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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달빛에 미역 감으니 - 황혼호

2021-12-12 15:10:04

그윽하고 고요한 이 밤, 환하게 웃고있는 달. 사위를 바라보니 모든 것은 달빛과 밤의 융합속에 자욱하다. 바람은 사색에 잠기고 사람은 꿈 나라에서 헤맨다. 저 멀리 시골 마을은 신비하고 짙은 어둠 속에 숨겼는데 나무는 짙푸르고 길은 아득하다.

시같고 그림같은 들판에서 묵묵히 맑고 깨끗한 달의 얼굴을 주시하노라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이고 사색의 날개가 청량한 밤바람 속에서 날아옌다. 처녀처럼 어여쁜 달빛이 담담히 나의 몸에 비추니 나는 너의 손을 잡고 이 인적이 없는 광야에서 온 밤 유쾌히 거닐다가 두팔을 벌려 함께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고 싶고나. 천지 만물이 모두 잠자는 시간 나와 네가 캄캄한 어둠속에서 조용히 심령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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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은 나의 옷자락을 만지작거리고 나의 얼굴을 뜨겁게 키스해준다. 저 멀리 높이 자란 상사수 밑에서 한쌍의 련인이 소곤소곤 사랑을 토로하는데 마치 향기로운 꽃잎이 시내물에 떨어지듯 아렴풋이 단속적으로 이어진다. 이때 나는 갈대잎을 뜯어 피리를 만들어 망망한 하늘을 향해 나의 기쁨, 나의 슬픔, 나의 꿈노래를 불렀다. 이때 사색은 멀리 멀리 날려 방불히 내가 즐거운 피리소리에서 모든 세계를 차지한듯했다.

그날의 달빛은 폭포마냥 나의 몸에 튕겼고 주위는 은백색의 세계였다. 나는 달빛 속에 잠겼다. 사위는 조용했고 솔솔 바람이 불었는데 마치 이 세상에 나와 달빛 뿐인듯 했다. 나는 달빛 아래서 마음대로 헤염치는 한마리 물고기가 되였다.

달빛아래서 나는 눈을 감고 사색에 잠겼다. 이 세상은 어찌하여 이렇게 복잡다단한가? 비방, 질투 의심, 싸움이 우리를 괴롭힌다. 나는 달빛의 사심없는 사랑 속에서 심지어 눈 뜨기도 싫었다. 눈을 뜨기만 하면 슬픔과 실망이 나를 괴롭하니까. 벌판은 너무나도 조용해 자기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달빛이 여전히 은색을 뿌려 나의 몸을 도금하였다. 이때 나는 어렴풋이 무슨 소리를 들었는데 미묘하기로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소리였다. 풀밭에 내리는 가느다란 비소리인가, 아니면 벌레들의 꿈속에서의 웃음소리? 나는 귀를 기울려 숨을 죽이고 들었는데 마치 천당에서 들려오는 아침 종소리인듯 했다. 나는 벌레와 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이 차츰 안정되였으며 의기소침했던 온몸의 근육과 뼈가 풀리는 것 같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몽롱하고 도취된 눈을 뜨니 하늘의 크고 둥근 달은 여전히 부드럽고 다정한 은빛을 뿌리고 있었다. 나는 그 밝고 깨끗한 달빛을 오래오래 주시하였다. 온몸이 달빛에 세탁되고 용해된 듯 했다. 이때에야 나는 처음으로 달밤의 고요함과 시원함을 깊이 느꼈다. 티없이 성결한 달빛은 여전히 조용히 대지를 비춰주고 있었고 나의 혈관을 침투시켰으며 나의 지친 심령을 활성화시켰다.

나는 달빛에 시원히 목욕을 하고나니 온몸이 속으로부터 밖에까지 푹 씻겨 깨끗하기로 갓난애기 같았다.나는 진심으로 이 더없이 아름다운 월광욕에 감사를 드린다.

월광욕은 나에게 조용하고 담백한 기분을 선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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