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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올리막길에서 업어주는 남자-박영옥

2023-12-04 11:12:37

녀자들은 모여 앉으면 어떤 남자가 최고이냐는 물음을 많이 던져오고 있다. 최고란 표준이 여러가지인데 돈 많이 버는 남자가 최고라면 돈 버는 그 때가 좋다가 일단 돈 못 벌면 최고란 개념이 변하게 되고 주방에 잘 들어가는 남자도 어느땐가 몸이 말째여서 못 들어가면 역시 그 형상이 무너질수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그냥 뜨끈뜨끈한 감격으로 남아있는 것이 바로 올리막길에서 서슴없이 업히라고 등을 내미는 남자가 아닌가싶다.

우리는 20년 전에 만난 재혼부부다. 어느 책에서 볼라니 재혼부부를 ‘하루밤 묵은 료리’로 비유했는데 묵은 료리라도 덮히면 그 맛을 되찾을것 같아서 경제조건상에서 여유롭지 못한 그를 서슴없이 선택했다. 타고난 착한 심성이라 할가 대방을 위해 희생적인 그에게서 늘 잔잔한 감동의 파문이 피줄을 타고 온 몸을 도는 감을 느꼈다.

우리는 몇번인가 산구경을 한적 있는데 올리막만 보이면 그는 곧 등을 내밀었다.

“자, 어서 업히오.”

그 등은 언제나 따스한 봄날의 온도로 내 가슴에까지 전달되였다.

올리막길에서 몇번인가 그 남자의 등에 업힌적 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도 그날의 일일 것이다.

몇년전의 어느날 그와 같이 룡정에 있는 비암산에 간적이 있었는데 그날 산우에 있는 유리다리를 그토록 걷고 싶었다.

시간이 넉넉하면 천천히 오르면 되겠는데 점심에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우리는 걸음을 다그쳐야 했다. 그런데 발목을 수술한 나는 올리막길을 제일 무서워한다. 그러나 그 아찔한 느낌과 격정을 주는 유리다리에 대한 호기심이 자꾸 발동을 걸어오면서 그 정취에 흠씬 젖고 싶었다. 내 얼굴에서 그것을 읽어낸 그가 함께 올라가지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힘들 것 같은데 전 포기할게요.”

나의 결단에 그가 내 손을 잡았다.

“내가 있는데 뭐가 근심이요? 어서 오르기오.”

그래서 나는 따라 나섰다.

조금 올라가다가 힘들어할 때 그이가 업히라고 했다. 하지만 체면이 구겨진다는 생각에서 주저심이 생기고 뻘쭘해졌다.

그러다가 시계를 보니 시간이 꽤 흘러갔다. 시간을 다그쳐야 했다. 주위를 살펴보니 아무도 없기에 업히우고 말았다. 그렇게 조금 올라가다가 맞은켠에서 내려오는 처녀총각을 만났는데 처녀가 지나가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저 녀자 행복해보여요.”

감격의 정을 눈가에 이슬로 매달린채로 그의 등에서 추억의 아름다운 집을 짓고 싶었다.

평소에 살면서 남편이 한번이라도 돈을 푸짐히 나의 가슴에 안겨줄때가 있었으면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그 시각 올리막길에서의 이런 감동의 연출이 이 세상에서 최고의 만족인 것 같았다.

때로는 아주 사소한 일도 시간과 장소와 공간의 변화에 따라 깊이 감동될 때가 있다. 그 시각 그의 주위에는 마치 꿈 속에서 본 것 같은 아름다운 운무가 자욱했다.

그렇게 한걸음 또 한걸음 하면서 오르다가 그는 힘들면 내리웠다가 다시 업고 하면서 끝내 산꼭대기까지 올랐다.

정오의 해님이 나를 반겨 생글거렸다. 나는 하늘이 너무도 푸르러 가슴이 설레였고 해님이 너무 따사롭고 정다와 가슴이 설레였고 미풍에 하느작거리며 춤추는 숲때문에 가슴이 설레였다. 내 마음은 어느새 파아란 물감이 들고 말았다.

“오늘 당신 참 고마웠어요. 그리고 나 지금 참 행복해요.”

나는 그의 손을 살며시 쥐고 이렇게 속삭였다.

“나두 무척 행복해.”

“당신은 왜 행복해요?”

그래 그는 왜 행복하실가? 나 때문에 너무도 힘드셨겠는데…

“나 왜 행복한지 알어?”

더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너부죽한 얼굴로 푸짐한 미소를 건네는 그 속에서 원만한 답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려는 소박한 념원을 이룬 것으로 해서 행복했으리라.

어느 땐가 강변에서 산책할 때 본 일이다. 한 내외간이 저녁노을을 밟으며 산책하고 있었는데 반신이 불편한 안해가 오른손으로는 지팡이를 짚고 왼손으로 남편의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조금후 유보도의 올리막에서 남편이 제꺽 쪼크리고 앉더니 등을 내밀었다.

“아참. 내가 여기로 안 오겠다는데도 당신은 기어코 나오라고 해서… 결국 당신을 고생시키는 게 아닌가요?”

이렇게 나지막히 남편을 원망하는 그 녀자의 얼굴에 홍조가 어린걸 보면 행복의 랑만이 출렁댐을 보아낼 수 있었다.

“당신을 업고 싶어서 그런 거요.”

미사려구도 아니고 그 어떤 양념도 넣지 않은 아주 평범한 남편의 유머적인 대답이다. 그러나 그 대답은 그 시각 안해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으리라. 따스함과 정겨움으로 가슴에 도사리고 앉아있는 곤혹도 무마되였으리라.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라지만 사는 도중에 어느 일방이 그 어느날 사지가 불편해지면 얼굴을 찡그리거나 또는 사지가 불편하다는 리유로 혼자서 씨엉씨엉대며 산책하거나 더우기는 사랑의 바줄을 풀어버리는 그런 경우를 가끔씩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날의 일은 내 눈에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안겨왔고 진솔한 감동을 만들어낸 부부의 참사랑으로 보이였다.

때로는 돈 많이 벌어서 안해 손에 쥐여주는 남편이 부러울 때가 많다. 때로는 자가용을 씽씽 몰고다니는 남자가 부러울 때가 있다. 그러나 더욱 부러운 것은 올리막길에서 업으려고 하는 그런 남자다. 그런 사람을 나는 소유하고 있으니 난 백만부자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래일도 올리막길에서 그이가 등을 내밀 것이다. 그러면 나는 주저없이 업히겠다. 그리고 나지막히 웨치고 싶다.

“이런 남자, 최고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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