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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내 가슴에서 반짝이는 별들- 최화길

2022-07-22 15:25:44

할아버지



옛말 엿가락처럼 뽑아내며

정감의 씨앗 심어주신 분



지게로 산을 옮기셨다

어깨로 가문을 떠메셨다



언성 한번 높이면

창호지 바르르 떨었다



격랑 치째는 준치 같았고

검은 구름 쪼개는 번개 같았다



평생 불같이 살다 가셨기에

남아있는 그 이름 호랑이영감!



할머니



나를 위해서라면 며느리와도

‘전쟁’할 만큼 끔찍하셨던 분



자신의 아들보다 나를 더

알뜰살뜰 챙겨주셨던 분



항상 부담이 없고 편하고…

어쩌면 엄마보다 더 끌렸던 분



바쁜 엄마 대신 ‘엄마’ 되시고

나를 누구보다 더 고와하신 분



외우시던 손비는 보지 못했지만

나에게 사랑과 믿음만을 주신 분



삼촌



키가 훤칠한 아버지와는 달리

왜소하고 앙바틈했어도

통머리 하나 체통보다 크고

마음 하나 항상 넉넉했다



아버지가 좀자르는 일도

확실하게 끊고 맺던 사나이

나의 멋진 우상이였고

나의 정신 지주였다



아버지와는 속 풀기 어려웠지만

삼촌에게 속을 보여주면

종종 해박한 조언으로

내 마음 사로잡은 사람



필경 삼촌이여서

작은아버지 되였어도

무람없이 롱담도 잘 받아주는

내 인생의 점잖은 참모같은 사람



외삼촌



막걸리 한잔에 새아기처럼

얼굴 홍당무우 되여 삼촌에게

놀림 당하던 애티나던 외삼촌



사돈이라는 간판이 어려워

우리 집에 오면 온 가문이

손님으로 높이 모셨던 외삼촌



엄마는 눈치를 살피면서도

무엇인가 해주지 못해 안달을 떨고

아버진 허물없이 야,자하던 외삼촌



그날의 준남은 어데로 가고

그리움만 한가득 불러옵니다

친구처럼 함께 놀아주던 외삼촌



세월 모든 걸 묻는다지만

정만은 묻을 수 없는가봐요

달밝은 밤이면 또 다시 떠오르는 외삼촌



고모



시집 갔었어도

같은 성씨라는 자존으로

장손인 나에게는 각별했다



불면 날아갈가 쥐면 부서질가

은근슬쩍 내 편이 되는 경우가

눈에 나게 선명했다



‘철소’라 소문 높았던 처녀

내 시린 옆구리는 항상

그의 따뜻한 손길이 따랐다



성질 나면 폭포처럼

지심 쾅쾅 뒤흔들어

장정들도 잠간 숨 죽였다



좀은 무서웠던 기억

내 얼굴에 찍었던 손자욱은

마음에서 크고 있는 그리움이다



이모



엄마보다 더 예뻤던

미모의 녀자

거리에 나서면

장정들 눈길 비발처럼 쏟아졌다

내가 되려 무서워

등뒤에 숨기가 일쑤였다

간혹 수줍은 웃음 한송이 피우면

뭇꽃은 파랗게 움츠러들었다…

세월은 고운 얼굴 앗아갔어도

얼굴만큼 고운 마음은 변함없었다

한두해 넘겨서야 한번 쯤

외할머님 보러 외가에 가면

손수 바지라도 해입혀야 직성풀던

손부리 탱탱했던 속이 꽉 찬 녀자

키 넘어서는 자식들 앞에서도

토끼꼬리만한 나의 재간을

길게 장바처럼 늘여주던

얼굴보다 더 예쁜 살가운 기억이여!



형님



나보다 두살 더 많았어도

셈은 한아름이나 앞섰다

길 나서면 넘어질세라

내 손 꼭 잡아주던 형



크면서 티각태각 옴니암니

투닥투닥 손붙힘도 있었지만

내가 봉변 당했다면

첫사람으로 날아왔다



속은 별로 안줘서

무서움이 서리고

좀은 짭짤하기도 한

영원히 행복한 이웃!



누님



달이 둥글면 예나제나

달같은 누님이 떠오른다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그리움이 무엇인지 깨워준다



형님과는 달리

주먹보다 눈물 앞세우던

물같이 부드럽고

숨결같이 고르로운 천사



시집 가던 날

따라 갔다 두고 오는 아픔이란

겪어보지 못한 사람 알 수 없어라

다시 못 볼 듯이 울던 누님!



멀리 떨어져 살아도

달빛처럼 은은한 사랑은

소포에 담겨오고

위챗 액정에 비껴온다



엄마의 뒤를 이어

‘엄마’가 되여

엄마가 두고 간 사랑

고이 되살리고 있다



매형



누님의 말이라면

껌뻑하는 다정한 형님

동생 하나 주었다며

속이 펑 뚫리게 웃던 익살스런 얼굴



드문드문 누님 흉까지 터놓으며

내 눈치 슬쩍 보기도 하고

우리 집 흉까지 볼가 하던

엉큼해도 싫지 않은 과객



아버지 앞에선 나보다

더 아들처럼 돌아치고

어머니 앞에선 나보다

더 효자인듯 한 적수



한해에 한번 쯤은

닭모가지 비틀게 하는

미워도 밉다할 수 없는

평생 귀한 손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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