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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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꽃이 피는 리유는 희망을 알리는 봄 때문에 혹은 기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꽃이 지는 리유를 말하라면 나는 말문이 막힐거 같다. 사실 꽃이 지는 리유는 다시 그 꽃을 피우기 위해서라는것, 한잎 두잎 길가에 떨어진 꽃잎으로 꽃길이 만들어지고 꽃잎이 떨어져나간 자리에는 다시 꽃씨가 생기고 열매가 맺어지고 다음 계절에는 꽃이 또 피고... 어쩌면 우리가 사는 것과 같은 도리인 거 같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꽃이 져야 하고 꽃이 지기 위해서는 또한 먼저 꽃이 펴야 하고. 행복을 위해서는 아픔도 견뎌야 하고 참된 사랑을 기다리기 위해서는 가슴 시린 외로움도 인내해야 하고 고통과 고난을 이겨내다보면 또한 행복의 꽃이 피고, 파고 드는 고독을 삭혀낸 결과 따뜻한 사랑이 찾아오고 하는것이 꽃이 지고 꽃이 피는 것과 같지 않을가? 꽃이 피는 소리는 기분좋은 노래처럼 아릅답겠지만 그대는 꽃이 지는 소리를 들은적 있는가? 떠나간 님을 그리워 하는 구슬픈 녀인의 울음소리일가? 고이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날 말없이 흘리는 아버지의 눈물일가? 아니면 자식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어머니의 피 흘리는 마음일까?
  • 마을어귀에 한 아담한 기와집이 서있다. 옆에는 자그마한 창고가 있다. 집 출입문이 살짝 열리더니 하얗게 생긴 어린 소녀가 나온다. 어린 소녀는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주변을 휘- 둘러보더니 창고 지붕우에 하얗게 피여난 박꽃에 눈길을 문득 멈춘채 오래도록 유심히 바라본다. 소녀에게는 소담한 그 박꽃이 매우 신기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렇게 한동안 멍하니 그 꽃을 쳐다보며 서있던 소녀는 마침내 창고옆에 세워져있는 사다리를 타고 한층한층 올라간다. 담담한 향기를 풍기는 박꽃은 산들산들 불어 오는 미풍에 연한 꽃잎을 한들한들 춤추 듯 흔들면서 마치 올라오는 그 소녀가 그지없이 반가운 듯 방긋이 웃는다. 소녀는 가까이 다가가 꽃을 보면서"야, 예쁘다!"라고 환성을 지르면서 생글생글 웃는다. 그러다가 고개들어 앞을 내다본다. 저기 먼곳 희미한 운무 속에 잠겨있는 듯한 산발들이 언뜻언뜻 눈앞에 안겨온다. 소녀는"와-! 너무 멋있는 산이다."라고 또 환성을 올린다.
  • 길가 화단에 빨강 봉선화들이 수런거리며 바람에 몸을 맡긴다. 나는 허리 굽혀 키 큰 꽃잎과 작은 꽃잎에 차례로 입술을 가져다 댄다. 수수하지만 명랑이 안해, 천방지축이지만 귀염둥이 딸애의 향기가 난다. 한결같이 공항에서 나를 바래주고 마중하던 안해와 딸애를 오늘은 내가 맞는 공항의 시간이다. 한국에서 직장생활8년차, 매번 세모면 나는 중국 청도에 있는 집으로 설 쇠러 돌아가곤 했다. 배가 두둑이 나온 선물가방을 실은 카트를 밀고 수많은 환영인파 속에서 딸애와 안해를 찾아 공항 출구에 나서면 나는 개선장군마냥 우쭐하면서도 가슴 설렜다. 그처럼 내가 촌스럽게 밀가방과 백팩을 메고 지고 끌고 하면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서던 세월의 페이지가 엊그제 같다. 한국 인천공항과 중국 청도 유정공항은 내 가족과의 끊임없는 리별과 상봉 속에 어김없이 애끓는 추억의 연장선이 되어주는 줄다리기 같은 곳이다. 가족이 곁에 있지 않으면서도 함께 하는 후광효과 때문에 나는 그 힘들고 외로운 고행의 나날을 묵시적으로 견뎌낼 수가 있었다. 그 나날은 험한 공장 일을 나가면서 한화로 억대 소리가 나는 아파트 대출을 거의 갚는 등 가장의 무게를 뻐근하게 감당해낸 값진 순간들이었다. 잠을 자고 깨나면 힘이 불끈 솟는20~30대의 젊은이는 아니지만 언제나 가족이란 참의미의 마중물을 부어주고 나면 가슴 밑바닥에서 저도 모르는 새 힘이 맑고 시원한 샘물처럼 용솟곤 했다. 닭 홰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라는 청도-인천행 티켓 값은 저렴한 때도 있지만 그것마저 아끼고 모으면서 설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모두가 제 식구들과 제 집서 알콩달콩 맞고 보내는 한해의 그믐날만은 없어 보이기 싫었으니까.
