볕쪼임을 하던 광장공원도, 아이들의 랑랑한 글소리 웃음소리 넘치던 교정도, 사람들로 북적이던 시장도, 차들이 오가던 거리도 모든 것이 침묵 속에 잠겨있다. 이따금씩 공무수행차량이 오가고 보기만 하여도 숨막히는 방호복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아름다운 오월을 느낄 틈도 없이 땀으로 세수를 하며 열정과 희망을 쏟아붓고 있다.

오월의 도시는 말이 없다.

오월의 도시는 신음하고 있다.

도시 봉쇄 아흐레째

아파트 단지안에서 하던 핵산검사를 큰길에서 한단다. 하루에 한두명씩 계속 확진자가 발생하는지라 교차감염을 막기 위해서라나. 유치원 애들처럼 줄을 서서 검사구역까지 가고 인원수를 체크한다. 핵산채취를 하려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곁을 지나 한무리의 강아지들이 두만강광장쪽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골목사이로 언뜻 보이는 드넓은 광장은 강아지들의 천국이다. 그래, 너희들이라도 마음껏 오월을 즐겨라.

핵산검사를 하고 올라오니 남향쪽 창문을 열지 말라고 통지한다. 강 건너 나라의 상황이 좋지 않아 바이러스가 바람타고 올 수도 있으니 예방해야 한단다. 잠간씩 창문을 열고 길게 심호흡을 하노라면 오월의 품 속에 내가 살아있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였었는데 이제는 창밖의 공기조차 탐할 수 없게 되였다. 아쉬움에 바라본 창밖의 풍경은 파란 물감으로만 완성한 한폭의 수채화다. 저 멀리 주말마다 농사를 지으러 내려가는 시골쪽을 보노라니 올해 채소농사는 글렀구나 싶다. 앞마당 곰취며 뒤울안 부추는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랐을텐데 생각하니 갑자기 우울해진다. 오월은 나를 부르는데 나는 유리창 너머로만 오월을 바라볼 수 있어서 가슴이 아릿하다. 내 마음은 오월인데, 돌아가고 싶은 그 시절을 상기시켜주는 오월인데, 푸르른 오월의 들판에 누워 마음껏 딩굴고 싶은데, 그 푸름의 오월 속에 풍덩 내 몸을 던지고 싶은데, 나는 이렇게 살아있는데 머물러 있는 듯 하고 오월은 머무는 듯 하다가 어느샌가 저 멀리 가고 있다.

도시 봉쇄 열흘째

난데없이 12시를 금방 넘긴 새벽에 천둥번개가 치더니 비가 시원하게 쏟아진다. 고요한 새벽의 정적을 깨뜨리며 지붕에 나무에 거리에 투닥투닥 떨어지는 비방울소리가 그토록 정겨울 수가 없다. 가슴이 괜스레 설레이며 이제 날이 밝으면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창너머로만 바라볼 수 있는 오월이여도 나는 늘 그렇듯 변함없이 오월을 가슴 뜨겁게 사랑한다. 오월의 푸르른 창공을 날아예는 새들과 오월의 산과 들을 수놓은 풀들과 꽃들과 나무들이 내뿜는 싱그러운 향기는 가슴 속에 차넘친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창밖의 계절은 어김없이 왔다가 물처럼 바람처럼 스쳐간다. 바야흐로 록음이 짙어가는 류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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