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国内统一刊号: CN23-0019  邮发代号: 13-26

문학

  • 아버지와 밥상에 마주앉으면 물김치를 자시는 아버지의 입다심 소리에 공연히 식욕이 발동해 아버지 본새로 정신없이 물김치를 퍼먹다가 사레가 들어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면 아버지는 자기 그릇에 있는 감자를 내 밥사발에 놓아주면서 거쿨진 손으로 내 잔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불알친구들과 혹부리할매네 살구를 훔쳐 먹던 날은 오이꽃처럼 순한 어머니 눈보다 피마주 열매같은 아버지의 눈길이 떠올라 공연히 불안해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아버지의 눈길을 피한다. 아버지의 기침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고추에서 오줌을 찔끔 흘리며 다시는 혹부리할매네 살구를 넘보지 못했다.
  • 요즘 사람들은 온몸이 땡볕에 찌물쿠는 여름철이나 추운 겨울날이면 해장 뒤끝으로 가끔 시원한 연길랭면을 찾는 습관이 있다. 새콤하고 매운 맛이 깃들어 얼큰한 느낌이 드는 육수가 컬컬해난 위장도를 쩡-소리나게 뚫어줄 때 그 맛의 통쾌함에 육신이 거뜬해진다. 내가 처음 연길랭면을 먹어본 것은 지난70년도였다.3월달 초봄날씨치고 매서운 꽃샘추위에 온몸이 으스스 떨리던 어느날 점심무렵, 출근했던 아버지가 문뜩 집에 들어서며 국수 먹으러 가자고 했다. 나는 엄마가 평소에 만들어주는 강냉이국수인줄 알고 따라나섰는데 정작 식탁에 오른 국수가 완판 달랐다. 얇게 썬 소고기에 닭알 반쪼각을 얻어놓은 국수고명부터 신기했다. 나는 아버지가 알려주는대로 젓가락을 갈라쥐고 둬번 훠젓어 양념이 골고루 슴배이게한 다음 후럭후럭 소리내며 먹었다. 잠깐새 게눈 감추 듯 다 먹고 입을 쓱 문지르고나니 두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속의 열기를 확 밀어내는 세상 별미가 국수로구나 하는 커다란 감탄부호가 온가슴에 그들먹이 차올랐다.
  • 동물중에 농사일을 돕는 동물을 말하라 하면 누구나 다 소라고 할 것이다. 소는 농사일을 돕는 고마운 짐승이며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는 동물이기도 하다. 소한테는 인내력과 성실함 그리고 근면한 정신이 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그처럼 소를 아끼고 사랑해왔으며 소를 기둥처럼 믿어왔을 것이다. 어릴 때 농촌에 살면서 소를 많이 보아왔는데 그후 도시로 와서 살면서 소라는 형상이 머리 속에서 많이 희미해짐을 느끼다가 올해는 신축년이라서 친구지간에 주고받는 덕담에도, 잡지에도 소에 관한 글을 자주 보게 되면서 문득 이전에 보아오던 소사랑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삼십대일 때 일이다. 그때 옆집에서 소를 기르고 있었다. 아들며느리와 한집에서 살고 있는 최아바이는 매일 새벽 일어나서 먼저 발길이 가는 곳이 바로 외양간이였다. 신새벽에 외양간을 말끔히 청소하고 비자루로 소등을 쓸어주고… 그러고 나서야 아침을 드셨다. 아침식사 후에 해도 되는 일인데 소똥냄새때문에 밥맛이 있었을가?
  • 아버지는 생전에 나의 이름을'춘식'이라고 온전하게 불러준 적이 한번도 없었다. 언제나 마지막'식'자 하나만 따서 불렀는데 완연한 경상도 사투리로 음을 길게 빼며"식에~이~"하고 불렀다. 그 시절 나는 그 부름소리만 들려오면 아무리 재미난 놀이를 하다가도 뿌리치고 부리나케 달려가서 아버지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그러면 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나를 어디든 데려가곤 했다. 우리4형제는 다'식'자 돌림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버지는 형이나 동생을 부를 때는 이름 두자를 다 부르면서도 유독 나를 부를 때만은'식'자 하나만 썼다. 그래서 다들 아버지가"식에~이~"하고 부르면 나를 부르는줄 알았다.
  • 현성 기관단위에 소환되여 사업하면서도 몇년간은 나의 촌바우같은 사업작풍이 불쑥불쑥 튀여 나오군 하였다.이를테면 회의를 열어도 지루하게 열지 않고 간단간단 요점만 강조하고 불필요한 형식은 버리고 빈말은 적게 하고 실제 일을 많이 하고 맡은 사업을 착실히 하는 사업 작풍을 강조했다. 하여 다른 부문의 동사자들로부터 촌바우라는 소리를 푸술히 들었다. 촌바우라는 별명을 가졌지만 사실 나에게는 여러가지 취미가 많았다. 남자라면 다면수가 되여야 한다는 것이 젊었을 때 내 인생의 신조였다. 어릴 적부터 독서를 가별히 좋아하고 청년시절부터는 글쓰기도 하고 구기운동을 포함하여 낚시와 스케이트, 롤러스케이트 등 운동을 즐겨했다. 물론 프로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항목에서나 남보다 별로 뒤지지 않았다. 공사에서 문예경연대회를 할 때 만담을 하고 독창을 부르기도 했다.