  • 간이 살살 녹는 술냄새가 아니라 역겨운 소독수 냄새가 코구멍을 찌르는 시립병원 병실이다. "어머!- 밤새 입이 더 비뚤어졌네." 침대에 누워있는 주령감을 들여다 보던 마누라가 새된 소리를 지른다. 마누라는 손바닥만한 손거울을 들고왔다. 그런데 왼손잡이인 주령감은 왼손이 감각을 잃어 거울을 받아쥘 수가 없다. "이그, 이그..." 마누라는 누워있는 령감의 얼굴에다 손거울을 바투 들이댄다. 아니나 다를가 입이 돌아갔어도 어제 저녁엔 틀이를 박아넣은 어금이까지 보인다 했는데 지금은 그 입이 완전히 왼쪽 귀밑으로 옮겨져 코밑에는 구멍난 입이 아니라 굵은 털이 듬성듬성 난 오른쪽 볼이 남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주령감은 거울을 보다말고 눈을 감았다. 돼지가 설익은 떡호박을 먹다가 주둥이로 핥아놓은 것처럼 이그러지고 망가진 자기의 얼굴이 징그럽다 못해 흉측해서 더는 들여다 볼 수가 없었다.
  • 아침에 빗겨드렸던 머리는 영문모르게 헝클어져있고 새 웃옷도 영문모르게 늘어져 앞가슴이 보일락말락 했다. 명호는 빗으로 어머니의 머리를 곱게 빗어서 틀어올리며 말햇다. "어머니, 막내아들이 한국 가는 걸 용서해주세요.2년 후에 돌아올께요" 명호의 어머니는 고아란 운명을 타고 났는데 남편도 고아란다. 그들은 결혼하여 딸 하나 아들 다섯을 낳았다. 명호는 막내아들인데 다섯날나던 해에 아버지가 페병으로 돌아가셨다. 명호어머니는 홀로 여섯 남매를 키우느라 낮에는 농사일 하고 밤에는 가마니를 짰다. 피곤하면 일하던 자리에서 쪽잠에 들고 깨여나면 또 일어나 일하곤 했다. 세월이 흘러 자식들을 시집장가 다 보내고나서 몇년전 어머니는 치매에 걸렸다. 형님들이 다 한국에 가고 어머니는 명호가 돌보게 되였는데 산처럼 믿던 막내아들까지 떠나면 어머니가 얼마나 슬퍼하실가? 후- 다행히 엄마가 치매에 걸려서 그런 아픔은 없을 것 같았다.
  • 3년 전의 늦은 겨울, 업무 학습차 회사 언니랑 운남성에 위치한 리강시에 다녀온 적 있었다. 이틀동안의 벼락공부를 마치고 드디여 맞이한 선물같은 자유시간! 고르고 골라서 첫 려행지로 우리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여 있는 국가5A급 명승지 리강고성을 선택하였다. 리강고성에 들어서니 청석판을 깔아놓은 맨들맨들한 돌길을 따라 길 절반을 차지하고 맑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강에는 크고 작은 한쌍의 물레방아가 사이좋은 부부처럼 나란히 서있었고 그 너머로는 동년시절 고향에서 수도없이 보아왔던 수양버들이 한줄로 쭉 늘어선채 흐느적거리며 타향의 생소함을 덜어주고 있었다. 몇백년동안 잘 보존되여진 목조건물들이 소수민족 상업문화와 이색적으로 조화를 이룬 곳에서 듣도 보도 못했던 음식들을 맛보고 알록달록 희한한 기념품들과 사처에 걸려있는 소원패들을 구경하노라니 언니와 나는 아예 혼이 쏙 빠져나갈 지경으로 흥분되여 있었다.
  • 섣달 그믐날이다. 비행기가 연길 공항에 도착하여 짐을 찾아 나가는데 아버지가 벌써 출구에 서서 내가 나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니 엎어지듯 달려나오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어머니가 문을 활짝 열며 꼭 껴안아준다. 따뜻한 집안에 들어서니 벌써 한상 가득 차려진 노란 밥상이 상다리가 부러질듯 겨우 버티고 서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우로 어머니가 집어주는 반찬이 계속 소복히 쌓이고 입도 두손도 너무 바쁜데 어머니가 또 작은 토종계란 하나를 쥐여준다. "얼른 먹어. 내 어제 약방 가서 계란을90개나 가져왔다." "약방에서 무슨 계란을 그렇게 많이 줍니까?" "내 거기 VIP란다."
  • "인젠 생리가 더 이상 올 거 같지 않네요. 자궁벽이 두텁지 않고, 자궁크기도 줄어들었습니다." 몇달째 끊긴 생리걱정보다도 란소암으로 돌아가신 엄마의 유전 같은 거라도 있을까봐 병원을 찾은 나에게 초음파검진을 끝낸 의사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다. 예상 못했던 건 아니지만 또 녀자라면 누구나 꼭 한번은 겪는 일이지만 그것도10월의 마지막 날에 이젠 블랙홀이 없는 여자가 아닌 그저 늙은 녀인으로 남게 되였다는 판결이 왠지 마음이 씁쓸하다. 백세인생시대에 마흔아홉이면 아직 청춘인데, 이 나이에 아직 막둥이를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도 아직은 멋있는 남자를 대하면 수줍어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벌렁거리는데, 또래 친구들은 거침없이 생겨나는 흰 머리칼 땜에 스트레스 받아도 난 아직 흰 머리칼 한올도 찾아볼 수 없는데 그리고 아직은 약병에 적힌 깨알 같은 글자도 돋보기 없이 읽어낼 수 있는데 벌써 블랙홀이 말라간다니?…
  • 어제가 이팔청춘 꽃 나이같은데 벌써 지천명이라니. 뭐가 그리 급해서 허겁지겁 나이를 집어삼켜 흰서리까지 이마를 덮게 만들었나. 지난 세월 채이고 긁히고 뒹굴어 온몸에 상처자욱 랑자한데 화려한 가죽이 나를 비웃는구나. 아직도 남은 허영을 버리지 못하고 애써 욕망을 짓누르며 살고 있다는 반증일가. 차갑게 불어치는 바람에 찟기워도 나랑 상관도 없이 겨울나무처럼 살가죽 터가면서도 뿌리만을 굳게 지키면서 살아야 했음을 왜 이제야 깨닫게 되는지, 맞받아 바람을 막으려면 나만 지치고 아프다는 것을 왜 이제야 알게 되는지. 삶은 급행렬차에 탑승한 것과 다름없다.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몇 개나 견뎌내야 찬란한 해살줄기를 맞이할 수 있을소냐. 지친 몸 이젠 쉬고 싶구나. 어느 이름모를 정거장에 멈춰서서 기다림도 미련도 없이 지나온 내 발자취만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하얀 눈이 더럽혀진 대지를 살포시 감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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