  • 7년 전, 나는 한가슴 꿈을 가득 안고서 조국의 꽃봉오리들을 양성하여 경제건설에 이바지하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귀국하였다. 낯선 곳에 가서 생활을 해야 하는 두려움 때문에 마음이 착잡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익숙하고 편한 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생활에 도전하는 용기로 가슴 한구석에는 뿌듯한 기쁨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한국의 한 연구원에서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지 않았기에 귀국할 때 별도의 준비기간을 갖지 못해서 시간이 빠듯했다. 천진에 도착하자마자 이튿날부터 학교에 출근해서 대학교 교사의 생활을 시작하였다.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생활인지라 처음부터 만만하지는 않았다. 사실 천진에 오게 된 것은 남편이 직장생활을 천진에서 하게 되어서인데 우리 둘 다 천진에 친척이나 친구가 한명도 없었다. 남편도 금방 천진에 오게 된지라 살 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일단 경제호텔에서 며칠동안 투숙하였고 학교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집을 세맡아 주말을 리용해 이사짐을 옮겼다. 한국에서 부친 짐이 열 박스나 되었고 집 청소에 사야 할 물건도 가득했다. 남편은 택시를 타고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들였고 나는 집에서 청소와 짐 정리를 했다. 이틀이 걸려서 대충 끝내고 나니 남편은 출장이란다. 전공이 건축업인 탓에 프로젝트 따라 움직여야 하는 특이한 직종을 가진 남편이다.
  • 문득 이름 모를 못다 핀 한송이 연분홍색 꽃 앞에 가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름답지만 앙상하고 초라한 꽃이였다. 긴긴 어두운 밤과 외로움을 어떻게 혼자 달래며 지내왔을까? 왜 이런 척박한 곳에 피여났을까? 못다 핀 꽃 한송이 따뜻한 사랑 하나 없이 사람들의 중시도 받지 못한 채 피였다가 가을이 되면 하염없이 져버리겠지. 세상의 모든 꽃 하나하나에 그 잎새를 지켜주는 천사들이 있다고 하는데 너는 대체 누가 지켜주니? 워낙 척박한 곳이다 보니 나비와 벌조차 찾아오지 않았다. 거부할수 없이 태여나고 어쩔수 없이 홀로 자라는 꽃의 마음은 정녕 누가 리해해주랴? 긴긴날 보고 싶어도 못 보고 불러도 대답이 없는 막무가내 하는 심정은 얼마나 애타고 시렸을까? 그 뭔가를 찾고 기다리는 어설픈 미련과 기대감은 또한 어린 마음에 얼마나 많은 실망과 상처를 안겨주었을까? 문득 한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지나간6년, 내 마음은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거슬러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으러 떠나갔다.
  • 외할머니 배 속에서 방금 태여났을 때만 해도 엄마의 손은 애고사리처럼 여리고 보드랍고 귀여운 손이였을 것이고 아버지와 결혼하던 당시도 어여쁜 아가씨의 섬섬옥수였으련만 장장 칠십여년이란 세월의 세파에 시달리며 엄마의 손은 울퉁불퉁 불거져 나오고 볼품없이 심하게 변형이 되여 쇠갈구리 같고 소나무등같이 거칠어지고 억세졌다. 엄마의 손은 엄마가 아홉살나던해부터 산후풍으로 앓고 계시는 외할머니 대신 재불에 암죽을 끓여 막내 삼촌을 살려낸 손이고 열살나던 해부터 우물의 드레박을 자아올려 초롱에 물을 담아 지고는 집으로 날라다 하루 삼시 식구들에게 감자 삼고 겨떡을 빚어 끼니를 장만하여서는 식탁에 올리면서 가사의 고역에 시달리던 손이였다.
  • 연길에서 태여나서 반백을 넘긴 사람치고 뾰족산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루루천년 내려오며 언제 한번 시인의 붓끝에 실려 이름을 날린 적도 없고 풍상고초를 이겨온 리력서를 아름다운 멜로디에 담아 노래 불러준 사람도 없지만 내 마음속에는 마냥 하늘 높이 번쩍 머리를 추켜든 날카롭고 강직한 사나이 존재로 거연히 솟아있다. 사람이 얼굴 생김새와 몸매가 서로 제나름인 것처럼 뾰족산도 역시 천라만상중 한폭의 그림같이 독특한 경관을 갖춰 길손들이 호기심에 끌려 발길을 멈출 때가 많다. 연길시에서 북쪽으로 약30리거리를 상거한 뾰족산은 신창, 석인촌을 거쳐 흘러나온 강물과 황초골안에서 터져나온 시내물이 합친 입구를 파수군처럼 보란 듯이 막아선 산세가 언제봐도 범상치가 않다. 더우기 높이650미터에 달하는 정상에 어느 전설속의 어르신이 일부러 등짐으로 돌비석을 올려놓은 듯 아래에서 문뜩 올리쳐다보면 송곳같이 뾰족한 봉우리가 갑자기 폭우를 몰고오는 먹장구름을 산산히 찢어내동댕이칠 듯한 저돌적인 날카로움이 있다.
版权所有黑龙江日报报业集团 黑ICP备11001326-2号,未经允许不得镜像、复制、下载
黑龙江日报报业集团地址:黑龙江省哈尔滨市道里区地段街1号
许可证编号:23120170002   黑网公安备 23010202010023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